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시대와 ‘747공약’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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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공약(空約)’과 ‘공약(公約)’

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2-16 00:02:58

지난해와 올해 2년간은 주식투자자들에게 쉽게 잊지 못할 시간으로 남을 것이다. 지난해 초 2200선을 넘나들던 코스피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3월 들어 2000선이 무너진데 이어 3월 19일 하루만에 133.56p(8.4%)나 폭락하며 10년 8개월 만에 최저치인 1457.64를 기록했다. 이는 하루 낙폭으로 사상 최대치로 이날 시가총액은 90조원이나 증발해 10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불과 1년 3개월이 지난 올해 6월 25일, 코스피는 장중 한때 3316.08를 기록했다. 이어 7월 6일에는 3305.21로 장을 마감하며 새 역사를 썼다. 1년 사이에 지수가 2배 반 가까이 오르며 그야말로 지옥과 천당 사이를 ‘롤러코스터’를 타고 오간 것처럼 움직였다.

최근 대권주자 중 한 사람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주가지수 5000시대’ 발언을 한 것이 화제다. 이 후보는 13일 경북 포항 죽도시장에서 한 즉석연설에서 “이재명에게 대통령을 맡겨주시면 주식시장에서 주가조작 사범들을 철저히 응징하고 펀드 사기를 엄중 처벌해 공정한 주식거래를 통해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너무 저평가돼 있는데, 그 이유는 주식시장에서 주가조작하고 장난치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며 “공정 질서를 만들어 주식시장을 신속하게 정상화해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겠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이번 발언은 과거 2007년 대선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가 내세운 ‘747공약’을 연상케 한다. 매년 7% 성장으로 10년 내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해 세계 7대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장밋빛 공약’이었다. 당시에는 기업인 출신 대통령 후보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한민국 경제의 비전을 제시한 공약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해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는 등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세계 경제는 얼어붙었다. 1500선을 오르내리던 코스피 지수는 900선까지 급락했다. 결국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2년만인 2010년 2월 정부는 ‘비전 2020’을 수립한다면서 사실상 ‘747공약’을 폐기했다.

문제는 ‘747공약’이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었다는 점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우리나라의 장기성장률은 4%대였다. 그런데도 저유가·저금리·저달러의 ‘3저’로 인한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이르는 고도성장기의 성장률에 비견됨직한 7%대 성장률을 내세운 것이다. 공약을 내놓은 이명박 후보마저 “7위는 문자 그대로 목표다”라며 실현 가능성은 기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한 표라도 더 받기 위해 ‘공약(空約)’을 내놨다는 걸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애초에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이명박정부 시절에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이 후보가 내놓은 공약 중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포퓰리즘성 공약’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후보는 자신이 집권하면 임기 안에 청년 700만명에게는 연 200만원, 그 밖에 전국민에게는 연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했다. 이렇게 될 경우 약 50조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간다.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지난 2월에는 담당 기관인 금융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시중은행들에게 신용도와 상관없이 1인당 500~1000만원을 10년간 연 3% 금리로 빌려주는 ‘기본대출’ 상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후보 캠프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연 2.8% 금리로 1000만원을 대출해주는 공약과 소득수준이 연 5000만원 이하인 20대에 소득세를 걷지 않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정작 이를 비판해야 할 야당은 ‘손실보상 100조원’을 제안하면서 포퓰리즘 정서에 편승하고 나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나라는 선진국 반열에 들었는데 정치권은 국민들을 아직도 과거 ‘막걸리 선거’ 시절 수준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여러 차례 추경을 통해 지원된 손실보상 예산을 다 합치면 22조원에 달한다. 내년 말 국가채무는 1060조원이 넘을 전망이 나오는데 ‘추경 100조원’이라는 목표가 가능한 액수인지 의문이다. 만일 100조원의 국채를 발행하면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 후보는 “국가부채비율이 100%를 넘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대한민국은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가 빚을 내기위해서는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하고, 이는 국고채 금리 및 이와 연동된 가계대출 금리를 포함한 시장금리를 상승시켜 국민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결국 국가의 빚 증가는 금리 상승을 통해 국민의 이자부담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이번 대선에서 당장 귀에 듣기 좋은 달콤한 공약(空約)이 아닌 제대로 된 ‘공약(公約)’을 봤으면 한다.

한원석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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