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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인영 명예회장이 설립해 범현대가 기업군에 속해 있는 ‘한라그룹’은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맞았다. 하지만 그 후 재기에 성공해 지금까지 창업주 일가의 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또 지난 2008년에는 부도 사태 직후 미국 컨소시엄에 매각한 만도(구·만도기계)를 재매입하면서 과거의 영광에 한 발짝 다가선 모습을 보였다. 한라그룹은 1996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고 정 명예회장의 차남인 정몽원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정 회장은 지주회사격인 한라의 지분 23.5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한라는 만도, 한라아이앤씨, 한라엔컴 등의 지분을 20.23%~100%까지 보유했고, 이들 중 일부는 타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 중 만도가 지분의 100%를 보유한 한라마이스터는 지주회사격인 한라의 지분 15.86%를 보유해 ‘한라-만도-한라마이스터-한라’의 순환출자 지배구조가 형성된 모습이다. 최근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순환출자 연결고리를 끊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한라그룹도 향후 지배구조의 개편이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한라는 올해 들어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더 강화해 눈길을 끌었다. 한라마이스터는 한라(구·한라건설)의 유상증자 주식을 약 3786억원에 매입하며 지분율을 끌어 올렸다. 이 과정에서 주식을 매입한 자금은 한라마이스터가 유상증자한 주식을 만도가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만도가 한라에 자금 지원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라는 지난해 영업손식 약 2022억원, 당기순손실 약 2390억원 등을 기록해 대규모 적자전환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건설불황에 따른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될 수 있다’면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계열사 자금 돌려막기에 급급한 행보가 과거 부도사태를 떠오르게 한다”는 시각을 보였다. 스카이데일리가 IMF 부도 이후 성공적인 재기로 우뚝 선 범현대가 ‘한라그룹’이 다시 위기를 맞으면서 이를 해소기 위한 행보인 자금지원 흐름를 비롯한 지배구조, 경영 실적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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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현대가 기업 중 하나인 ‘한라그룹’은 지난 IMF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맞았지만 재기에 성공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인영 명예회장이 설립한 한라그룹은 지난 1997년 차남인 정몽원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 받았다. 현재 정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사진은 송파구에 위치한 한라그룹 본사 전경. ⓒ스카이데일리
지난 1997년 찾아온 IMF 외환위기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며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당시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들은 쓰나미처럼 몰아친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했고, 이로 인해 길거리로 내몰린 자영업자와 근로자들이 대거 발생했다.
성장만 구가해 오던 우리경제가 역주행하면서 이른바 ‘가난으로의 하행’은 대기업들까지 피해가지 못하게 했다. 특히 당시 재계 1~2위를 기록하던 ‘대우그룹’의 일순간 몰락을 지켜 본 국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한보그룹, 해태그룹, 기아자동차 등도 부도사태에 직면한 바 있다.
그 중에는 범현대가 기업 중 하나인 ‘한라그룹’도 속해 있었다. 현재 한라그룹은 부도 직후 재기에 성공해 우리나라 재계의 한 축 자리매김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라그룹은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외 총 61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라그룹은 크게 건설업을 영위하는 ‘(주)한라’ 계열과 기계산업을 영위하는 ‘(주)만도’ 계열로 나눌 수 있다.
지난해 한라의 종속회사 연결 매출액은 약 1조9691억원(2011년 1조7285억원), 영업손실 약 2022억원(2011년 481억 이익), 당기순손실 약 2390억원(2011년 133억원 이익) 등으로 보여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은 적자전환했다.
한라의 이익현황은 지난 2010년만 해도 영업이익 약 1158억원, 당기순이익 약 2646억원을 각각 기록했었다.
만도의 종속회사들 연결 매출액 약 5조593억원(2011년 4조5610억원), 영업이익 약 2559억원(2011년 3004억원), 당기순이익 약 1621억원(2011년 2251억원) 등을 시현하며 선전했다.
왕 회장 동생 설립 기업, 2세 승계 직후 ‘부도’
▲ 한라그룹은 지난 1962년 설립한 현대양행이 전신이다. 고 정 명예회장은 자동차 부품을 만들기 시작하며 사세를 확장시켰고, 신군부 정권에 일부 사업 분야를 넘기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스카이데일리
한라그룹은 지난 1962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인영 명예회장이 설립한 현대양행이다.
설립 당시 현대양행은 스푼, 포크, 나이프 등을 주로 만들었으나 1969년 자동차 부품을 만들기 시작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1977년 인천주조, 1978년 한라시멘트 등을 각각 설립하면서 사세가 확장됐다.
1980년 신군부가 집권하면서 현대양행은 발전설비 통합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 주도하에 기업이 분할·합병됐고, 그 중 주력 사업 분야인 중공업 부분 경영권이 정부로 넘어갔다.
같은 해 고 정 명예회장은 현대양행의 기계산업 분야를 독립시켜 자동차 부품회사인 만도기계(현·만도)를, 건설을 담당했던 자원개발부를 한라자원(현·한라)으로 각각 독립시켰다.
1988년 만도기계가 주식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며 상장회사로 거듭났다. 1990년 한라자원은 한라건설로 이름을 바꿨고 1994년 주식시장에 주식을 상장했다.
1997년 고 정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그룹의 경영권은 창업주의 차남인 정몽원 회장에게로 넘어갔다. 하지만 정 회장이 경영 일선에 선 그 해에 한라그룹 전체가 부도를 맞았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부도 후 그룹은 공중분해 됐고 한라건설과 만도기계는 모두 1998년 법원에 화의를 신청하면서 기업 회생을 위한 화의 절차가 실시됐다.
