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집요한 전화통화 시도에 대해 상대방이 받지 않았다면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었다. 국회에서는 이에 대해 스토킹 처벌법 개정에 나섰다.
12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복해서 부재중 전화를 시도한 것에 대해서도 스토킹 범죄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8일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발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최근 법원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스토킹 행위를 소극적으로 해석해 가해자가 여러 번 전화를 걸어 피해자가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꼈음이 명백함에도 피해자가 수신 거부해 전화를 받지 않은 경우는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안에는 “이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스토킹 행위와 관련해 상대방이 물건 등의 송신을 인지한 경우도 도달한 것으로 보아 피해자가 수신을 거부한 경우에도 스토킹 행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는 개정안 제안 이유가 담겨 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 의원은 “스토킹 피해자가 전화를 피하는 이유는 공포와 불안감 때문인데 전화를 피해서 가해자가 무죄를 받는 상황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집요한 연락을 무서워서 피한 경우에도 가해자를 스토킹범으로 처벌할 수 있게 개정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성만 민주당 의원도 반복해서 전화 통화를 시도하는 행위 자체를 스토킹으로 처벌하는 내용의 유사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반복해서 글·음향 등을 도달시키려고 시도하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의원은 “스토킹 처벌법을 만든 취지가 있는데 (법원의) 경직된 법 해석이 아쉬웠다”며 “유사한 피해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미비한 법안을 빨리 보완하는 게 국회의 책무”라고 밝혔다.
앞서 인천지법에서는 집요한 전화 통화에도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은 부재중 통화 시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판례가 나왔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는 헤어진 연인에게 하루 4시간, 10여 차례 전화를 시도한 50대 남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정 판사는 피해 여성이 가해 남성의 전화를 받지 않은 점에 주목해 부재중 전화는 현행 스토킹 범죄 요건인 ‘물리적 접근, 직접적 도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재판부는 2005년 선고한 대법원 판례를 무죄의 근거로 들기도 했다. 당시 대법원은 “상대방 전화기에 울리는 ‘벨 소리’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송신된 음향이 아니다”며 “반복되는 벨 소리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줬더라도 법 위반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인천지법 형사 10단독 현선혜 판사도 전 남자친구에게 부재중 전화 수십 통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10대 여성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이 재판에서 재판부는 역시 상대방이 받지 않아 벨 소리만 울렸던 ‘부재중 전화’에 대해 스토킹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스토킹 처벌법의 입법 목적을 간과하고 스토킹을 정의한 법 규정을 지나치게 법 기술적으로만 해석해 피해의 맥락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며 “스토킹의 범위를 너무 협소하게 규정해 실제 일어나는 스토킹 행위를 포괄하지 못하는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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