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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화·개방화 성장형 시장경제체제의 역설, 국민소득 증대·기업 발전 쌍끌이
1980년대 초 취임한 전두환 前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 대해선 사실상 문외한에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스로도 이를 잘 알고 있던 전 전 대통령은 당시 김재익 전 경제기획원(현·기획재정부) 경제협력차관보를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임명하면서 경제관련 정책에 대해 많은 권한을 위임했다.
전권을 부여받은 김 전 수석은 1980년대 경제 고도성장의 불씨를 지폈다. 당시 그는 경제안정화 및 경제 고도성장 중심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수입 자유화’를 내놨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에서 뛰어놀며 자생력을 갖추게 하고 장기적으로 세계적인 기업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성장·경제도약에 초점을 맞춘 ‘제5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1982~1986)을 추진해 시장경제의 체계 확대 및 경제 고도성장을 이룩해 냈다. 경제안정 기반을 정착시켜 국민생활의 안정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제수지를 개선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통해 고용기회를 확대해 소득을 증대하는 데 초점을 뒀다.
1981년에는 ‘기계공업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해 비교우위 산업구조로의 재편을 통해 고도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본계획 내용에 따르면 기계공업을 1980년대 수출주도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중소 전문기계공업을 육성하고 중소 부품공장의 전문 계열화를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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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 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기계 및 부품별 시설, 기술, 인력, 공정 등에 관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며 기계의 수요를 증대시키기 위해 국산 기계 구입 촉진과 해외 수출개척 활동을 집중 지원했다.
특히 중소기업 투자 활성화를 통해 고용·국민소득·소비를 높이는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한국은행 자금(A1 자금) 지원 비율을 30%에서 40%로 인상했다. 중소기업 기술개발 자금 지원제도를 신설해 기술개발 지원 융자금의 50%를 지원하기도 했다. 다만 중소기업 부실을 막기 위해 대출 의무비율 관리를 강화해 연간 대출액 기준으로 관리하던 것을 월간 대출액 기준으로 강화했다.
동시에 ‘대기업 중심의 고도성장’ 정책도 펼쳤다. 그러면서도 대기업을 위한 차별 금융제도, 세제혜택 철폐를 통해 대기업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공정거래제도 채택도 추진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썼다. 아울러 중소기업 진흥 재단을 집중 지원했으며, 벤처 기업 육성을 강조해 한국경제 성장 마련의 초석을 다졌다.
산업정책 기조에도 변화를 줬다. 1986년엔 기계공업, 조선공업, 전자공업, 철강공업, 비철금속제련, 석유화학공업, 섬유공업 등 7개 산업의 개별 법률을 통합해 ‘공업발전법’을 제정했다. 민간부문의 자율성 제고하고 공업에 대한 지원 계획의 합리화, 공업별 연구분석 체계의 제도적 강화 등을 위해서다. 공업발전법은 투자자유화의 계기로 작용하게 됐고 1980년대 후반 세계적인 수급여건 호전과 맞물려 국내 정유 및 유화 산업에 투자붐을 불러일으켰다.
이밖에도 ‘전자산업 육성방안’ 추진으로 반도체, 컴퓨터, 전자교환기를 3대 전략산업으로 선정하면서 한국이 지금의 IT강국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 기본방향은 △장기목표를 선정하고 △국가이익에 부합한 방향으로 업계를 유도하며 △설비투자와 병행해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전자공업을 전략산업화한다는 것이었다.
1980년, 2차 오일쇼크(1979년)로 인해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맞았던 대한민국을 전자·정보통신 산업 발전을 기반으로 1986년 100억 달러 수출국가로 발돋움했다. 여기에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을 조성했다.
이러한 정책들을 토대로 당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983년 13.4% △1984년 10.6% △1985년 7.8% △1986년 11.3% △1987년 12.7% △1988년 12.0% 등을 기록했다. 매년 10%대를 넘나드는 엄청난 경제발전을 달성한 것이다.
“경제성장 엔진 재발진 열쇠…소득주도성장 전면 폐기 및 기업 자율화”
과거 경제황금기를 누렸던 시절과 달리 오늘날 한국의 경제 상황과 미래는 암울한 실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문재인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소득주도성장’ 정책기조 하에 실시된 반시장·반기업 정책이 경제성장 잠재력을 하락시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의는 근로자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높이면 소비가 증대되면서 경제성장을 유도한다는 논리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이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은 일자리 쇼크, 양극화 심화를 초래했고 되레 민간의 활력만 움츠러들게 했다. 청년층 체감 실업률은 25% 넘게 치솟았고 취업준비생만 100만명 가까이 육박한다. 성장동력 주체인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간섭이 악영향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기업규제3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투자와 성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1980~1990년대 당시 우리나라가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천은 민간중심 시장경제체제와 자율화·개방화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정반대 개념인 소득주도성장 정책기조 철폐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지나친 국가주도의 경제운용과 간섭을 최대한 지양하고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1980년대 당시 한국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각종 성장중심적 정책과 더불어 정부주도의 경제체제를 민간주도의 형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며 “반면 현 정부는 민간중심이 아닌 지나친 사회주의식 간섭식으로 끌고 가고 있다. 이는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건 물론 성장을 저해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특히 전두환 정권은 김재익 경제수석을 신임해 고도의 경제성장기를 이룰 수 있었고 개방화 및 자율화를 통해 기업들이 마음껏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줬다”며 “그 결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연도별로 높아졌다. 무엇보다 1986∼1988년 3년 동안 연평균 12% 경제성장을 이룸으로써 한국경제는 전반적으로 안정화 시기를 누릴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한국경제는 고도의 성장기 과정에서의 과잉투자현상으로 인해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슬럼프였지만 중·후반에 들어서고 나서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그 배경엔 기업에 대한 자율화와 민간에 대한 통제 최소화 등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지금은 국내 기업들이나 개인들이 안목이나 지식 풍부해진 상태기 때문에 정부 주도식의 발상을 버리고 민간 주도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기업이 더 많은 투자를 하게끔 북돋아주고 성장과 고용, 소득을 창출케 하는 이른바 ‘기업주도 성장’이 절실한 시점이다”며 “경제황금기 제2도약을 위한 열쇠는 정부가 과거 정부 사례들을 거울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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