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처음(첫)’이란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처음’이란 관형사가 매혹적인 까닭도 저마다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는 무언가가 자리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토록 매력적인 단어가 더욱 매력적인 단어와 만난다면 어떨까.
성인 남자에게 ‘처음’과 어울릴만한 매력적인 단어 중 하나를 꼽자면 단연 ‘차(車)’일 것이다. 사실 기자는 B.M.W족이다. 버스(Bus)와 지하철(Metro)을 타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Walking)다닌다.
아마 대학에 갓 입학해 면허를 딴 대부분의 20대 남자들이 그럴 것이다. 아직까지 ‘마이카(MY Car)족’이 되지 못한 기자에게 ‘첫 차’란 곧 ‘아버지의 차’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아버지가 십년 넘게 타고 계신 투싼이 인생의 첫 차다.
충청북도 충주가 고향인 기자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이후 줄곧 타향살이를 하면서 거리에서 투싼을 볼 때면 늘 아버지를 떠올리곤 했다. 투싼은 고향과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매개체였다.
아버지를 생각나게 만드는 투싼은 벌써 세 번째 디자인이 판매 중이다. 우연한 기회에 이번에 가장 최근에 출시된 투산을 시승할 기회가 생겼다. 차키를 넘겨 받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생각지 않았던 목적지는 운전석에 앉는 순간 확실해졌다. 아버지 계신, 그리고 아버지의 애마 1세대 투싼이 있는 고향 충주였다.
소음도 떨림도 없던 정숙성…세련미 입은 투싼의 변신
지체 없이 시동을 걸고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차명은 태양이 장렬하는 미국 애리조나주(州) 휴양도시 투손(Tucson)에서 따왔지만 차창 밖에는 옅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버지의 애마인 1세대 투싼의 경우 고속도로에서 경유차 특유의 소음과 떨림을 감수해야 했지만 지금 타고 있는 차는 달랐다. 소음과 떨림이 한층 개선됐음을 단 번에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시동 걸 때부터 1세대 투싼과는 전혀 다른 엔진음에 감탄하기도 했다.
톨게이트를 벗어난 후 가속페달을 밟은 오른발에 힘을 줬다. 전작과 달리 올 뉴 투싼의 안정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감히 고급세단의 안정감을 느끼기도 했다. 예민한 핸들과 브레이크는 운전자의 미세한 움직임을 잡아냈으며 움직임 또한 역동적이었다. 하나하나가 운전하는 재미였다. 짧지 않은 충주까지의 운전 중 지루할 틈은 전무했다.
이윽고 고향에 도착했다. 다녀간 지 얼마 안 됐음에도 반가워하시는 부모님을 앞에 두고 차에서 내렸다. 비록 내가 사회에 나선 뒤 구입한 첫 차는 아니었지만 아버지의 1세대 투싼과 나란히 선 올 뉴 투싼을 바라보는 마음이 사뭇 시큰하기까지 했다. 내 인생의 첫 차와 나란히 선 올 뉴 투싼은 투박함을 벗은 채 세련미를 입은 듯 했다. 튜익스 디자인이 적용됐다는 19인치 휠은 강인한 남성미까지 더해진 느낌이었다.
차가 생기면 꼭 해보고 싶었던 효자노릇을 한 번 해보기로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까운 충주댐으로 향했다. 조수석에 앉은 아버지는 넓은 대시보드와 조작하기 편리하게 배치된 각종 버튼 등을 유심히 살피셨다. 1세대 투싼의 조수석과 뒷자리에 익숙한 어머니는 전 보다 넓어진 실내공간과 안락해진 좌석에 내심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셨다.
굽은 길도 거리낌 없이 질주…300km 평균연비 17.6km/L
댐 주변 특성 상 굽은 길이 많았음에도 차는 안정적이었다. 아버지의 오래된 투싼이 굽은 길에서 다소 거친 움직임을 보인 것과는 사뭇 달랐다. 때때로 차체가 흔들리기도 해 속도를 상당히 감속해야만 했지만 올 뉴 투싼은 달랐다. 고속도로에서 느꼈던 정숙성도 여전했다.
코너에 자신감이 붙으니 고속주행 때와는 새로운 재미가 다가왔다. 전 모델들에 비해 다소 유해졌다는 느낌을 준 인상은 외형 뿐 아니라 코너링에도 가미됐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재차 서울까지 왔을 때 누적 주행거리는 300km에 달했다.
주행거리를 본 기자는 또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충주를 오가는 고속주행이 많았다 하더라도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놀라운 수준이었다. 표기된 연비는 17.6km/L에 달했다. 시내 주행에서도 리터당 10km 안팎의 연비를 보였다. 주머니 가벼운 기자에게는 가장 고마운 성능 중 하나였다. 서울과 충주를 오가는 길을 동행한 지인은 “SUV에 대해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고 짧은 소회를 보였다.
아버지께 무사히 잘 도착했음을 전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었다. 수화기 너머의 아버지에게 새 차로 올 뉴 투싼이 어떻겠느냐며 짐짓 의견을 물었다. 벌써 10년 넘게 우리 가족 곁을 지킨 내 인생 첫 차와의 이별이 불현듯 아쉬움으로 다가왔지만 2박 3일 간 주행하면서 느낀 만족감은 새 차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평소 감정 표현이 적은 무뚝뚝한 아버지 역시 이번만큼은 달랐다. 다음에 고향집에 갔을 땐 왠지 아버지의 차가 있을 것 같다.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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