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중수청 입법, 민주주의 허울 쓴 법치 말살"… 野, 엄호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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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인터뷰 통해 작심 비판… 3일 대구고검 방문 발언 관심
“검찰조직의 해체 넘어 형사사법시스템과 헌법정신의 파괴"
野 “완전한 독재·부패국가로 가는 앞잡이 기구 만들려는 것"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3-02 14:26:00

▲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면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와 관련해 그간 침묵을 지켜온 윤석열 검찰총장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은 권력자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 파괴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야당도 지원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중수청에 대해 “헌법상 삼권분립 파괴일 뿐만 아니라 완전한 독재‧부패국가로 가는 앞잡이 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고 성토했다.

주 원내대표는 “검찰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야당)을 토벌할 때는 환호작약하다가 이제 수사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니 검찰총장을 쫓아내려 안간힘을 쓴다”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인사권을 이양해 중요 결정 요직에 자기 사람을 넣는 것도 모자라 검찰을 폐지하고 중수청을 만들려는 것이다”고 했다.

같은 당 배준영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윤 총장 발언은) 대한민국 형사‧사법 시스템을 국회 거수기들을 이용해 갈아엎으려는 시도에 대한 저항이다”며 “정권과 검찰 간 갈등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정권 입법독주는 반드시 역사가 단죄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앞서 윤 총장은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수청법안은) 단순히 검찰조직이 아니라 70여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다.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수청에 대해 “검찰 해체 입법이다”고 단언했다. 구체적으로 “20년 넘게 권력비리 수사에 몸담았기에 말할 수 있다”며 자신이 직접 수사한 대선자금, 대기업 비자금, 국정농단 사건 등을 언급한 뒤 “이 사건들은 ‘수사 따로, 기소 따로, 재판 따로’였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금 추진되는 입법은 검찰 해체이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다”며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이다.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 원칙대로 뚜벅뚜벅 길을 걸으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려 하는 격”이라고 했다.

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출범으로 검찰 수사범위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이뤄지는 중수청 신설은 불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윤 총장은 “검찰 수사 없이도 경찰이 충분히 수사할 수 있다거나 검찰이 개입하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실증적 결과가 제시되려면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수청 반대가 국민 권익을 지키기 위한 차원임도 분명히 했다. 윤 총장은 “검찰 영향력이 커서 문제라면 오히려 소추기관을 쪼개 독립된 검찰청을 만들라고 주장해왔다”고 했다. 검찰총장 지휘 밖에 반부패‧금융범죄‧마약범죄검찰청 등을 두는 형태로 검찰 조직을 쪼갤지언정 수사, 기소를 분리하는 방식은 반부패 역량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됐다.

중수청 추진이 권력자에 대한 치외법권 제공 목적일 것이라고 한 윤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 즉 대통령이 연루된 수사 방해가 목적일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의미 없다”며 일단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검사 인생에서 많은 좌천과 징계를 겪었지만 이는 개인의 불이익이었을 뿐 검찰 폐지라는 이번 일만큼 엄중하지는 않았다”며 “코로나 사태로 힘든 국민께서 관심의 여유가 없으시겠지만 졸속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윤 총장은 대검찰청이 법무부 요구에 따라 중수청 설치에 대한 일선 검사들 의견 취합을 마무리하는 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르면 당일 결과를 보고받게 될 윤 총장이 대구고검에서 중수청 관련 입장을 내놓을지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