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청 양념마을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2016년 한 식품박람회서다. 당시 외식 콘텐츠 연구소를 맡아 외식산업에 관심이 지대할 때라 박람회를 누볐고 저녁이면 외식업 종사자들을 만났다.
그날도 저녁에 조여사순두부찌개 프랜차이즈 운영 건 때문에 은 대표와 약속이 돼 있었는데, 식품박람회장서 우연치 않게 먼저 만나게 된 것이다. 은 대표는 박람회 현장에 부스를 차렸고 양념마을서 개발한 한식양념 세트와 베트남쌀국수 간편식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은 대표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접고 양념재료와 만능장, 생강청으로 사업 물줄기를 잡을 때까지 이어졌다. 은 대표를 각별히 보는 이유는 그의 일에 대한 집념과 정직함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한식 양념으로 ‘한식의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
첫 직장인 한국농수산물유통센터서부터 20년 외길
은 대표는 첫 직장을 한국농수산물유통센터에 들어갔다. 그가 맡은 일은 양념류 수매와 가격동향 파악 등이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19년 전에 시작한 셈이다. 한 분야에 20년 가까이 종사하다보니 최고 전문가 소리를 듣는다.
농업회사법인 양념마을에서 의욕적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양념장류다. 은 대표는 “모든 양념의 베이스는 간장, 된장, 고추장이며 이들 장류와 마늘, 생강, 양파 등을 이용한 양념장으로 한식의 세계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서 양념장 브랜드 명이 한식원이다. 한식을 세계 ‘넘버원’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이 읽힌다. 양념장으로 어떻게 한식 세계화를 이루냐면 요는 이렇다. 한식을 해 먹고 싶지만 양념장을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식재료가 나지 않는 나라에서도 양념장만 있으면 쉽게 한식을 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본인 만능양념장을 비롯해 만능찌개장, 만능김치장 등을 생산한다. 원래는 생강, 양파, 마늘, 고추 등 원재료를 팔거나 가공해서 기업에 납품하는 B2B가 주력이다. 고춧가루와 각종 농산물 원료를 취급하다보니 자연스레 이들을 조합한 양념을 개발하게 됐다. 한식의 세계화에 시동이 걸린 것이다.
양념장만 있으면 누구나 조리 가능 주방 인력 세이브
양념개발에 발맞춰 이를 현장에서 테스트하면서 식당에 효율을 높이는 지 알아보기 위해 순두부집을 차렸다. 순두부를 맛있게 끓여주신 어머니 성을 따서 조여사순두부찌개 프랜차이즈가 탄생한 배경이다. 쌀국수 프랜차이즈도 도전해 봤다. 식재료 회전을 위해 외식업 쪽으로 외연확장을 꾀했다.
만능장이 도입되면서 주방은 획기적으로 편해졌다. 순두부가 담긴 뚝배기에 만능찌개장을 적정 무게만큼만 덜어 넣으면 됐다. 반찬으로 내놓는 깍두기, 김치 등엔 만능김치장을 이용해 버무리기만 하면 됐다. 주방에 인력 1인을 줄일 수 있는 막강한 양념장이 탄생한 것이다.
은 대표는 이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 한인 밀집지역 한식단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민 사회는 1세대. 1.5세대 한인들이 세탁소와 접시 닦기 등에 종사한 반면 차세대 들은 델리코트 등 외식업 쪽으로 많이 진출했다.
은 대표에 따르면 한인들이 맨해튼을 중심으로 뉴욕에만 500여개 델리코트를 경영하고 있다. LA 지역에도 수백 개 한인식당이 성업중이다. 동부와 서부 중 은 대표는 서부인 LA를 미국 내 한식 세계화 거점으로 삼았다. LA지역 한식 단체장이 훨씬 이해도가 높고 발 빨리 움직였기 때문이다.
‘정직’이 최고 마케팅…내수보다 미국 시장 등 해외 공략
LA에서 한식 셰프 200여명이 양념장을 가지고 시연을 해보기도 했다. 그리고는 미국 내 한식업체 1000개가 모인 단체서 공동구매품목으로 정했다고 한다. 시연결과를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양념장이 뜨자 국내 기업에서 복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대해 은 대표는 “어차피 만능양념장의 타깃은 해외였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정직이 최고 마케팅이란 생각으로 좋은 제품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수요가 많아질 것을 예상돼 필자가 완제수출도 좋지만 생산시설을 만들면 더 좋지 않겠냐는 제언을 했다. 은 대표는 이를 적극 수렴해 바로 인터뷰 다음 날 LA에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그의 사업스타일과 추진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은 대표는 생강에 굉장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양꼬치 집에서 쓰이는 중국마늘의 국내 유통량 80%를 차지하고 있는 그는 생강도 그에 못지않은 물량을 장악하고 있다. 생강은 원재료 또는 간 제품으로 유통을 시키지만 액상 청으로 만들기도 했다. 생강 단독은 물론 사과, 레몬과 섞어서 풍미를 풍성하게 한 제품도 나온다.
은 대표가 취급하는 재료 모두가 음식을 만들 때 쓰는 가장 기본적인 원료다. 그래서 ‘핵심’ 식재료란 표현을 쓴다. 충주에 가면 1만3000여㎡ 부지 위해 냉동, 냉장창고가 각각 1000㎡ 규모의 가공 및 유통시설이 있다. 이곳에서 핵심 식재료를 저념하게 도매로 공급한다. 양파 같은 경우 전국 최저가라고 자부하고 있다.
한식 세계화란 구호가 정부주도로 이뤄지던 시대가 있었다. 영부인이 개입했고 비선이 간을 보던 시대를 지나면서 한식 세계화는 공염불이요 헛구호로 전락했다. 세계화는 보편성을 기반으로 하는 확장성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서 먹고 맛있다고 하면 된다. 불고기, 비빔밥, 떡볶이, 김밥이면 어떻고 궁중음식이면 어떠랴. 중요한 것은 세계인들이 우리 음식문화를 이해하고 많이 접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들이 가정에서 쉽게 해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중요한 한식 세계화의 ‘포인트’다. 만능양념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재료다. 은 대표는 양념을 ‘良念’이라며 ‘좋은 생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좋은 마음가짐으로 모든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런 생각으로 한식 세계화에 매진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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