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광주 
제주 
목포 
김용철 화가, 강화 온수성당을 50여 작품 갤러리교회로
전통과 개성을 부어 새로운 ‘빛깔 그림창’의 경지 보여
민화에서 영감 얻은 거침없는 필치와 강렬한 색상 담아
단군역사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을 ‘필생의 화업’으로
종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강화도를 여행하면서 특이한 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강화도는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공회의 교세나 활동이 두드러져 보인다. 역사가 긴 성당들이나 배출된 교계 인물들로 볼 때 특히 그렇다. 1900년대에 한옥으로 지어져 각각 사적지로 지정된 강화읍 ‘강화성당’, 길상면 ‘온수리성당’ 등이 대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독립운동가 김여수 선생이 이곳 교인이었으며, 대주교를 지낸 후 정신지체 장애인 자활일터 ‘우리마을’을 온수리 자기 땅을 쾌척해 설립한 김성수 신부, 스테인드글래스 아티스트 김용철(73‧전 홍대교수) 등 많은 교계 인물들이 배출된 곳이기도 하다.
길상면 온수리에 있는 대한성공회 온수성당은 1900년대 한옥으로 지어진 ‘성안드레성당’ 옆에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으로 ‘성베드로성당’이 2004년 신축되었다. 얼핏 보면 외관이 서울 정동 영국대사관 옆의 대한성공회 서울성당과 흡사하다. 그런데 내부의 예술 콘텐츠는 우리나라 신교·구교 교회를 통틀어 가장 풍성하게 갖추고 있는 곳이 아닌가 생각된다. 성공회에서는 보기 드물게 스테인드글래스 아트를 개척하여 ‘빛깔그림창’이라는 한글 이름도 지은 바 있는 김용철의 오랜 방대한 작업이 소장된 갤러리성당이다. 광산김씨 문중에서 부지를 기부한 데다 예술작품 재능기부까지 맡아서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축 해인 2004년부터 종탑부 스테인드글래스 9점, 제단 모자이크 벽화를 제작하였으며, 2006년부터는 십자가꽃으로 유명한 산딸나무판 위에 과슈아크릴로 그린 일종의 성화(Icon)라 할 수 있는 십자가의 길 ‘14처도(圖)’ 14점, 2017년부터는 화랑 창 10개씩 총 20점을 완성함으로써, 기념비적인 갤러리성당을 향한 오랜 예술 장정이 종료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빛깔그림창 작품마다 성경적 내용(특히 베드로와 관련된 말씀)이 주를 이루지만, 전통 민화적 요소들이나 단청 같은 전통 조형의 요소들이 많이 삽입되어 바깥의 성안드레 한옥 성당과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 작가의 신심과 열정이 담긴 작품들로 가득한 이 성당은 교인들에게는 자랑거리요, 순례자들에게는 감동과 위로의 장이 되고 있다. 또한 이 농촌 지역민들의 입장에서는 보석 같은 미술관을 하나 얻은 셈이다. 중간에는 대학로교회 스테인드글래스 작업도 병행했으며, 2015년에는 서울성당에서 ‘빛깔그림창’이라는 개인전도 열면서 전문작가로서의 활동이 혁혁했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래스가 주는 매력은 무얼까. 대체로 건축의 구조는 세속을 향해서는 닫히고 하늘을 향해서는 열려 있으며, 위엄은 있되 지나친 감성적 쾌락은 억압되는 곳이다. 그러한 공간에서 천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창조주의 영광을 노래하는 접점이 대개는 창이다. 사람이 우러러볼 때마다 하늘에서는 은혜가 충만한 축복의 빛을 영롱하게 베푸니,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과 은혜가 되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교회마다 스테인드글래스 작품을 소장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 비용과 시간이 상상을 초월한다. 비용도 그렇지만 전문 작가와 장인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온수성당의 경우도 재능기부 차원이니 가능한 일이지 작품 비용으로 계산하자면 건축비보다 더 많을 것이다. 말이 나와서 문득 드는 생각. IT 선도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이제는 스마트 스테인드글래스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 유리에 각종 정보가 뜨는 방식을 교회 건축예술만이 아닌 일반 건축에서도 적용 가능한 발상이라 생각된다.
김용철 작가의 작업은 기존의 캔버스 회화야 워낙 널리 알려져 달리 소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1980년대 초부터 만화나 민화 요소를 과감히 도입했으며, 폭발적 에너지를 보여주는 필치와 원색조의 화면으로 독보적인 길을 걸어왔다. 80년대라면 현대미술 화단은 집단적 개성이라는 이름의 경직된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던 때이다. 무거운 사회적 분위기만큼 화단에서의 분위기도 자유로운 창작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 때, 작가의 등장은 반항아 같은 낙인이 찍힐 수도 있는 때였다. 다소 거칠지만 거침없는 표현을 추구한 작가가 보기에, 이미 우리 전통 민화가 가진 놀라운 영감의 경지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화면에 글자를 섞어 넣기도 하는 팝아트적 요소도 사실은 이미 민화에서 있었던 것으로 형상이든 문자텍스트든 자신의 욕구와 충동에 따라 거침없이 발산하는 작가였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작가는 고향인 강화 역사에 관심이 많아 그 역사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작업실 가까이 있는 국조 단군의 아드님들이 축조했다는 삼랑성, 하늘에 제사를 지내신 마니산 참성단 등이 그림에 자주 등장한다. 우리가 단군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서로 확신 없는 신화로 치부하곤 하는데, 작가에겐 그렇지 않다. 역사자료들, 지역에서 전해오는 설화, 과거의 지형(마니산이 과거에는 하나의 섬이었다는) 정황 등이 작가에게 풍부하게 축적되어 있어 희미해지는 건국 역사에 대한 확신이 확고하다. 남들은 없는 것도 날조를 하는 마당에 우리는 왜 있는 역사마저도 외면하느냐는 질타가 귓전을 울린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마니산 남쪽 기슭의 함허동천 쪽으로 이동하는 길에 바라본 마니산은 가파른 암벽의 산으로 위엄이 느껴졌다. 단군께서 제사를 지내신 성산의 위엄, 그가 말한 바로 그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1
감동이에요3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