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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간 불화를 넘어 폭행·살인 등의 강력범죄의 원인이 되는 아파트 층·횡간소음을 두고 건설사를 향한 문제해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가의 아파트를 분양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건설사들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층간소음 민원현황’에 따르면 올 7월까지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총 767건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누계 미원 건수가 1400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2013년 289건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가장 많은 민원이 발생한 곳은 과반이 넘는 비율을 차지한 서울이었다.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강남 최고급 아파트 단지의 경우도 층간소음 문제를 피해가진 못했다. 스카이데일리는 고급아파트들이 몰려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일대를 중심으로 탐문했다. 이곳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심하진 않으나 층·횡간 소음은 고급아파트에서도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비싼 아파트도 사람 사는 곳…참고 살아야지 별 수 있나”
서초구 서초·반포동 일대 고급아파트 거주민들은 대부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들도 소음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있다는 이유에서 “참고 산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일부 거주민 중에서는 “비싼 돈을 냈는데 소음차단이 보다 완벽했어야 했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아파트에 거주 중인 김모 씨(63·여)는 “윗집의 가구 옮기는 소리 탓에 몇 번이나 찾아가봤지만 소용 없었다”며 “이웃끼리 얼굴을 붉힐까 민원이나 신고할 용기까지는 나지 않았고 그저 참고 살 뿐이다”고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어 그는 “관련 민원이 곧잘 접수되니 주의해 달라는 아파트 안내방송이 곧잘 나오지만 소용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나명자(67·여) 씨는 “우리 집의 경우 곧잘 뛰기 시작하는 아이를 키우는 집이다보니 아무래도 이웃 집 등에 피해를 주기도 할 것이다”면서 “자연히 이웃집의 소음에는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는 편이다”고 언급했다.
서초래미안아파트에 거주한다는 박성출(50대·남·가명) 씨는 “윗집에서 애들 뛰는 소리, 옆집에서 개짓는 소리가 들리곤 한다”며 “그래도 이웃인데 별 수 없겠다 싶어 그냥 참고 산다”고 말했다. 같은 단지의 문수희(39·여) 씨도 “아무래도 주된 소음은 아이들 뛰는 소리다”면서 “아파트인데 어떡하겠느냐”는 반응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건설사들이 이 같은 민원을 사전에 예측하고 건설 단계부터 신중히 지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래미안퍼스티지 거주민 박이연(37·여) 씨는 “사실 비싼 돈 내고 들어온 아파트인 만큼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그냥 이해하고 사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나 역시 뛰어노는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이라 주변의 소음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편이다”고 말했다.
서초동 서초리젠아파트 거주한다는 양경은(15·여) 양은 “이웃집에서 피아노를 치거나 시끄러운 말소리가 새 나와 공부할 때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면서 “부모님께서 몇 번 좋게 말 했지만 개선되지 않아 그냥 참고 적응하며 지내는 편인데 처음 지어질 때부터 벽이나 바닥이 방음될 정도로 두꺼워야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건설사 “현재기술, 완전차단 불가능…성능만 신경 쓰다 시공 균형 무너질 수도”
지난 2014년 5월 개정된 주택법에 따르면 ‘주택건설기준의 공동주택 소음기준’에 의거해 분양자는 입주자들이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할 경우 보상해주도록 돼 있다. 건설사들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건설 시 △완충재적용 △바닥두께 210mm 이상 △경량충격음 58dB △중량충격음 50dB 등을 엄수하도록 돼 있다.
‘경량충격음’이란 의자 끄는 소리 등 비교적 가볍고 딱딱한 충격에 의한 바닥충격음이고 ‘중량충격음’은 어린이 달리기 등 무겁고 부드러운 충격에 의한 바닥충격음이다. 이 같은 근거 하에 지어졌다는 아파트에서도 층간·횡간 소음은 비일비재한 편이다. 상황이 이렇자 층간소음 피해자 중 상당수는 건설사에 책임을 묻는 상황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반건식 바닥시스템’을 고안해냈다. 기존 완충재만으로 층간소음을 줄이는 것이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며 바닥면에 기포콘크리트 시공을 생략하고 그 공간을 보다 두터운 완충재로 채워 넣는 방식이다.
앞서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5년 방진성능이 일반강보다 약 4배가량 높은 ‘고망간강 바닥판’을 개발했다. 고망간 바닥판은 바닥에 충격이 가해질 때 탄소함량이 낮고 망가니즈의 함량이 높은 철합금 ‘고망간강’으로 제작된 패널이 진동에너지를 흡수하도록 했다.
대림산업은 지난 2013년 층간소음 차단기술을 특허 출원한 바 있다. 기존 아파트에 적용되는 바닥면 두께(210㎜)보다 두터운 250㎜로 시공하며 거실·주방침실 등에는 기존 30㎜보다 2배 두꺼운 60㎜ 두께의 차음재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 기술은 분양 당시 3.3㎡ 당 3700만원의 평균분양가를 기록했던 반포아크로리버파크에 적용됐다.
전문가들은 오로지 소음저감에만 집중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거환경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욕구가 보다 다변화 되는 만큼 건설사들이 조속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양관섭 박사는 “건설사들의 신기술이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선 소음저감뿐 아니라 경제·시공성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면서 “소음저감 성능에만 너무 집중해 시공의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명지대 부동산학과 건대중 교수는 “적어도 소음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소비자들의 입주 전 확인이 불가능한 영역이다”며 “시대가 변함에 따라 더 편리하고 똑똑한 집을 찾길 바라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건설사들이 따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희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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