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조위 “우리·기업은행, 라임펀드 손실 65~78%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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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배상비율 우리 55%, 기업 50%로 책정
적합성·설명의무 위반, 투자자보호 소홀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2-24 13:30:11

▲ 24일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전날 우리·기업은행의 라임펀드 투자손실에 대한 배상비율을 65~78%로 정했다. [스카이데일리DB]

금융감독원(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했다가 환매 중단 사태 등으로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대해 투자자별로 65~78%의 환매 배상을 결정했다.

금감원 분조위 전날 기업·우리은행의 라임펀드 투자손실에 대한 배상비율을 65~78%로 정했다고 24일 밝혔다. 펀드 판매사로서 투자자보호 노력을 소홀히 해 고액·다수의 피해를 발생시킨 책임의 정도를 감안한 것이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기본배상비율은 각각 55%, 50%로 책정됐다.

분조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원금보장을 원하는 80대 초고령자에게 위험상품을 권유해 판매하면서 ‘위험등급 초과 가입 확인서’에 대해 충분한 설명도 없이 서명하도록 유도했다. 이 건에 대해 78% 손해를 배상하도록 결정됐다. 안전한 상품을 원하는 소기업의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작성해 초고위험상품을 판매한 건에 대해서는 68%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권고됐다.

기업은행이 금융투자상품 투자경험이 없고 정기예금 추천을 요청한 60대 은퇴자의 투자성향을 위험중립형으로 임의로 작성했다. 그러면서 투자대상의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은 건에 대해 65%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결정됐다.

원칙적으로 펀드는 환매 또는 청산으로 손해가 확정된 경우에만 손해배상이 가능하다. 다만 금감원은 민사조정례, 분쟁조정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환매연기 사태로 손해가 확정되지 않아도 판매사가 동의할 경우 사후정산 방식으로 신속하게 분쟁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우리·기업은행은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동의를 표명해 분조위가 열리게 됐다.

금감원은 분조위에 부의된 3건의 안건 모두 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두 은행은 투자자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 펀드가입이 결정된 후 공격투자형 등으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했다. 주요 투자대상자산의 위험성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안전성만 강조하기도 했다. 분조위는 특히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과 투자자보호 노력 소홀 등으로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도 크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책임 내용은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 △상품 출시‧판매 관련 내부통제 미흡 △리스크 사전점검 △직원교육자료 및 고객설명자료 미흡 △일부 초고위험상품 판매 등이다. 기업은행의 책임 내용은 △상품 출시·판매 관련 내부통제 미흡 △직원교육자료 및 고객설명자료 미흡 등이다.

분조위는 영업점 판매직원의 적합성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기본 분쟁조정 사례와 동일하게 30% 배상비율을 적용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설명의무(또는 적합성원칙)만 위반한 경우 20%, 부당권유까지 인정될 경우 40%가 적용된다.

또한 본점 차원의 투자자보호 소홀 책임 등을 고려해 은행별로 각각 25%(우리은행) 및 20%(기업은행)를 공통으로 가산했다. 앞서 분조위는 우리은행 판매 DLF 25% 가산, KB증권 판매 라임펀드는 30% 가산한 바 있다.

아울러 은행의 책임가중사유와 투자자의 자기책임사유를 투자자별로 가감 조정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했다. 이를 통해 우리은행은 55%, 기업은행은 50%를 기준으로 가감 조정됐다.

향후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이같은 분조위 권고를 접수한 후 수용할 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분조위의 배상결정은 강제성이 없어 조정신청자와 우리·기업은행 양측이 20일 내 조정안을 수락해야 조정이 성립된다.

이의환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장은 “은행이 라임펀드 피해자를 가장 많이 양산했는데 증권사보다 기본배상비율이 낮은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위험한 상품을 가져와 책임을 지지 못한 부분을 중요하게 판단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결국 금감원이 은행에서 전문영역에 있는 위험한 상품을 파는 걸 용인할 꼴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기업은행이 공기업이기에 선관주의 의무를 강하게 요구해 가중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 그런데 기업은행의 기본배상비율은 우리은행보다도 낮았다”면서 “배상비율이 낮게 계속 굳어져 가는 게 우려스럽다. 은행이 전적으로 잘못해도 50~55% 배상비율 전례가 남으면 앞으로 어느 피해자도 배상비율에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분조위는 나머지 투자피해자에 대해서도 이번 배상기준에 따라 40~80%의 배상비율로 조속히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조정절차가 원만하게 이뤄질 경우 환매연기로 미상환된 2989억원(1590계좌)에 대한 피해구제가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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