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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코드=1인칭 기자가 뛴다]-<17>지하철 화살표
세계수준 서울지하철 명성 깎는 ‘혼돈의 이정표’
초행자 편의 위한 화살표…복잡한 길 상세한 설명엔 ‘한참 부족’
정희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0-09 12:36:15
 
▲ 지하철 3·7·9호선이 통과하는 고속버스터미널역의 환승구간에는 타는 곳을 알리는 이정표가 곳곳에 부착돼 있다. 하지만 이들 이정표만 봐서는 길을 찾기가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하철 3·7·9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 환승 안내판 ⓒ스카이데일리
 
울산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와 지하철을 처음 접했을 때 그 기분을 잊지 못하겠다. 미로와 같은 노선도를 따라 어렵사리 목적지를 찾고 우왕좌왕하며 환승역에서 고생했던 기억. 하지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그런 기억은 아니었다.
 
tvN에서 방영됐던 ‘응답하라 1988’에서도 소재가 됐을 만큼 상경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또 상당한 역사를 자랑하는 혼란이다.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별 무리 없이 이용하는 지하철이지만 여전히 눈엣가시가 하나 있다. 바로 역사 곳곳의 화살표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돼야 할 화살표가 혼란을 가중시킨다며 ‘불친절한 지하철 화살표’라는 아이템을 처음 제안했을 때 스스로 생각보다 참신하다 여겼다. 하지만 공감하는 이들은 드물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는 이들은 “그게 도대체 왜 불친절 하느냐”며 되묻기 일쑤였다.
 
그들의 공감은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쩜 이들에겐 무의식의 영역이었으며 오랜 기간 학습과 단련으로 불편함이 전혀 없는 화살표였기 때문이다. 무작정 지하철로 향했다. 지방 출신들이 겪는 불편을 내 손으로 꼭 해결하고자하는 나름의 사명감(?) 마저 생겨났다. 그리고 얼마 안 돼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출신들은 공감하지 못할 불편함, 화살표의 불친절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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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행자에 안내가 돼야 할 이정표…“길이 이렇게 많은데 어디서 꺾으라는 건지”
 
“아가씨 지하철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하죠”
 
서성거리는 기자에게 70대로 보이는 노부부가 던진 질문이었다. 장례식장에 가기 위해 대구에서 막 상경했다는 이들은 머리맡의 이정표와 기자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이들을 만난 곳은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역이었다.
 
이곳은 서울지하철 3·7·9호선 환승역으로 서울에서 복잡함 순위로는 단연 ‘TOP3’ 안에 드는 곳이다. 각 지역에서 올라온 버스들이 엉키는 터미널과 백화점·쇼핑센터·극장·지하상가 등으로 이어진 복잡한 지하공간에서 이정표에 의지해 발을 옮기기엔 이들에게 화살표는 분명 불편해보였다. 처음 상경했을 때 기자의 모습을 갓 상경한 노부부에게도 볼 수 있었다.
 
▲ 서울역 안내표지판(사진)에는 대각선 방향으로 된 두 개의 화살표가 존재한다. 이들 두 화살표는 분명 어딘가를 지칭하곤 있지만 이용객들은 그곳이 어디인지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카이데일리
 
기자의 설명을 듣고 발걸음을 옮기는 노부부의 뒷모습에 한동안 시선이 머물렀다. 천천히 움직이는 그들의 뒤로 바삐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고 또 지나갔다. 얼마 못 가 재차 화살표를 보고 기자가 설명한 방향으로 몸을 튼 그들이 시야에서 빠져나가는 사이 행인들 대부분은 머리맡의 이정표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노부부는 어느새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었다. 사실 거리가 먼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갈레길 앞에서 단순히 화살표 하나에 의지했기 때문에 늦어졌을 뿐이었다. 지하통로로 연결된 7호선 반포역까지 포함하면 출구만 수 십여 개인 만큼 안내표지도 다른 역사들에 비해 많았지만 복잡한 공간에 비해 화살표들은 상당히 평면적으로 단순하게 안내하는데 그치고 있었다.
 
