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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앞두고 가자의 하마스 보안군과 가자 유력 부족 간 총격전으로 사망자가 최소 27명~70명에 이른다는 소식이다. 12일(현지 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전날부터 가자지구 통제력을 되찾고자 나선 하마스의 보안군과 하마스에 대립해 온 두그무시 가문 무장 조직원들은 격렬한 교전을 벌이다 각각 8명과 1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군 철수 이후 가자에서 벌어진 가장 심각한 사태로 평가된다.
미국 폭스뉴스가 두그므시 측 52명 등 총 70명 사망을 보도한 가운데, BBC방송은 300명 이상의 하마스 대원이 가자지구 남부의 텔 알하와에서 두그무시 가문의 주거 지역을 급습해 총격전 속에 주민 수십 가구가 거처를 떠나 피신한 상황을 전했다. “이번엔 이스라엘 공격이 아니라 동족에게서 도망친 것”이라는 주민의 하소연, 가자 내 유력 가문인 두그무시가 오랫동안 하마스와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이미 여러 차례 하마스와 충돌한 바 있음도 BBC가 짚었다.
양측이 충돌 촉발의 원인을 두고 서로 비난 중이다. 하마스에선 가자지구 내무부 역할을 하는 두그무시 출신 무장대원들이 하마스 보안군을 죽이거나 다치게 했기에 작전을 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두그무시 가문 측에선 집안 사람들이 피란처로 삼은 옛 요르단병원 건물을 하마스가 장악해 기지로 사용하기 위해 무력을 썼다고 반박한다. 이스라엘군 철수 후 하마스 대원 7000명에 소집령이 내려졌다는 내부 소식통 전언과 “질서 회복에 노력 중” “저항의 틀을 벗어난 모든 무장 활동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는 하마스 내무부 경고도 주요 외신을 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휴전1단계 합의에 따라 2023년 10월7일 가자지구로 끌려가 억류돼 온 인질 전원을 13일 정오까지 풀어줘야 한다. 생존 인질 20명과 팔레스타인 죄수 2000명의 교환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AP·가디언 등 서방 주요 외신들과 알자리라 등 중동 매체들 모두 현지 시간 13일 월요일 오전 합의가 실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직전 인질들이 가자 내 특정 지점으로 이동했다는 알자리라 뉴스도 인용됐다.
이스라엘타임스에선 이스라엘군이 떠나고 지하 땅굴 등에 잠복해 있던 하마스가 가자 거리로 복귀한 후 자신들에 맞서거나 반대하는 세력을 추적·진압하는 움직임에 주목했다. 지도부 분열, 주민 저항, 외부 압박 등이 뒤얽혀 강경파가 길게 버티긴 어려울 전망이다. 가자 내 무장 조직들 간 갈등과 주도권 싸움은 일찍부터 감지됐다. 지난 2년간 이스라엘과의 전면전 혹에 하마스는 지도자와 전투원 대부분을 잃었으며, 3월엔 주민들의 ‘하마스 퇴진 요구’ 시위 등 팽배한 내부 불만이 표출된 바 있다.
한편 앞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 끝”을 선언했다. 이날 이스라엘·이집트 방문길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서 취재진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아직 전쟁 종료까진 언급하지 않았다’며 의견을 묻자 이렇게 응수했다. 트럼프는 “(중동분쟁이란) 수 세기 지속된 일이다. 사람들 모두 정말 지쳤다”고 요약하곤 “휴전은 유지된다. 국제평화군이 훌륭한 강력한 지원 역할을 일부 하게 될 것”임을 단언했다. 이어 가자 재건을 지원할 국제관리기구인 평화위원회 역시 “매우 빠르게 구성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13일 오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인질들 가족을 만나고 오후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개최되는 중동 평화 기념식에 참석한다. 이때 가자 휴전합의 공식 서명식 등이 이뤄진다. 다만 2단계(하마스 무장 해제, 이스라엘군 단계적 철수, 팔레스타인 민간정부 수립 등) 논의 전망이 낙관적이진 않다. 핵심 중재국인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는 12일 공개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당사자 양측 모두 포괄적 합의엔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말했다.
10일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아랍·유럽 외무장관들과 회담한 직후 응한 이 NYT 인터뷰를 통해 알사니 총리는 “우리 중재국들이 포괄적 협상을 고집했다면 이런 결과(인질-수감자 맞교환 합의)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신속한 인도적 조치를 위해 실현 가능한 목표에 일단 집중했음을 강조했다. 하마스 측의 큰 변화를 시사한 인터뷰 대목도 주목된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는 관계를 논의할 용의”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멸절’이 기본 원칙이자 궁극 목표였던 기존 태도와 대비된다.
또 알사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전쟁 재개 금지를 보장한다’는 전제 아래 하마스의 부분적 무장 해제를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일부 중재국 입장을 전하면서 하마스가 무장 해제 시 누구에게 무기를 넘길지를 중요 쟁점으로 짚었다. 외부 세력 아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무기를 건넬 경우 단일국가 건설 동참의 의사 표명이 되기 때문이다.
중재국들은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이 이스라엘에 전쟁 정당성을 부여하는 약점으로 작용한다며 합의 거부 시 정치적·외교적 지원을 끊겠다고 최후 통첩을 한 상태다. 국제적인 고립 위기와 가자 내부 여론 악화 속에서 하마스가 마지막 카드인 인질을 내어주는 ‘거래’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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