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내수 경제가 급속도로 위축되자 정부는 소비 진작을 위해 자동차 개별소비세·취득세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고효율 가전제품을 구입하면 10%를 환급해주는 정책도 시행하고 했다. 그러나 이들 소비 촉진 대책은 특정 업종에만 국한돼 있어 정부가 타 업종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전혀 강구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다음달 초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자동차 취득세 인하를 담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자동차 구매 고객들은 2~7% 가량의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자동차를 구입할 때는 자동차 출고 가격에 개소세, 교육세를 합한 전체 금액 중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취득세를 지방자치단체에 내야 한다. 이를 연말까지 일부 감면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음달 종료되는 개소세 70% 인하 혜택을 의식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내 자동차 업계로부터 개소세 감면 혜택을 연장 시행해줄 것을 건의받았으나 △ 21대 국회 개회 이후 가능한 법 개정 △ 상반기 소비 진작 효과 감소 우려 △ 세수 감소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 등을 이유로 개소세 인하를 원안대로 6월까지만 시행하기로 했다. 대신 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연말까지 취득세를 인하해 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수출 수요가 급감한 국내 자동차 업계를 위해 내수 시장을 활성화할 목적으로 6월 30일까지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개소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개소세·교육세·부가가치세 등 최대 143만원을 절세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자동차 업계뿐 아니다. 정부는 침체된 내수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환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수 시장의 소비 심리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정부는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 시 구매 비용의 10%를 환급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을 위해 마련된 재원만 무려 1500억원 규모다.
환급 대상 품목은 △ TV △ 에어컨 △ 냉장고 △ 세탁기 △ 전기밥솥 △ 공기청정기 △ 김치냉장고 △ 제습기 △ 냉온수기 △ 진공청소기 등 10가지다.
이 중에서 에너지 효율 최고 등급 제품을 구매하면 개인별로 최대 30만원까지 환급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매한 제품의 효율 등급 라벨과 제조번호 명판, 거래내역서, 영수증 등을 구비해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누구나 쉽게 환급받을 수 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구매한 제품에 대해 환급을 지원하기로 했다. 재원이 소진되면 조기에 종료될 수도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전기요금 할인 가구에 지원하던 구매 비용 환급 사업의 남은 재원 240억원을 비할인가구에 확대 적용한 바 있다. 2016년에도 900원 규모의 환급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올해처럼 대규모 예산으로 환급 사업을 추진하는 건 처음이다.
이렇듯 정부는 코로나로 인해 위축된 국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자동차·전자업계에 적극적인 절세·환급 혜택을 시행하고 있다. 정책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정책 행보를 두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다른 업종에는 실질적인 절세·환급 혜택을 실시하고 있지 않으면서 유독 자동차·전자 업계에 유리한 개소세·취득세 인하, 구매 비용 환급 혜택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소비 촉진 정책으로 이득을 보는 자동차·전자 업계의 대표적인 기업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이들 대기업을 밀어주려는 정부의 역차별적 발상이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전자 업계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코로나로 인해 심각한 존폐 위기에 봉착했다. 코로나로 수출길이 막힌데다 국내 수요마저 줄어 들자 매출이 급감한 업체들이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많은 업체들이 직원을 해고하거나 무급 휴업을 실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심지어는 폐업하는 회사도 속출하고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 직장의 휴업·폐업 △ 명예퇴직·조기퇴직·정리해고 △ 임시 또는 계절적 일의 완료 △ 사업 부진 등을 이유로 실직됐다고 응답한 사람이 역대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자 수만 무려 104만4000명에 달했다.
실직자는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됐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체 실직자 207만6000명 가운데 5인 미만(1∼4인) 사업장에서 85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5∼9인 사업장에서 45만명이 해고됐다.
업계 안팎에선 정부가 국내 산업을 다시 부양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특정 업종에만 국한되는 혜택이 아니라 실효성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정부가 소비 촉진이라는 명목 하에 개소세·취득세 인하, 구매 비용 환급 혜택 등을 펼치고 있으나 이들은 일부 대기업 몰아주기에 급급한 매우 편향된 정책이다”며 “각 산업계와 소비자 모두가 수혜받을 수 있는 실효성 높은 세금 감면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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