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나이스가 치열한 렌탈 시장에서 기술의 근본에 충실한 알짜 성장의 궤적을 그리고 있다.
정수기 렌탈 시장이 계정 수 확대와 가격 경쟁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청호나이스는 필터·수처리·제빙·위생 기술을 축적하며 생활환경가전 기업으로 체질을 강화하고 있다. 얼음정수기 원조 기업이라는 상징성에 더해 관계사 제조 기반과 홈케어·B2B·글로벌 사업 확장이 맞물리며 기술형 중견기업의 저력을 보여준다.
33년 흑자로 확인한 내실
청호나이스의 강점은 깜짝 외형 확대가 아닌 1993년 이래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이어진 흑자 체력에서 확인된다. 렌탈 시장의 경쟁 심화와 대기업 진입, 소비 트렌드 변화에도 수익성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단순 렌탈사업자와 다른 내실형 성장 모델을 보여준다.
최근 실적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5년 청호나이스 연결 매출액은 5102억7827만원, 당기순이익은 567억1162만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3817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25년 5000억원대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익률은 12.9%로 국내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을 훌쩍 넘기며 효율적인 경영체계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제한적 데이터이나 잉여현금흐름 역시 155억원에 달해 렌털 비즈니스의 수확기에 순항중임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2025년 말 연결 기준 이익잉여금이 약 423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제품 개발과 서비스 고도화, 해외시장 확대를 추진할 수 있는 재무적 체력 즉 다음 성장 여력까지 비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수기의 본질은 필터와 수처리
기술형 중견기업으로 청호나이스의 강점은 정수기 내부 기술에서 뚜렷하다. 정수기는 외관보다 물을 걸러내는 필터와 수처리 성능이 본질이다. 이 점에서 청호나이스와 관계사로 이어지는 필터·부품 제조 기반은 렌탈 영업력에 기댄 업체들과 큰 차별점이다.
수처리 전문기업 마이크로필터는 청호나이스 기술 생태계를 설명할 때 빼놓기 어렵다. 마이크로필터는 필터 내부 찌꺼기까지 배출하는 역세척 특허 기술을 비롯해 고성능 5단계 정수 필터 시스템 등 수처리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과 멕시코 등에 독자적인 해외 제조 법인을 두고 전 세계로 필터를 수출하고 있으며 2024년 12월 청호나이스와 마이크로필터는 나란히 무역의 날에 3천만불 수출의 탑을 함께 수상했다.
정수기 시장의 경쟁이 단순 출수 방식이나 디자인을 넘어 물속 유해물질 관리 기술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와의 차별점이자 도드라진 강점이다.
소재 부품 중심의 엠씨엠 역시 핵심 생산라인으로 청호나이스의 중요한 밸류체인으로 기능한다. 엠씨엠 역시 사내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437억원에 달할 만큼 재무건전성이 탄탄하다.
청호나이스의 외형은 마이크로필터와 엠씨엠을 함께 보면 정수기 필터와 수처리 부품, 완제품 판매와 렌탈로 이어지는 기술·제조 기반이 더 선명해진다.
2025년 기준 마이크로필터 연결 매출은 1983억5880만원, 엠씨엠 개별 매출은 894억1675만원, 청호나이스 연결 매출 5102억7827만원을 더하면 3사 단순 합산 매출은 약 7980억원 규모다. 내부거래 약 346억원을 차감하면 외부 시장에서 창출한 실질 매출 규모는 약 7635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숫자는 청호나이스를 단순 렌탈기업으로 과소평가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필터·수처리·부품 제조 관계사와 함께 움직이는 밸류체인을 감안하면, 청호나이스는 정수기 기술 생태계의 중심 기업이다.
