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변화를 무서워하지 않는 편이에요. 호기심을 가지고 미지의 분야에 곧잘 도전하죠. 항상 도전하되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매사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음먹을 수 있었던 건 명상 덕이 컸어요. 명상을 하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근본적인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됐거든요. 살아있음에 감사하다 보니 세상 모든 것이 소중한 나머지 늘 시도하고 도전하며 살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상이 붕괴되고 사회와 단절되면서 많은 사람이 불안과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신경과민,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우울증을 겪는 사람도 늘고 있다.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이 많아지자 코로나로 인한 불안과 우울감을 떨쳐내고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대안으로 명상이 급부상하고 있다. 명상을 통해 힐링하고 행복을 찾기 위해서다.
실제로 명상을 찾는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명상을 하는 미국인 수는 전체의 14.2%에 달했다. 5년 전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미국 내에서 최근 3년간 출시된 명상 앱 역시 2천개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전 세계 웰니스 산업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6.4%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경제 성장률 3.6%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산업 규모 역시 약 4조2000억달러(약 5156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듯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성원에 힘입어 명상은 우리 일상 속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우울감 극복 후 만난 명상…‘글쓰기 명상’ 개발해 타인의 마음 치유 앞장서
최근 들어 명상을 접하게 된 사람들과 달리 명상이 매우 생경할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오랜 기간 공부해 온 인물이 있다.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울감을 떨쳐보고자 명상을 공부하기 시작한 그는 2000년대 초부터 오래도록 명상 수행에 임했다. 명상 덕분에 마음이 편해진 그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점차 편해졌고 2003년에는 마음이 아픈 이들을 위한 명상 교육도 진행하게 된다. 명상학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한 그는 마침내 2016년 명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에 이른다. 명상을 통해 인생을 가꿔온 그가 바로 김성수 과천도시공사 사장이다.
“사실 제가 명상을 공부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대학 때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지만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작가를 꿈꿨거든요. 문학가의 꿈을 펼치기 위해 중앙일보 등 주력 일간지 3개사가 주관하는 신춘문예에 도전했지만 안타깝게도 당선되지 않았어요. 그러나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서 저명한 소설가 박경리가 등단했던 현대문학 문예지에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원고를 투고했습니다. 큰 기대 안 하고 있었는데 덜컥 당선되며 32살에 소설가로 등단하게 됐죠.”
“소설가가 됐지만 인생이 극적으로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더라고요. 더구나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 상태라 당장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바람에 작품 활동에 온전히 매진하지도 못했어요. 결국 출판사에 취업해 가족을 먹여 살리기로 했죠.”
소설가로 펜대를 쥐던 김 사장은 하루 아침에 넥타이를 맨 출판사 직원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꿈꾸던 소설가의 삶과 판이하게 다른 직장 생활은 김 사장의 마음을 조금씩 좀먹었다. 김 사장도 모르게 마음의 병이 서서히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가가 돼서 인정받고 싶었어요. 가족·친구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소설가로서 성공하는 모습을 너무 보여주고 싶었죠. 그러나 쉽지 않더라고요. 가족은 팽개쳐두고 저만 생각할 순 없잖아요. 그러다보니 당시 우울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 같아요. 축구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 김신욱 선수가 이웃에 살고 있었는데 당시 어렸던 김 선수와도 마주치기 꺼려질 만큼 사람과의 만남을 피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1998년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어요. 시의원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의를 받았거든요. 처음엔 거절하다가 문득 사람을 피하는 제 자신을 돌아보곤 시의원에 덜컥 출마했어요. 사람을 만나면서 마음 속 우울감을 극복하려고요. 유세하려면 사람들을 만날 수밖에 없으니 스스로를 다시 다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살면서 그때 가장 많이 인사했던 것 같아요. 인사를 통해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편해지니 표정까지도 밝아지더라고요. 당선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결국 시의원에 당선됐습니다.”
