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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공방으로 13일 아수라장이 됐다. 조 대법원장이 인사말 후 관례에 따라 퇴장하려 하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위원장이 그를 ‘참고인’ 신분으로 전환하며 질의를 강행했고, 국민의힘은 “대법원장 감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첫 질의에 나선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윤석열 정부는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해 친일 보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조희대 교수를 낙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승만과 박정희를 역사의 공로자로 평가해 친일 역사관 논란을 일으켰다”고 비판하며, 조 대법원장의 얼굴을 일본 전범 도요토미 히데요시 초상화에 합성한 사진을 꺼내 들었다.
사진 아래에는 “조요토미 희대요시”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최 의원은 이를 들어 보이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조 대법원장을 추천한 사람은 김건희 여사 계부 김충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윤석열 정권이 조 대법원장을 임명한 건 대한민국 대법원을 일본 대법원으로 만들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며 강제징용 재판과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사건을 언급, “이재명 대통령 사건은 이틀 만에 파기환송한 반면, 정권에 불리한 사건은 지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발언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즉각 반발하며 국감장은 고성으로 뒤덮였다. 신동욱 의원은 “대법원장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라고 항의했고, 나경원 의원은 “이게 헌정사상 전무후무한 망신 국감”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며 소란이 커지자, 한동안 회의는 중단됐다.
추미애 위원장은 “대법원장이 증인으로 선서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고인 자격으로 질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국민의힘은 “참고인 전환은 본인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대법원장을 사실상 감금한 셈”이라고 맞섰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명분이 없으니까 참고인 신분으로 억지로 질의를 강행하는 것 아니냐”며 “결국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방어하기 위한 정치쇼”라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대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국민이 의문을 갖고 있다”며 “그 의혹을 해소하는 게 사법부의 책임”이라고 반박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모든 질의에 입을 굳게 다문 채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추 위원장이 질의권을 부여해도 별다른 답변 없이 착석한 채 회의를 지켜보다가, 국감이 잠시 중단된 오전 11시 38분경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떠났다.
그가 회의장을 빠져나가자 취재진이 몰리며 복도가 혼잡해졌고, 최혁진 의원은 “이석하지 말라”고 외치며 ‘친일사법 사법내란’이라고 적힌 패널을 들고 따라붙었다. 조 대법원장은 끝내 아무런 발언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국회를 떠났고, 법사위는 이후 정회됐다가 오후 재개됐으나 여야 간 감정의 골은 깊게 남았다.
국민의힘은 “사법부의 독립을 짓밟은 폭거”라고 비난했고, 법조계 일각에서도 “헌정사상 초유의 사법 수장 모욕 사건”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SNS를 통해 “사법부 수장이 완장 찬 정치 폭력배들에게 인질로 잡혀 조리돌림당하는 21세기판 인민재판이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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