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서초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배후 상권은 과거 강남권 대표 유흥지로 명성을 떨쳤다. 각종 유흥업소의 대표적인 수요층은 남부터미널 유동인구와 인근 직장인들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회식 분위기가 크게 줄고 김영란법이 시행 되면서 이곳 유흥업소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강남의 대표적인 유흥지로 손꼽혔던 서울 서초동 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배후상권이 침체의 나날을 겪고 있다.
이곳은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부터 교대입구교차로 일대 조성된 상권으로 과거부터 안마방, 유흥업소, 노래방, 모텔 등이 즐비한 곳이다. 낮이면 식당가가 주를 이루지만 해 저물 무렵부터 속속 간판에 불이 켜지기 시작하면서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상권은 심평원 등 인근 사무실 직장인들과 남부터미널을 찾는 유동인구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심평원이 강원원주혁신도시로 옮겨가고, 유관 업체들도 속속 이탈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상권이 약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심평원 이전 후 침체 ‘김영란법’ 결정타…평일임에도 모텔 주차장 ‘가득’
인근 상인들은 정확히 특정할 수 없지만 최근 수년간 점차 영업이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퇴근 무렵이면 거리를 메웠던 넥타이부대들이 눈에 띄게 줄었고 회식문화 또한 점차 검소해지면서 매출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특히 심평원이 지난해 12월 강원원주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타격이 컸다. 1800여명 직원들 중 2/3가 빠져나갔다. 오는 2018년 심평원 본사 인근에 완공 예정인 2청사마저 지어질 경우 잔여 인원도 모두 원주로 이동하게 될 예정이다.
▲ 기자가 만난 노래주점 업주들은 저마다 “영업이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텔의 경우 커플과 남부터미널 이용객 등 다양한 수요층이 존재해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다. ⓒ스카이데일리
더욱이 지난 9월 말부터 김영란법이 실시되면서 상권은 더욱 침체된 분위기를 띠게 됐다는 것이 일대 상인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여성 접객부가 있는 유흥업소의 타격이 심각해 보였다.
한 노래주점 직원은 “경기침체 탓도 크지만 최근에는 김영란법 이후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다”며 “법 시행 초반인 요새같은 경우에는 각 회사별로 회식도 자제하는 편이라 영업에 애로가 많다”고 전했다.
가장 많은 손님들이 들이닥치는 시간대라는 밤 9시경부터 일대 유흥업소들을 차례로 돌아봤다. 대다수의 업소들이 빈방이었다. 가장 많은 손님을 받은 곳도 10개 방 중 2개방만 차 있는 상태였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룸살롱 영업을 하던 곳이 이제는 노래주점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허가도 1종에서 2종으로 변경해 노래방영업을 하는 실정이다”며 “회식·접대 손님을 주로 받던 곳들이 술 판매를 포기하면서까지 모객활동에 나선 상황이다”고 말했다.
반면 유흥업소 인근 모텔들은 성황이었다. 평일 저녁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은 주차된 차들로 가득했다. 통상 모텔 밀집지역의 업소들은 숙박보다는 대실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흥가 배후에 자리하며 속칭 ‘2차’ 성매매 고객들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유흥업소가 부침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성황을 이루는 모습이었다. 평일 저녁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주차공간을 찾기 힘들 정도로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헸다. 한 모텔을 찾아 이곳 직원에게 영업현황을 물어봤다. 직원은 “지금은 바쁘다”며 기자에게 돌아가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질문을 위해 약 3분 남짓 머문 동안에도 두 커플이 카운터를 거쳐 객실로 향했다. 주차장으로는 한 대의 차가 진입하고 있었으며 이를 본 직원은 기자를 뒤로한 채 발렛파킹을 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달려 나갔다.
이곳에서 30년 동안 모텔을 운영했다는 박 모씨(55·여)는 “(연인들 외에는)주로 서울로 출장 온 직장인들이 숙박을 위해 자주 찾는다”며 “(남부터미널 일대가) 확실히 예전과 같은 활기를 띠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텔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퇴폐업소 쫓겨났지만 여전한 영업 환락가…불황 속 명맥 “안마방 안가시나요”
▲ 안마방 밀집 지역으로 알려진 이 일대는 현재 안마방 업소가 대부분 사라졌다. 하지만 일부 안마방과 성매매·유사성행위 등을 하는 업소는 아직도 남아 있다. ⓒ스카이데일리
이곳 상권은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성매매가 이뤄지는 유흥업소들이 즐비하고 불법 안마시술소 등이 성업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불황이 닥치면 우선 유흥업소들의 숫자가 줄었다.
또 불법 안마시술소의 경우 현재는 일부만 남겨둔 채 많이 사라진 상황이다. 불황 외에도 성매매업소가 입주한 건물주에게도 책임을 묻도록 시행령이 개정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자연히 건물주들은 재계약을 거부했고 타 지역으로 안마방들이 이주했지만 과거 환락의 거리 풍경은 여전했다.
