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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새 정부 3대 개혁 청사진 (下-노동)

정부, 근로시간·임금 ‘규제 완화’… 법 개정에 진통 예상

주 52시간제 내 노사에 자율·선택권 부여

직무·성과급제 확산시켜 공정 배분 꾀해

연구용역 통해 하반기 구체적 방안 마련

기사입력 2022-06-20 00:03:00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업은행 지부(산업은행 노조) 소속 직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부산 이전’에 반대하며 강석훈 신임 산업은행 회장의 출근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학형 팀장|윤승준·장혜원 기자]
 
새 정부가 노동을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가운데 현장의 요구가 어느 정도 관철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처벌법’ ‘노동이사제’ 등에 관해 대체로 경제계는 완화를, 노동계는 강화를 외쳐왔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과 발언에서 드러난 친시장 성향을 고려하면 ‘규제 완화’로의 방향성이 확실시되지만, 여소야대 국회 상황 등으로 인해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6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어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노동 분야는 근로시간과 임금에 대한 ‘규제 완화’와 ‘노사 자율·선택 방식’으로 요약된다. 획일적인 노동 규제와 관행을 노사 자율과 선택에 맡기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유지하면서 근로시간 운영 방법과 이행 수단을 노사 합의를 기반으로 환경 변화에 맞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당장 이달부터 노동시간 유연화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확산을 위한 법·제도 개정 작업에 들어간다.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은 경직적 노동시간 개선과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동시간과 관련해 세부적으로 △저축계좌제 도입 △연장근로시간 총량 관리단위 확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스타트업·전문직 근로시간 운영 애로사항 해소 등을 제시했다. 올 하반기 중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동시간 저축계좌제는 연장·야간·휴일근로 외에 유급휴가에 해당하는 시간을 적립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적립기간, 적립상한, 정산방안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연장근로시간 총량 관리단위 확대는 연장근로 제한 단위를 2주나 4주 등으로 늘이겠다는 방안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당사자 간 합의로 1주에 12시간까지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예컨대 연장근로 단위를 4주로 확대할 경우 48시간 범위 내에서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된다. 탄력근무제는 법정근로시간(1주 40시간)을 기준으로 하지만, 이는 연장근로만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주로 게임·정보통신(IT) 업계 등 집중적인 근로가 필요한 기업들이 요구해온 사항이다.
 
산업 현장에서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 책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한다. 그간 재계는 경영책임자 면책과 의무 완화, 작업중지명령 제도 유연화 등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전문가TF를 운영해 경영책임자 처벌규정과 작업중지명령 등 현장애로 및 법리적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찾겠다”며 “7월부터 경영책임자 의무 명확화를 위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고용노동부는 16일 ‘제5차 고용정책 기본계획 수립에 따른 고용정책방향 및 정책과제’ ‘생애주기 기반 맞춤형 고용서비스 지원 방안’ 등에 관한 연구용역을 입찰공고했다. 이를 토대로 하반기 중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스카이데일리
 
연공(근무 햇수)서열 위주의 임금체계는 직무·성과 중심으로 전환키로 했다. 우선 공공기관부터 추진키로 했다. 보수뿐 아니라 인사, 조직관리에서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직무급을 고도화하는 기관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공공기관에서 직무성과급 도입이 가장 중요한 이슈”라며 “미국 제도를 전반적으로 벤치마킹하면서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공기관은 연도별 부채 감축 목표를 설정한 뒤 사업 구조조정이나 비핵심 자산 매각 등 건전화 계획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에 관해 민영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조협의회는 “민간 중심 경제활력 제고를 강조하면서 공공기관 출자회사 정리와 구조조정 유도 등을 언급한 것은 결국 공공기관의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운운하면서 위험기관을 집중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민간기업을 배불리는 자산매각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육아휴직은 윤 대통령의 공약대로 현행 1년에서 1년6개월로 늘린다. 남녀고용평등법 등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현행 10일인 배우자 출산휴가는 실태조사와 의견수렴 등을 거쳐 더 늘릴 예정이다.
 
