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생존 활동이에요. 어떤 직업과 직종에 있든 본인이 속한 분야에 대해 공부한다는 것은 평생 해야 할 일이죠. 물론 공부는 어렵지만 세상의 많은 선택지 중에서 스스로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게 됐을 때, 그때의 행복지수는 굉장히 높을 겁니다.”
종로학원은 1965년 4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에서 설립된 국내 최고·최장수 학원이다. 설립자 정경진 회장은 최고의 명문고인 경기고등학교 교사 출신들을 중심축에 뒀다. 종로학원 초창기 강사 중에는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 상산고등학교 이사장도 있었다. 종로학원은 70년대 서울대 합격자를 최다 배출하면서 국내 최고의 대학입시·재수학원으로 자리매김 했다.
스카이데일리는 55년의 전통을 가진 종로학원의 교육 철학은 무엇인지, 공부란 무엇이며 왜 해야 하는지, 대한민국의 현 교육 주소는 어디인지 등을 듣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소재한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의 집무실을 찾았다.
공부는 미래의 선택지를 넓히는 과정… “자신의 행복지수와 직결되죠”
기자 일행이 종로학원 강남 본원을 찾았을 때는 수능이 가까워진 시기여서 임 대표는 여러 언론사 등에 통화로 자문을 주고 있었다. 통화를 마치고 기자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던 그에게서 호방한 리더의 모습이 풍겼다.
“원래는 롯데에 있다가 1996년도에 종로학원이 전국 체인을 넓히고 사업다각화를 하는 등 종로엠스쿨을 설립하면서 들어오게 됐어요. 종로학원은 1965년 현대카드의 정태영 부회장의 아버지인 정경진 설립자께서 만드셨죠.”
“저는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했어요. 예를 들어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이후 하는 출구조사를 응용해서 수능 직후의 가채점 결과 분석 설명회를 처음 시작 한 것이 그렇죠. 지금은 모든 학원이 가채점 답안을 내놓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가채점 시스템의 첫 개발자는 바로 접니다.”
본 기자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 가답안을 찾아 가채점을 했던 기억이 났다. 가채점 시스템을 처음 개발한 사람을 눈앞에서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임 대표는 종로학원에서 만 25년을 재직하며 기억나는 일화를 들려줬다.
“종로학원은 공부를 잘하는 애들만 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학습 여건이 안 돼 공부 환경을 갖추기 어려운 학생들도 장학 사업으로 지원하고 있어요. 장학사업 중에서 기억나는 일화는 종로학원 설립 당시 수학 교사로 함께 했던 홍성대 상산고등학교 이사장께서 지금으로부터 5년 전, 토요일에 갑자기 만나자고 하셨죠.”
“그래서 홍 이사장을 뵀더니 한 여학생을 데리고 왔어요. 홍 이사장께서 그 학생을 종로학원에서 기숙형 학습을 시켜달라고 부탁하셨죠. 알고 보니 그 학생이 북한에서 온 새터민이더라고요. 그 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홍 이사장께서 절반의 비용을 부담하시고 학원 측에서 나머지 비용을 장학금으로 지출했어요. 결국 그 학생은 교대에 진학했고 지금은 교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그 당시 굉장히 보람 찼던 기억이 납니다.”
임 대표의 이 이야기는 교육자의 역할이 한 사람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 임 대표에게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에 관한 철학을 들어봤다.
“공식적으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간 공부를 하죠. 하지만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생존’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직업이든 간에 본인이 속한 분야에 대해 공부는 평생 해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이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라면 ‘미래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어요. 본인이 공부를 함으로 인해 여러 분야에 대한 선택지가 다양해질 수 있죠. 물론 많은 선택지 중에서 그 선택이 반드시 실패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공부하는 과정은 힘들고 어려울 수 있지만 그 많은 선택지 중에서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면 그 행복지수는 반드시 높을 테죠.”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당연하면서도 난해한 질문일 수 있었다. 하지만 임 대표는 그의 공부에 관한 철학을 자신 있게 풀어나갔다. 그는 이어지는 기자의 ‘대학에 꼭 갈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소신 있는 답을 이어나갔다.
“대학을 가는 것이 정답은 아니에요. 초·중·고의 정규 교과 과정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것은 그나마 교과 공부가 20대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죠. 다만, 대학에 가야 한다는 이유도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더 많은 선택지를 확보하기 위함이에요. 대학 진학 자체는 스스로 가고자 하는 진로분야와 일치하도록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죠.”
