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24> 양귀비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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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아침 동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4-07 11:03:44

와규가 정찰병들과 한 발씩 동굴 안으로 들어갈 무렵 여왕은 빅과 이호를 꽁꽁 묶어 두고 있었다. 와규는 여왕이 일개미들을 죽이던 방으로 다가갔다. 와규는 한 명의 정찰병과 조심조심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음침한 기운이 돌았다. 여기저기 일개미들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었다. 와규는 하마터면 잘려진 일개미의 머리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 했다.

일개미들의 시체를 건너가던 와규는 놀라서 숨이 멎을 뻔 했다. 바로 앞에 이호와 빅이 꽁꽁 묶여 있는 것이 아닌가! 와규는 정찰병과 함께 그들을 흔들어 깨웠다. “이봐요, 이호! 빅! 정신 좀 차려 봐요!” 흔들어도 아무 반응이 없자 와규는 정찰병과 함께 그들을 묶은 끈을 풀었다. 다 풀어갈 무렵 음산한 느낌에 와규는 고개를 들었다. “다, 당신은 이레니아 여왕이 아니잖아!”

바로 등 위에 가짜 여왕이 서 있었다. “참, 여러 가지 구경하네. 넌 또 누구니?~”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도대체 남의 나라에 들어와서 여왕 노릇을 하는 당신은 누구요?” 이 위기의 순간에서 와규는 적에게 말을 걸었다. “허긴, 네가 그걸 궁금해 할만도 하지. 나? 아름다운 양귀비 여왕이시지. 내가 왜 여기 왔느냐구? 난 원래 집짓기를 싫어하거든.” “그래서 이레니아 왕국을 침범한 거요?”

“여기 들어와서 좀 심심하긴 했어. 넌, 아…, 좋은 아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해주니 말이다.” “도대체 이레니아 여왕님은 어찌 되었소?” “얘, 그걸 몰라서 묻니? 생긴 건 똑똑한데 아둔하구나. 니들 여왕이야 옛날에 죽었지. 제일 먼저 해치웠어.” ‘여왕께서 돌아가시다니!’ 와규는 살이 떨리는 분함을 느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양귀비 여왕의 이야기를 다 들어 두어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이 원하는 게 뭐요? 설마 모두 죽인 이 동굴에 혼자 남아 살진 않을 테고.” “물론이지. 이제 이 성을 접수했으니 이곳에다가 나의 왕국을 세워야 하지 않겠니? 조금 있으면 나의 아이들이 태어날 거야. 얼마 전 화려한 혼인비행을 마치고 이곳으로 들어왔지. 우리 종족이 살아가는 방식이 바로 이런 거야. 내 아기들을 낳고 잘 키우려면 집이 필요하고 일꾼도 필요해. 내가 왜 그걸 내 손으로 고생해서 해야 하니? 여기 이렇게 왕국도 있고 일꾼들도 많은데 말이야.”

“아, 그 전설적인 혼인비행 말이오? 난 수없이 말로만 들었을 뿐 한 번도 보지를 못했어요. 하긴, 비행이 끝나야 우리들이 태어나니 볼 수 없는 게 당연하긴 하죠.” 여왕의 비위를 맞추느라 와규가 대답했다.

“그래, 니들이 어떻게 그걸 볼 수 있겠니? 아무튼 결혼식이 끝났으니 나의 아가들이 태어나고, 이제 이곳은 양귀비 왕국이란다. 나는 이레니아 여왕을 해치우고 한 동안 이곳 일개미들을 부렸지. 나의 향기에 취해서 얘들은 내가 자기들 여왕인줄 알고 일했어, 하지만 이제 나의 아가들이 태어날 거야.” “와, 멋지군요. 그렇담 나도 여왕님의 아가들을 볼 수 있을까요? 안 그래도 아름다운 여왕이신데 아가들은 얼마나 예쁠까요!” 와규 원로는 여왕의 환심을 최대한 얻기로 했다.

“얘, 너 참 점점 마음에 든다. 어쩜 그렇게 예쁜 말만 하니? 생긴 건 뚱한데 하는 짓은 괜찮은 걸?” “그래, 하기야, 널 지금 죽이나 나중에 해치우나 무슨 상관이겠니? 여기 네 친구들도 말이다. 생긴 게 하도 귀여워서 좀 데리고 놀려고 아직 살려두긴 했다만. 나의 아가들이 태어날 때까지 혼자 있으면 나도 좀 심심하겠지?” “그럼요, 여왕님! 저도 여왕님의 귀여운 아가들을 꼭 보고 싶은 걸요” 갑자기 와규는 앞발로 바닥을 꽝 내리쳤다. 이 신호를 듣고 정찰병은 쏜살같이 밖으로 나갔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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