출구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장주현(26·여) 씨의 혼잣말이 기자의 귀에 들렸다. 혼란을 겪어 봤기에 장 씨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장 씨는 “위로 가라는 것인지 앞으로 가라는 것인지 잘 모를 때가 있다”며 “늘 다니던 길은 문제없지만 한 번씩 새로운 역을 방문하게 되면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씨와 대화 도중 우왕좌왕하는 모습의 60대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이정표 두 세 곳을 번갈아 쳐다보던 남성은 “꺾인 화살표는 대체 어느 지점에서 꺾으라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다”며 “길은 수 갈레임에도 화살표는 왜 이렇게 단순한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공간 입체적일수록 복잡하다 느껴…평면적 안내 표시 점점 한계”
 
마찬가지로 숱한 ‘초보 지하철 이용객’들이 몰리는 서울역을 찾았다. 지하철 서울역은 경부선·호남선·경의선·공항철도 등의 시종착역 서울역과 맞닿은 곳으로 1·4호선 두 개 노선의 환승역이다. 주변에 롯데아울렛과 각종 오피스건물이 밀집해 있어 높은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하철에서 내려 플랫폼부터 서울역 역사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단 단순했다. 끝없이 펼쳐진 단순한 화살표를 따라 가다보면 에스컬레이터가 눈에 띄었고 이를 타면 서울역 광장과 마주하게 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친절한 화살표’는 딱 여기까지였다. 막상 서울역 내부로 들어서자 단순한 화살표만으로는 안내하기 힘든 복잡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 서울교통공사 측은 지하철 화살표에 대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은 서울지하철 3호선 플랫폼에 마련된 출구 안내 표지판 ⓒ스카이데일리
 
역 내부에 들어서면 2층 아울렛과 연결된 에스컬레이터가 제일 먼저 보였다. 오른쪽 가장자리에는 식당·상점들이 늘어섰으며 왼편은 기차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이었다. 서울역 내부를 안내하는 화살표는 직선모양, 좌우 꺾인 모양 그리고 유턴모양 등 세 가지가 전부였다. 
 
이 때 화살표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핸드폰 지도만 보며 걷고 있는 한 학생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김소미(19·여)양은 “화살표가 많긴 하지만 공간이 너무 넓어서 정확히 어디를 지칭하는지 모르겠다”며 “화살표에 한글이나 숫자를 추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역 광장에서 만난 강모재(60·여)씨는 “운전 시 P턴 할 때처럼 입체적인 공간을 가리키는 개선이 필요하다”며 “익숙한 사람이야 잘 모르겠지만 이정표란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 눈에 확 들어와야 하는 만큼 그런 부분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쾌적한 지하철은 만족…초행자 위한 배려는 부족”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노선으로 유명한 서울 지하철을 겪어 본 외국인들의 반응이 문뜩 궁금해졌다. 미국에서 왔다는 앤드류 가빈(32·남) 씨는 한국에서 거주한지 4년 됐다. 가빈 씨는 “지금은 조금 그나마 적응이 됐지만 처음엔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며 “특히 화살표에 의존했다가 애를 먹은 적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국인 마이클 벌버(22·남) 씨는 “서울의 지하철시스템은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넓고 복잡한 곳에서는 화살표 대신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숫자 등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보다 쉬운 안내가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드웨어 적인 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서울의 지하철이 다소 불친절하다는 게 외국인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인지조차 못하는 이 같은 불편함을 관계 기관인 서울교통공사 측에선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일반적으로 환승구간을 중심으로 이 같은 화살표 관련 건의사항이 접수된다는 것이었다.
 
서울교통공사 건축처 관계자는 “화살표 디자인의 경우 일정부분 형식이 정해져 있어 쉽게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면서 “벽·바닥·기둥을 활용해 보다 입체적이고 구체적인 안내가 될 수 있도록 바꿔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정희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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