“대학 진학 후, 전공을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그 당시 시점과 선택으로 봤을 땐 최선의 결정을 한 것이에요. 그래서 대학이 꼭 필요하냐 아니냐는 질문에 앞서 ‘왜 대학을 나온 사람이 많을까’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어요. 다만, 하기 싫은 공부를 하고 가기 싫은 대학교를 진학하는 것은 스스로의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일이니 대학 진학을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지요.”
건강검진 받듯 공부도 진단 받아야… 공교육, 맞춤식 교육제도 필요
임 대표는 공부에 대한 철학을 설명하면서도 대한민국 교육정책에 대해 우려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그는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현 주소에 대해 “정치인들의 조급성이 학생들을 교육정책의 실험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는 정치적인 개념을 교육정책에 과도하게 적용시키려는 ‘정치인들의 조급성’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무르익지 않은 교육정책이 남발되고 학생들이 교육정책의 실험대상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워요.”
“정치인들이 과거의 교육정책들은 잘못됐다면서 서둘러 단정지어버리고 새로운 교육정책을 생산해내는 것만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가 문제에요. 진지하게 숙성된 교육정책이 없어요.”
“교육정책을 수도 없이 변화시켜도 여전히 아이들은 본인에게 맞는 진로와 적성을 못 찾아서 고통스러워하고 어느 대학을 가든 결국 학생들은 대기업과 공무원 시험으로 몰려가고 있죠. 이런 사회적인 흐름 자체가 이어지는 이유의 핵심은 섣부른 교육정책 남발이라고 볼 수 있죠.”
임 대표는 교육정책을 주관하는 정부를 향해 예리한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는 교육자답게 경제학의 시초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인용해 현 교육정책은 ‘보이는 손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교육 정책의 남발은 아이들만 힘들게 해요. 아이들이 무엇인가 정신적으로 지지되는 부분이 있어야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할 텐데 ‘어차피 나는 부러진 사다리다’라고 너무 일찍 받아들이고 있어요. 정부는 교육만큼은 가만히 뒀으면 좋겠어요. 나쁜 정책은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고 좋은 정책은 더 훌륭한 정책으로 자리매김 돼요. 경제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흘러가듯 교육도 보이지 않는 손에서 내버려두면 어떨지 생각하는데 현재 정책은 ‘보이는 손’이 너무 많은 실정이죠.”
그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의 7년 동안 ‘시험’이 너무 없다는 것도 교육제도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임 대표는 시험을 ‘건강검진’에 비유하며 시험으로 학생들의 개별적인 문제점을 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는 그의 교육적 신념과 교육적 혜안은 참교육자의 면모를 나타내고 있었다.
학생시절 강요에 의하지 않은 후회없는 공부하길 바라
“초등학교와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약 7년 동안 시험이 너무 없어요. 이것은 7년간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것과 같죠. 건강검진 문진표와 검사 이후의 진단처럼 해당 학생의 문제와 학습적 미비점 등을 시험으로 파악해야 해요. 공부를 잘하건 아니건 간에 아이들만의 강점을 찾을 수 있도록 맞춤식 교육으로 공교육 안에서 진행돼야 하죠.”
“하지만 지금 공교육은 저물고 있고 오히려 아이들이 학교 바깥에서 조력을 받고 있어요. 이런 상황이 돈 있는 사람만 아이를 잘 키우고 돈 없는 사람은 아이를 못 키운다는 우려를 낳는 것이죠. 학교가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지금이라도 국가기관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진단해야 합니다. 국가에서 건강검진을 받도록 장려하듯 학생들도 교육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임 대표는 아이들이 후회 없는 삶을 살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런 그의 말을 들으면서 기자도 다시는 오지 않을 10대와 20대 초반의 그 풋풋하고 그리운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때 임 대표 같은 교육자가 내 주변에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생겼다. 임 대표의 이 같은 교육철학은 아이들을 향한 ‘사랑’에 있는 듯 보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이어가며 교육자로서의 소명을 다 할 것을 다짐했다.
“인생의 첫 발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20년, 30년이 지나더라도 후회 없는 공부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다시는 오지 않을 중요한 시기에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든지 아니면 누군가의 강요로 공부를 할 거라면 애초에 공부할 생각을 하지 말고 다른 길을 찾기 바란다고 단호히 말하고 싶어요. 힘든 세상을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 훗날 어른이 됐을 때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했다며 본인의 값진 모습을 기억에 남겼으면 좋겠어요.”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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