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민들이 안전을 이유로 택배 차량의 아파트 지상 출입을 금지해 차량 높이를 놓고 택배원과 마찰을 빚는 이른바 ‘택배 대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아파트 출입구 높이와 관련된 법 개정 이전에 분양 허가를 받은 신축 아파트가 많아 이 같은 문제가 끊이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4일 경기 수원 팔달구 소재 힐스테이트푸르지오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가 결정한 ‘긴급차량 외 모든 차량의 단지 내 지상 운행 금지’가 이달 1일부터 시행되면서 택배차량이 아파트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택배사 측은 세대별 배달이 불가능하다며 아파트 정문 앞에 매일 택배상자를 쌓아놓고 있다.
2500세대 규모의 해당 아파트는 이달 3월 입대의 회의에서 입주민의 보행 안전을 위해 소방·구급차 등 긴급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지상 통행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안건은 이달 1일부터 시행됐다.
입대의는 택배사에 지하주차장(입구 높이 2.5m)을 이용해 달라고 안내했으며, 택배 차량 유도 표시에 따라 움직이면 차고 2.5m, 그 외 노선은 2.3m까지만 운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대의는 해당 아파트 지하주차장 설계 당시 2.3m였던 지하주차장 높이를 시공 과정에서 일부 구간 2.5m로 높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택배사 측은 대부분의 차량이 차고 2.5m를 초과해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행이 가능하려면 저상 차량을 사용해야 하지만 높이 개조 비용만 수백만 원에 달해 비용에 대한 부담과 배송 과정에서 낮은 천장 높이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 및 작업 불편 등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진·롯데·CJ·로젠 등 국내 택배사들이 소속돼 있는 수원택배대리점연합이 지난달 27일 입대의에 공문을 보내 상생방안을 촉구했지만 안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대의의 입장에 따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택배 중단이라는 대란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입주민-택배사 간 출입문 갈등은 매년 전국 곳곳 단지에서 반복 발생하고 있다.
2018년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택배사 간 대립이 처음으로 이슈화돼 세간의 화제가 된 바 있다. 2020년 인천 송도국제신도시의 아파트 단지에서도 관련 문제가 발생해 택배기사들이 운송을 거부하는 일이 있었다.
2021년에도 서울 강동구 고덕동 소재 신축 아파트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정부가 2018년 다산신도시 아파트 택배 대란 이후 지상공원형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높이 규정을 기존 2.3m에서 2.7m로 상향하는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최근 지어진 신축 아파트의 상당수가 법 시행(2019년) 이전에 설계 허가를 받아 관련 법 적용을 받지 않았다.
특히, 공원 등 아파트 커뮤니티시설에 대한 입주민의 니즈(needs)가 최근 더욱 커지면서 향후 몇 년 사이 입주할 예정인 단지들, 즉 2019년 이전 설계 허가를 받은 단지를 중심으로 택배 관련 갈등이 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갈등이 결국 입주민·택배기사 모두에게 전가되는 만큼 서로 양보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수원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최근 입주 아파트들은 대부분 ‘차 없는 단지’와 아파트 커뮤니티시설 발달 등 입주민의 수요 변화에 따른 단지들이 많아 관련 갈등 발생 빈도도 점차 잦아지고 있다”면서 “전동카트 도입·특정 시간대 배송·운행속도 규정 등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양측이 서로 입장을 내려놓고 대화하는 자세가 중요하며 지자체 역시 중재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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