2000년 과천시의회 의장으로 돼 선임돼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다양한 의정 활동을 펼친 김 사장은 이 무렵 명상 공부를 시작한다.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깨우친 김 사장은 2003년 스승의 권유에 따라 본격적으로 명상 교육에 뛰어들었다. 가정폭력 쉼터의 피해 여성들과 교도소 내 수감자 등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연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명상 교육을 실시했다. 5박 6일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스스로와 마주할 수 있도록 내면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명상 안내자(지도자)의 길을 걷던 김 사장은 불현듯 수행자로서의 이론과 지식을 제대로 습득하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혔다. 이를 토대로 사람들에게 색다른 방식으로 명상을 소개하고 보다 친근하게 접근하기 위해서다. 수년에 걸쳐 노력해 온 김 사장은 ‘글쓰기 명상’이라는 새로운 명상법을 개발하고 그 효과도 검증한 논문 ‘가정폭력쉼터여성을 위한 글쓰기명상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성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가정폭력 쉼터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은인이에요. 새로운 명상법을 체험하고 효과를 검증해 준 산 증인들이니까요. 그 때 만난 사람들 중에 뇌리에 강하게 남은 분이 있어요. 이분은 어렸을 때부터 친부에게 성폭력을 당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이어지던 폭력에 견디다 못한 나머지 결국 가출을 하고 이후 혼자 살아왔다고 해요. 성인이 된 후에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지만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가 강하게 남아 결혼생활에 지장이 많았어요. 다툼이 있을 때마다 남편에게서 친부의 모습이 투영돼 보였대요. 가정폭력을 경험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가정폭력 쉼터에서 저와 만나게 된 거죠.”
“이분의 마음을 치료할 때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 자신의 마음 상태를 성찰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였어요. 대개 피해자는 폭력당한 순간을 의도적으로 외면해요. 정작 잊지도 못하는데 고통스러우니까 애써 피하는 거죠. 그러나 자신이 살아온 과거를 하나하나 되짚어보는 것이야말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첫걸음이에요. 그래서 기억을 되살리고 반복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게끔 명상 교육을 실시했죠. 자신과 직접 마주하면서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도록 말이죠.”
“폭력당한 자신을 온전히 인정해야만 비로소 스스로 피해 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돼요. 이분도 그랬어요. 스스로를 인정하고 피해 의식이라는 족쇄를 떨치자 사람이 달라지더군요. 인상이 밝아지고 성격도 쾌활해졌어요. 얼마 전 이분의 소식을 전해들으니 창원에서 사업을 시작했대요. 그리고 상담심리학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명상을 통해 스스로를 가뒀던 어둠 속에서 밝은 세상으로 뛰쳐나온 것 같아 마음이 참 따뜻해졌습니다.”
명상, 일상과 분리 불가능…평상시 글쓰기 등 침묵 속 집중 통해 마음 살피기 중요
김 사장은 사람들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명상이 아니었으면 경험해보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명상은 김 사장에게 타인을 돕는 소중한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스스로를 위한 도전에 나서도록 부추기기도 했다. 과천시설관리공단 이사장과 과천도시공사 사장 등 행정가로서의 길을 걷게 되면서다.
“과거 의정 활동이 저와 잘 맞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공단 이사장·공사 사장 자리도 비슷하리라 생각해 수차례 거절했죠. 그러던 중 문득 ‘수행자의 마음가짐을 통해서라면 조직 내 최고위직을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명상을 해보면 알게 되지만 일상과 수행은 분리할 수 없어요. 명상은 따로 시간을 내서 하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거거든요. 수행을 통해 이사장직·사장직을 잘 해내보자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죠.”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해요. 직원들과의 관계를 증진하면서도 업무 효율은 높여야 하죠. 그러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에요. 그래서 명상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을 통해 진정으로 조직을 위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으니까요. 덕분에 2018년부터 맡아온 리더 자리에 걸맞게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요.”
김 사장은 매일 두 번 스스로의 호흡을 관찰한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 3분 동안 숨쉬는 스스로에게 온전히 집중하면서 주어진 삶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어서다.
“인간은 한 번 숨 쉬면 3분 정도 밖에 살지 못해요. 3분 안에 숨 쉬지 못하면 죽는거죠. 음식이나 물을 먹지 못해도 꽤 오래 살 수 있는 것과 달리 숨 쉴 수 있는 공기가 없다면 인간은 더 이상 삶을 영속할 수 없어요. 그렇기에 공기가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죠.”
“우리를 살아있게 해주는 공기 외에 나머지는 전부 찾아온 것들이에요. 주어진 게 아니고 당연한 게 아닙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우리를 찾아온 것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 같아요. 돈, 옷, 음식 등 물질적인 것만 좇고 정작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은 망각하고 있어요. 명상을 통해 스스로의 호흡을 관찰해 보세요. 숨 쉬는 자신을 보면서 살아있음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자연스레 물질적 욕구도 서서히 줄어들게 될 거예요.”
김 사장은 글쓰기도 추천했다. 글쓰기를 위해선 반드시 침묵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침묵 속에서 글쓰기에 집중하는 것은 인생을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말한 김 사장은 글쓰기가 명상과 똑 닮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이 명상을 어렵게 여기거나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라 생각하죠. 그러나 명상은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요. 글쓰기뿐만 아니라 차를 마시거나 음악을 들으며 집중하는 것도 명상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명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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