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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왜 지구촌이 K컬처에 이토록 열광하는가

일방적·강압적 문화 침투와 대비되는 인류의 보편적 정서에 부합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0-11 09:17:06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요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하는 잭폿을 터뜨렸다. 넷플릭스 서비스가 되는 83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는 공전의 히트가 진행 중이다. 내년에 나올 예정인 2부작에도 벌써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프랑스·영국·일본·인도 등 문화적 자존심이 큰 국가들에서 인기가 더 선풍적이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의 성공 배경은 무엇인가. 우선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됨으로써 기존의 미디어 채널이 아닌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과 제휴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하나는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촌 네티즌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각색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투자자인 미국의 넷플릭스와 제작사인 한국의 싸이런픽쳐스 간의 궁합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물이기도 하다.
 
물론 숙제도 남아 있다. 한국인의 DNA라면 한국적 스토리의 세계화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지만 이에 걸맞은 수익 창출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실제 이 드라마의 각본은 10여년 전인 2008년에 완성되었지만 투자자가 없어 작품화되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시장이나 투자자가 외면하면 수면 위로 올라올 수가 없다.
 
타이밍이 절묘하긴 했지만, 넷플릭스가 200억원이라는 거액의 투자를 했기 때문에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등 콘텐츠 비즈니스와 관련 글로벌 투자자들은 스토리 빈곤으로 인해 시장 확대의 한계를 호소한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보다는 획기적이고 독특한 스토리에 탐닉한다. 안타깝지만 세계 콘텐츠 시장 구조는 투자자가 저작권과 흥행 수익을 독점한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는 단지 하청업체에 불과한 시장 구조다. 흥행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흔히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챙긴다는 말이 있다. 투자자는 갑이고, 제작사는 을의 관계다. 처음부터 배부를 수는 없다. 세계무대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 큰 수확이고, 이를 배경으로 다음 거래에선 몸값을 올릴 수도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최근 할리우드를 비롯한 미국 콘텐츠 업계가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시아 영화나 드라마의 리메이크도 한창이다. 소위 말하는 역수출이다. ‘올드 보이’, ‘엽기적인 그녀’, ‘시월애’, ‘굿닥터’ 등이 이미 미국에서 리메이크된 바가 있다. 작년에는 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한국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와 칸 영화제를 석권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의 다른 작품인 ‘설국열차’는 미국에서 리메이크되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올해 4월에는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윤여정이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았다. 쾌거의 연속이지만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을 가지려면 흥행작을 내기 위한 보다 다양한 소재거리의 발굴과 이를 ‘콘텐츠화’하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에 대한 해외 호평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소수이긴 하지만 부정적 기류가 존재한다. 스토리의 지나친 반전이나 일부 캐릭터의 궤도를 이탈한 과장적 혹은 천편일률적 설정이라는 비난에 대해서도 겸허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
 
K푸드 확산에도 기여, 정부 아닌 민간 주도와 한국적 소재를 재창출해내는 지혜 필요
 
흔히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쉽게 이야기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여기에 덧붙일 것이 있다. 지나치게 한국적인 면을 강조하다 보면 문화적 이질성으로 인해 오히려 상대에게 경계심이나 배타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적인 스토리를 소재로 하더라도 지구촌 이웃으로부터의 호기심과 공감대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패권 국가인 미국의 문화산업은 국력의 상징이기도 하고 ‘아메리칸 스탠다드’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도록 하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한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 세계가 열광하지만 그 이면에는 후유증이나 비판도 만만찮다. 블록버스터(대규모 흥행을 목적으로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영화)에다 영웅주의, 상업주의, 권선징악이라는 할리우드만의 법칙과 배급 시장의 독점적 장악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내부적으로는 아이디어와 스토리의 고갈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함에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고민과 틈새를 파고들 수 있는 잠재적인 파트너로서 인정을 받게 되면 한국 콘텐츠의 도약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중국은 어떤가. 미국의 문화 콘텐츠 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초라하며 이로 인한 열등감이 매우 크다. 미국에 패권 도전장을 던진 중국에 가장 곤혹스러운 부문이다. 중국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명분으로 전 세계에 ‘공자학원’을 설치하는 강수를 뒀지만,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퇴출당하고 있다. 취지와는 무색하게 공산당 선전기구 내지 스파이 거점으로 지목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판이다. 한때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던 일본 문화의 영향력도 갈수록 시들하다. 선정성과 폭력 일변도의 내용으로 공감대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OTT(Over The Top·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를 위협하는 미국의 ‘디즈니플러스’, 국내의 ‘쿠팡플레이’ 등과 같은 플랫폼이 계속 생겨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시장이 넓어지면 돈이 모이고,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기회가 커진다.
 
K팝의 BTS도 세계 시장에서 연일 상한가다. K컬처가 잘 나가면 부수적인 효과도 덩달아 생긴다. 특히 K푸드의 진격이 눈부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한국 식품이 비상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식품 수출이 올해 들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면서 세계인의 입맛을 자극한다. 한국 문화와 식품을 좋아하는 해외 팬덤이 확대일로다.
 
디지털 경제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한국형 디지털 문화가 먹혀들어 가고 있다. 만두와 비빔밥이 주메뉴인 ‘비비고’는 미국이나 아시아 시장에서 날개를 달았다. 동남아 각국에서는 CU·GS25 등 K편의점이 확장 중이고, 떡볶이 등 길거리 음식은 없어서 못 팔정도다. 한국 과자나 간식류도 점점 인기몰이에 합류하고 있다.
 
강대국들의 일방적 혹은 강압적 문화적 침투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이들에게 보편적 인류애적 정서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요한 점은 가장 한국적인 것을 그대로 시장에 내놓을 것이 아니라 이를 효과적으로 재창조해내는 스마트함이 필요하다. 곧 닥칠 ‘위드 코로나’ 시대에 한국에 흥분하는 지구촌 팬덤들을 한국 관광으로 연결, 움츠린 내수 시장 확대에도 관심을 기울일 때다.   
 
(※전문가 칼럼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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