경제활동 인구를 늘이기 위해 △경력단절여성 복귀 지원 △고령자 계속고용 △외국인 인력 확보 등이 추진된다. 정년연장 등 고령자 계속고용에 관해서는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저숙련 일자리 중심이던 고용허가제도 전면 개편한다. 구체적으로 △첨단 과학기술 분야 네거티브 방식 비자 도입 △중소기업 채용 전문인력 발급기준 완화 △지역특화비자 신설 △숙련인력쿼터 확대 등을 검토 중이다.
 
실업급여와 국민취업지원 제도도 손본다. 실업급여 장기·반복 수급 방지를 이유로 실업인정 기준을 지금보다 까다롭게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월 50만원씩 6개월 지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구직촉진수당은 부양가족수나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고 직종·직무 관계없이 취업하면 최대 150만원의 취업성공수당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새 정부에 바라는 고용노동정책’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사간 힘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시급한 과제로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간 유연성 제고’를 으뜸(44.7%)으로 꼽았다. [자료제공=한국경영자총협회]
 
실제로 기업들은 최우선 노동개혁 과제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꼽았다. 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발표한 200개 기업(응답 기준) 임원 대상 ‘새 정부에 바라는 고용노동정책’ 조사 결과, 절반에 가까운 기업(44.7%)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선택했다. 또한 ‘노사간 힘의 균형을 회복하는 노동법제 선진화’(16.6%) ‘협력적 노사문화 확산 지원’(14.6%) ‘안전한 일터 조성’(13.0%) ‘엄정한 법집행을 통한 산업현장 법치주의 확립’(11.1%) 순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노조가 있는 기업의 경우 ‘엄정한 법집행을 통한 산업현장의 법치주의 확립’(38.9%)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노조가 있는 기업의 경우 노조의 사업장 점거 등 불법적 단체행동이 반복되기 일쑤인데, 새 정부가 이를 ‘법과 원칙에 기반한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이라는 국정과제대로 손볼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해 시급한 과제로는 ‘근로시간 운영의 유연성 확대’(39.6%)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근로시간 유연성 확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은 ‘연장근로 산정기준 변경’(31.5%)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정산기간을 1년으로 확대’(31.0%), ‘특별연장근로 사유 확대’(29.5%) 순으로 응답했다.
 
장정우 경총 노사협력본부장은 “우리나라가 산업구조 변화 과정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노동개혁이 시급하다”며 “노동개혁을 위한 첫걸음은 산업현장의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불법에 대한 엄정 대응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에는 빠졌으나 노동이사제를 두고도 정부의 방향 설정이 주목된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등의 장점과, 전문적 경영권 침해 및 운영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는 등의 단점이 뚜렷해 재계와 노동계 입장도 극명히 엇갈린다. 기획재정부(기재부)에 따르면 8월4일부터 노동이사제가 정식 도입된다. 노동이사제는 임원을 선임하는 공공기관은 노동이사 1명을 반드시 뽑는 제도다. 노동자 대표가 기업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 등에 관한 의사결정을 함께 내리게 된다. 
 
10일 기재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노동이사 선출 절차는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 노조대표가 2명 이내의 후보자를 임원추천위원회에 추천한다. 과반수 노조가 없으면 투표로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은 2명 이내의 후보자가 추천된다. 의견 수렴과 법제처 심사·국무회의를 거쳐 8월4일 시행될 예정이다. 기재부는 조만간 각 공공기관에 노동이사 자격, 권한과 의무 등을 담은 지침을 보내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서처럼 노동유연성 확대를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현실화한다면 노동계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사회적 대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며 “일하는 사람 모두의 보편적 노동권 보장·강화가 바로 노동에 관한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노동계 우려와 반발에 더해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에 따른 법 개정 등이 지연될 경우 새 정부의 노동개혁 본격화까지는 다소 진통과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학형 기자 / hhk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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