밤거리에 나선 기자에게 호객행위를 하는 속칭 ‘삐끼’가 꾀는 등 여전히 남부터미널 인근 밤거리 곳곳은 ‘성매매 유혹’이 포진한 곳이었다. 한 가지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간판을 전면에 걸어놓고 버젓이 영업을 하던 안마시술소의 빈자리를 마사지 업체로 가장한 불법 유사성행위 업소들이 대체했다는 점이다.
홀로 취재 중이었던 기자에게 접근한 한 호객꾼은 대뜸 “안마방 안 가느냐”고 말을 건넨 뒤 “21만원 기본코스(성관계를 포함한 안마시술행위)에 2만원을 추가하면 30분 간격으로 두 명의 여성이 들어온다”고 설득했다.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호객꾼을 떼어 내려 하자 그는 “25만원이면 러시아 백인 여성이 들어온다”고 주의를 끈 뒤 “현재 이 같은 영업을 하는 업소는 일대에서 우리 업소가 유일하다”고 호객했다.
끝끝내 지나치는 기자 뒤에서 “가게 규모가 150평 이상이며 16명의 여성이 대기 중이고 초이스 또한 가능하다”고 말하며 마지막까지 유혹을 계속했다. 그를 빗겨 몇 걸음 걷지 않았을 때 기자 앞으로 또 다른 호객꾼이 창이 열린 지나가는 차에 대고 “안마방 안가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마사지’라는 간판을 단 업소를 방문해봤다. 겉으로 보기에 발·등 마사지를 해주는 업소인 듯 했으나 이곳 출입문은 굳게 닫힌 상황이었다. 문 옆에 부착된 초인종을 누르자 한 여성 직원이 문을 열고 기자를 맞았다. 내부는 코앞조차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짙은 어둠에 둘러 싸여 있었다. 소음 하나 없이 정막이 흘렀다.
직원은 카운터로 기자를 안내했다. 질문조차 하지 않은 기자에게 “현금 11만원, 카드 12만원이다”고 대뜸 말했다. 머뭇거리는 기자에게 “서비스를 받고 주무시고 갈 수도 있다”는 말을 건넸다. 서비스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여성과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곳이다”고 언급했다.
▲ 이곳 상권에 일부 남아 있는 성매매 업소들은 여전히 활발하게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 마사지 업소 입구에는 ‘만 19세 미만 출입금지’ 표지가 붙어 있어 성매매 업소를 짐작케 했다. 또 길거리에는 안마방 호객꾼들이 서성이며 길을 가던 남성들을 붙잡았다. ⓒ스카이데일리
인근 사우나에서도 유사성행위 영업이 행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비스를 받아봤다는 인근 직장인 A씨는 “거래처 접대를 받은 뒤 24시간 영업한다는 모 사우나를 함께 가게 됐는데 가격이 1만원과 15만원 두 종류로 상당히 상이한 가격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래처 직원이 1인당 15만원을 지불하고 함께 사우나로 들어섰는데 내부는 일반 사우나와 똑같았다”며 “하지만 가운으로 갈아입은 우리들에게 한 직원이 다가서 수면실이 아닌 사우나 구석진 문으로 안내했다”고 전했다.
또 “문을 열자 붉은색 카펫이 깔린 통로가 등장했고 그 끝에 있는 또 다른 문으로 들어서자 수십 개의 토굴과 같은 방이 나왔다”면서 “각각의 방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으며 커튼을 젖히고 들어서자 안마용 침대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이곳에서 안마와 유사성행위가 동시에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고객 수 감소로 2종으로 영업허가를 변경해 노래방으로 간판을 바꿔다는 업소들도 있었으나 일부 유흥주점의 경우 여전히 성매매를 결합한 영업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기자임을 숨기고 한 단란주점을 찾아 어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곳 직원은 “2시간 노는데 아가씨 TC(Table Charge)가 10만원(카드 11만원)이다”며 “아가씨들과 2차를 나갈 수 있는데 이 경우 호텔비를 포함해서 40만원이다”고 전했다. 40만원은 TC비가 포함된 가격으로 모텔비 5만원을 제하면 통상 성매매비용은 25만원이었던 셈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일대의 권리금이 반토막 날 정도로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하면서 “특히 김영란법 시행 후부터 영업이 더욱 어려워진 룸살롱 등 유흥주점의 경우 영업권리금이 아닌 시설권리금이다”고 지적했다.
노래방 등 유흥주점은 주로 각 건물 지하 1층에 자리했다. 현재 지하 1층 노래방의 경우 전용면적 250평형 기준 권리금 약 1억5000만원 보증금 7000만원 월세 약 600만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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