한라그룹은 한라건설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 경영 정상화에 돌입했다. 1999년 만도기계의 지분 70%를 미국 체이스맨해튼 컨소시엄으로 넘기며 한라건설의 4000억원 규모 화의 채무를 모두 갚았다. 같은 해 만도기계의 사명은 만도로 변경됐다.
건설업을 영위하는 한라건설을 주축으로 재기에 성공한 한라그룹은 2008년 KCC, 산업은행, 국민연금관리공단 등과 함께 한라건설컨소시엄을 만들어 만도의 지분 72.4%를 다시 사들였다. 이달 초 한라건설은 한라로 사명을 변경했다.
순환출자 지배구조에 향후 지배구조 개편 ‘촉각’
▲ 창업주의 차남인 정몽원 회장은 지주회사격인 한라의 지분 23.5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또 한라는 핵심계열사인 만도의 지분 20.23%, 만도는 한라의 대주주인 한라마이스터의 지분 100%를 보유했다. 이를 통해 한라그룹은 현재 ‘한라→만도→한라마이스터→한라’의 순환출자 지배구조 형태를 띠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한라그룹은 지주회사 격인 한라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고, 정몽원 회장은 한라의 지분 23.5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 외에도 한라는 계열사인 한라마이스터가 지분의 15.86%를, 범현대가 그룹인 KCC가 지분의 11.66%를 각각 갖고 있다.
또 다른 주력계열사인 만도는 한라가 지 분 20.2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정몽원 회장(7.71%), 국민연금공단(9.99%) 등이 지분을 보유했다. 만도를 제외한 한라아이앤씨, 한라엔컴, 한라개발, 케이에코로지스 등의 지분은 한라가 33.7%~100%를 갖고 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3년 6월 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만도는 한라의 2대 주주인 한라마이스터의 지분도 100% 보유했다. 이를 통해 한라그룹은 현재 ‘한라→만도→한라마이스터→한라’의 순환출자 지배구조의 형태를 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기존 순환출자 지배구조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라그룹도 향후 지배구조 변경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제민주화 역행, 계열사 간 자금 돌려막기 우려”
▲ 최근 한라그룹은 건설부문을 도맡고 있는 한라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행보를 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와 같은 위기가 일어나는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최근 한라그룹의 행보는 재계 전체의 행보와는 정 반대의 양상을 띄고 있어 업계와 증권가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재계의 움직임은 기존 순환출자 지배구조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전전긍긍해 하고 있는 반면 한라그룹은 오히려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더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4월16일 한라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보통주 355만6610주, 우선주 1017만4420주)를 실시했고, 이는 한라마이스터가 보통주 주당 6220원, 우선주 주당 3만1100원씩 각각 매입했다. 당시 주식 매입에 들어간 총 비용은 약 3385억원으로 계산된다.
또한 이로 인해 한라마이스터가 보유한 한라의 지분(보통주 기준)은 기존 5.41%에서 15.86%로 크게 늘어났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경기 부진으로 국내 건설업체들의 경영 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자금 확보를 위한 자구책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한라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라마이스터가 한라의 지분 매입에 들어간 비용은 지난해 높은 매출을 기록한 만도로부터 흘러들어 온 자금이다”며 “자금난에 빠진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또 다른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셈이다”고 주장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라마이스터는 한라가 유상증자를 실시한 같은 날 ‘타법인증권취득자금’을 목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증권취득자금 3385억원, 운영자금 4005만원 등 총 3786억원)를 실시한다고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한라마이스터는 만도가 지분의 100%를 보유했고, 이에 만도는 한라마이스터가 신규 발행한 1262만주(액면가 5000원, 발행가 30000원)를 3786억원에 모두 매입했다.
결국 한라의 자금조달 목적의 유상증자 지분은 만도의 자금을 통해 사들인 셈이다.
이에 대해 지난 6월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한라그룹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법을 교묘히 피한 편법을 실시했다”며 “현재 상법상 주식회사(만도)가 자회사(한라마이스터)를 통해 다른 주식회사(한라)의 주식을 10%이상 보유할 경우 다른 주식회사(한라)가 보유한 주식회사(만도)의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를 피하기 위해 한라는 상호주 문제가 주식회사에만 적용되는 허점을 이용해 마이스터를 유한회사로 전환시켜 상호주 요건에서 벗어나는 편법을 사용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이 편법적 신규 순환출자에 대해서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과거 부도위기를 겪은 한라그룹이 다시 한번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라건설은 지난해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 8월 관급공사 입찰참가자격이 6개월 동안 제한된다고 공시했다. 이로 인한 거래 중단 금액은 2947억원(2012년 관급공사 수주로 인한 6개월 매출액) 가량 될 것으로 한라건설은 추산했다. 이는 총 매출액의 14.9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한라건설도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사실이다”며 “더욱이 올해 관급 공사 입찰 자격마저 중단돼 당분간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 한라그룹은 극심한 경영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계열사간의 지급 보증으로 인해 연쇄 부도를 맡은 바 있다”며 “최근에도 공사를 발주한 PFV에 지급 보증, 계열사 간의 자금 돌려막기 등 불안한 행보가 드러나고 있어 ‘과거의 사태가 또 한 번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염려의 목소리가 들리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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