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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골퍼 37년째의 현역 선수
/승부욕 넘쳐 性대결도 수 차례
/영국 왕실에서 '데임' 작위 받아
/각종 단체에 기부금 후원 적극
골프의 종주국인 영국의 여장부 로라 데이비스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무려 33년째 활동 중이다. 1963년생이니 58세지만 여전히 현역이다. 대학 학번으로 따지자면 82학번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뻘보다 더 어린 선수들과 여전히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영국 런던에서 출생한 데이비스는 12살 때 부모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고, 아마추어 시절 이미 잉글랜드를 평정한 실력파로 군림했다. 1983년 영국 중부지역 대회 우승자, 1984년 웨일스 오픈 챔피언, 그리고 1983년과 1984년 영국 남동부 챔피언에 자리했다.
非미국인으로 LPGA 첫 상금왕
그러나 이에 만족할 수는 없었다. 데이비스는 보다 시장규모가 큰 미국 무대로 진출한다. 1985년 프로로 전향한 뒤 1988년부터 유럽여자투어(LET)보다 상금과 시장규모가 훨씬 큰 LPGA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의 나이 25살이었다. LPGA에 데뷔하기 이전인 1985년과 1986년에는 비(非) LPGA멤버로 LPGA투어 상금랭킹 1위를 차지해 미국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기도 했다. LPGA 상금랭킹에서 1위를 차지한 최초의 비 미국인 여자 골퍼가 데이비스였다.
LPGA에 데뷔하기에 앞서 1987년 최고 대회인 제42회 US여자오픈을 거머쥐어 자신의 존재감을 떨친 데이비스는 정식 회원이 된 뒤 서클 K LPGA 투산오픈과 제이미 파 톨레도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평생 한 번뿐인 신인왕을 안았다. 170cm의 키에 큰 몸집에서 뿜어 나오는 장타력은 그의 주특기였다. 나이 60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투어를 뛰며 여전히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는 비결이다.
LPGA투어에서 메이저 대회 4승을 포함해 20승을 쌓은 그는 2005년 선망의 대상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하게 된다. 그는 LPGA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무려 84승을 기록했다. 데이비스는 2003년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에서 열린 제43회 한국오픈에 ‘괴력의 장타자’ 존 댈리(미국)와 함께 출전해 남자 선수들과 성대결을 벌이는 등 한국에도 두 차례 방문해 대회에 출전했기에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18년 덴마크에서 열린 유럽 시니어 투어 쉬프코 마스터스에서도 44위에 올라 남자 선수들과 같이 경쟁하며 샷 대결을 벌였다.
승부를 즐기는 여자 승부사
승부를 겨루는 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데이비스였다. 그렇기에 카지노 출입이 무척 잦았다. 갬블링을 통한 승부를 즐기며 희열을 느끼곤 했다. 투어를 뛰면서 카지노에서 밤을 꼬박 새다가 이튿날 라운딩을 한 적이 부지기수였다. 그렇지만 갬블링에서 그가 돈을 땄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아마도 골프 상금 등으로 벌어들인 많은 돈을 탕진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는 프로 골프 선수가 되지 않았으면 아마도 여자축구 선수가 되었을 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 구단인 리버풀FC의 광팬인 그는 잠시 여자축구 선수로 외도를 한 적이 있다. 1997년 4월 데이비스는 미국 프로축구 하부리그의 신생팀인 머틀 비치 시다그스의 선수로 4년간 계약한 뒤 경기에 출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축구선수로 오래 활약하지는 않았지만 어렸을 때의 꿈을 이룬 셈이다.
데이비스가 1996년 LPGA투어에서 상금규모가 제법 큰 에비앙 마스터스에 출전했을 때의 일이다. 그는 최종 4라운드 도중 필드 위에서 잉글랜드와 스페인 유럽축구 챔피언십 경기를 휴대용 TV로 시청하다가 유럽여자골프 투어 사무국으로부터 거액의 벌금을 물었고, 결국 우승을 차지한 사건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너무나 유명하다.
승부욕이 유독 강한데다가 만능 스포츠맨인 데이비스는 경주마주로도 활약했고, 유럽과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크리켓 국제연합팀의 주장을 맡기도 했다.
축구선수‧크리켓 주장으로 외도
그러나 본업인 골프 연습에 집중하기 위해 런던의 집 정원에다 9홀짜리 코스를 만들어 놨다. 그린사이드 벙커도 조성돼 있다. 8월 19일 열린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브리티시 오픈의 후신)에 무려 41년 연속 출전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1981년에 아마추어로 출전하기 시작해 올해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최고 명예가 걸린 자신의 나라 내셔널 타이틀 대회이기 때문이었다. 프로 2년 차이던 1986년에는 이 대회에서 우승까지 했으나 나이 50을 넘기면서 컷을 통과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그렇지만 올해에는 컷을 통과했다. 젊고 힘이 넘치는 선수들 사이에서 컷을 통과한 것만도 대단하다. 물론 최종 순위는 66명 가운데 최하위였다. 올 시즌 LPGA 무대에는 8차례 출전해 세 차례 컷을 통과했다.
2018년 LPGA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게 근래 들어 가장 좋은 성직이었던 그가 대회에 열심히 출전하는 이유는 아직도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기 때문이다. 우승을 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아예 집밖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데이비스의 얘기다.
결혼을 하지 않은 데이비스는 자신이 직접 자선활동을 주도하거나 단체를 만들지 않았지만 기부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늘 적극적이다. 자신보다 LPGA 선배인 벳치 킹(미국)이 주도하는, 아프리카에 식수를 해결해주는 사회운동이나 후배인 크리스티 커(미국)의 유방암 퇴치 센터에 거금을 후원하기도 했다. 좋은 일에는 발 벗고 나서는 마음씨 좋은 데이비스다. 인상 또한 시골 아낙네처럼 푸근하다.
우승할 자신 있기에 아직도 도전
영국 내에서 소녀 골퍼들의 롤모델로 꼽히는 데이비스는 영국 왕실로부터 1988년 멤버(MBE), 2000년 커멘더(CBE), 2014년에는 데임 커멘더(DBE) 등 점차 높은 작위를 받았다. 그동안 골프 선수로서 모범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스포츠 스타로서는 이례적인 경사다. 그렇기에 데이비스 이름 앞에는 늘 ‘데임(Dame)’이라는 호칭이 붙어 다닌다. Dame은 영국에서 남자의 경(Sir)에 해당하는 훈장을 받은 여성에게 붙는 경칭이다.
데이비스는 나잇살이 제법 붙어 몸집이 더욱 커진 탓에 투어를 뛰면 이제는 양쪽 무릎이 시큰거리고 아프다고 할 정도라고 털어놓는다. 그가 언제까지 투어를 뛸지는 모를 일이다. 그가 자신감을 잃지 않고 파이팅 넘치게 우승에 도전하는 여장부의 모습을 오랫동안 보여주기를 간절히 희망할 뿐이다. 그의 우승을 팬들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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