제빙·위생 기술로 만든 프리미엄
청호나이스의 기술 이미지를 만든 출발점은 얼음정수기다. 정수·냉수·온수 기능에 제빙 기능을 결합하며 프리미엄 정수기 시장을 개척했고, 이후 커피얼음정수기와 소형 얼음정수기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하나의 증발기로 만들어낸 냉수·제빙 일체형 시스템과 침지식 쾌속 제빙기술, 냉수순환 자원 회수 메커니즘 등 제한된 공간 안에서 안정적으로 얼음을 만들고, 냉수와 온수를 함께 제공하며, 유로와 코크·저장부 위생을 유지하는 복합 설계는 청호나이스가 내세우는 차별점이자 강점이다.
올해 출시한 소형 얼음정수기 ‘더 엠(The M)’은 이러한 노하우가 결합한 엔지니어링의 결과물이다. 실제 다른 소형제품과 차별화된 점은 1일 최대 제빙량 6.7kg(772알)에서 드러난다. 크기를 줄이면서도 얼음정수기의 본질인 제빙력과 사용성을 함께 강화했다는 점은 청호나이스의 기술 방향성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커피얼음정수기 ‘에스프레카페’도 같은 맥락이다. 물을 걸러내고 얼음을 만들며 커피까지 추출하는 복합가전으로, 정수기를 단순 생활가전에서 홈카페 플랫폼으로 확장한 사례다. 이는 청호나이스가 정수기 기업에 머물지 않고 생활환경가전 기업으로 보폭을 넓히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홈케어·B2B·글로벌로 넓어지는 반경
청호나이스는 공기청정기, 비데, 매트리스, 안마의자, 홈케어 서비스 등 생활환경가전 영역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정수기에서 쌓은 필터·위생·관리 기술이 공기와 수면, 생활 위생 관리 서비스로 확장되는 구조다.
필터기술을 그대로 녹여낸 공기청정기는 그룹 내 소재 전문성의 정점인 M&T엔지니어링(엠씨엠과 일본 도레이의 합작법인)의 에어필터 기술이 그대로 이식됐다. 비데 역시 정수필터와 유로 및 코크 항균기술이 내재되어 있다.
매트리스 정기케어서비스 역시 장비에 일부 필터가 사용되는 등 자사의 원천기술을 활용한 사업확장영역이다. 치열한 경쟁 속 홈케어 서비스 시장에서도 차별성을 제시하는 대목이다.
B2B 시장도 중요한 성장축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경로당, 교육기관, 사무공간 등 다중이용시설은 일반 가정보다 위생과 내구성, 대용량 성능 요구가 높다. 청호나이스는 대용량 얼음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법인 전용 제품을 앞세워 단체시설 수요를 공략하고 있으며 2025년 B2B 렌탈 실적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해외시장 역시 북미(미국)를 핵심 거점으로 삼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창립 이듬해인 1994년부터 해외 판매루트 확보에 뛰어든 이후 현재 66개국에 정수기와 부품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대형 제빙기 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 일일 제빙량이 무려 18kg인 얼음정수기 슈퍼 아이스트리를 중심으로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 좁은 주방 환경을 가진 싱가포르에서는 직수형 정수기를 중심으로 수출 드라이브를 걸었다. 얼음 소비가 많은 시장에서는 대용량 제빙 기술이, 수질 민감도가 높은 시장에서는 필터와 수처리 기술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호나이스가 국내 렌탈 경쟁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성장축으로 삼을 수 있는 이유다.
렌탈 시장은 더 이상 계정 수 경쟁만으로 순위를 매기거나 기업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 해약률과 연체율에 따른 렌탈자산폐기손실·렌탈채권 대손위험 등 기업 평가를 위한 수치보다 어떤 기술로 고객을 묶어두고, 어떤 제품 경쟁력으로 재계약을 이끌어내며, 어떤 제조 기반으로 수익성을 지켜내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청호나이스가 쌓아온 필터·수처리·제빙·위생 기술은 이 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기초적인 경쟁력이다. 기술과 제조, 서비스의 균형을 기반으로 한 청호나이스의 단단한 성장 방식이 렌탈 격전지에서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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