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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새 정부 3대 개혁 청사진 (上-연금)

수술대 오른 국민연금, 재정안정·노후보장 모두 충족해낼까

국회 내 ‘공적연금 개혁위원회’ 구성해 보험료율 등 논의 전망

연금개혁 없을 시 국민연금 2038년부터 적자, 2055년 고갈

보험硏 “공적연금, 재정안정화에 초점… 사적연금으로 보완”

기사입력 2022-06-20 00:07:01

정권 교체 후 개혁에 대한 바람이 불고 있다.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연금·교육·노동을 3대 개혁과제로 내세웠다.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를 구현하고 기술 발전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며 산업(노동)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윤 대통령의 공약과 발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여당(국민의힘)의 정책 방향 등을 중심으로, 아직 세부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부분을 더해 본지가 청사진을 그려봤다. [편집자 주]

▲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과 공정성 제고, 노후소득 보장 강화 등을 위해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한 ‘상생의 연금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특별취재팀=김학형 팀장|윤승준·장혜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 정부의 난제였던 연금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적연금 개혁위원회를 설치하는 것 외에는 세부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국회 시정연설에서 새 정부의 3대 개혁 과제(연금·교육·노동개혁) 중 하나로 강조한 만큼 기대가 크다. 국민연금 적립액은 가입자 보다 수급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줄어들고 있다. 연금제도를 개혁하지 않을 경우 20년 뒤 적자로 전환한 뒤 30년 후에는 고갈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매달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보험료율을 올려 ‘재정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부족한 수급액에 대해선 사적연금 등으로 메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노후에 필요한 적정소득에 관해 검토하고 현세대 노인 빈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尹, 연금개혁 놓고 정부와 국회 초당적 협력 제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지난달 2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과 공정성 제고, 노후소득 보장 강화 등을 위해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한 ‘상생의 연금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실시하고 여기서 도출한 국민연금 재정 상황과 전망을 토대로 제도 개편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개혁의 첫 단추는 국회 산하에 설치될 ‘공적연금 개혁위원회(연금개혁위)’다. 윤 대통령은 당초 대선 공약에 연금개혁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구성한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서 ‘대통령 직속’이란 표현을 지우고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연금개혁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연금개혁위를 국회에 설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회적 합의 도출과 향후 국민연금법 개정 등 입법 과정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며 “정부와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다음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회 연금개혁 특위 같은 것을 만들어서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정부와 국회가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고 사견을 전제로 말했다.
 
계획대로 연금개혁위가 국회에 설치된다면 정부는 여야와 함께 보험료율 인상, 지급률·소득대체율 조정 같은 모수개혁(제도의 틀은 유지하고 핵심 변수만 조정)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내년 3월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기반으로 그해 하반기 제5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세워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윤석열정부는) 국민연금의 수지불균형이 심각한 상태이고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소위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식의 연금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국민연금 급여 축소나 수급연령 연장, 추가적인 보험료 인상 압박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오동훈 기자] ⓒ스카이데일리
 
국민연금, 수입 1.1% 오를 때 지출은 3.1% 늘어나
 
공적연금의 재정개선은 일반적으로 보험료율, 소득대체율(납부자의 생애평균소득 대비 수령 연금액), 수급개시연령 등의 조정을 통해 이뤄진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2차례 개혁과정을 거쳤다. 1998년 김대중정부에서 처음 손을 댔다. 당시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수급개시연령을 기존 60세에서 2013년 61세, 2033년 65세로 단계적 상향하는 내용으로 수정했다. 한마디로 ‘더 늦게 시작해 덜 받는’ 식의 개편이었다.
 
2003년 처음으로 제1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실시했다. 결과는 암담했다. 보험료율(9%)과 소득대체율(60%)을 현행처럼 유지할 경우 2036년에 국민연금이 적자로 돌아선다는 전망이 나왔다. 노무현정부는 3년간의 논의 끝에 2007년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소득대체율을 기존 60%에서 장기적으로 40%까지 내리는 ‘똑같이 내고 덜 받는’ 식이었다. 2008년 50%로 하향하는 것을 시작으로 매년 0.5%p씩 인하해 2028년 40%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08년 제2차 재정계산에서 적자전환 시점은 2036년에서 2044년으로, 기금 고갈 시점은 2047년에서 2060년으로 늘어났다. 제3차 재정계산(2013년)에서도 적자 전환 및 기금 고갈 시점은 각각 2044년, 2060년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8년 실시한 제4차 재정계산에서는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 적자 전환은 2042년으로, 기금 고갈은 2057년으로 각각 줄어들었다. 적자 및 고갈 속도가 더 빨라진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0년 9월 발표한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과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지출은 2020년 29조9000억원에서 2090년 251조원까지 연평균 3.1%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입이 33조2000억원에서 73조원으로 매년 1.1% 오르는 것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재정수지(수입-지출)는 2038년 3조5000억원을 정점으로 2039년부터 적자로 전환된 후 2090년 -178조원까지 적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재정수지 적자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2059년 이후 4~5%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적립금의 경우 2038년 경상가격 기준으로 최대 1344조6000억원에 달한 뒤 점차 감소해 2055년 소진될 예정이다. 국민연금 적립금의 GDP 대비 비율도 2020년 38.3%에서 2029년 42.8%까지 증가한 뒤 적립금이 소진되는 2055년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전 국민의 안정적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재정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한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 등 수입 증가 요인과 수급개시 연령 상향 등 지출 감소 요인의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있어야만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 유지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예정처 “보험료율 조정, 재정수지 개선에 큰 영향 미쳐”
 
공적연금 개혁을 이뤄내기 위해선 보험료율을 올리고 수급개시연령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보험료율은 9.0%로 G5국가 평균(20.2%)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수급개시연령의 경우 현행 62세에서 2033년 65세로 높일 예정이지만 G5국가들이 현행 65~67세에서 67~75세로 상향하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오동훈 기자] ⓒ스카이데일리
 
국회예산정책처는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 등 3개 변수의 조합을 통해 5가지 시나리오를 구성해 분석했다. 전망 결과 △보험료율 18% △소득대체율 45% △수급개시연령 67세 등을 적용한 시나리오의 재정수지 개선효과는 연평균 79조1000억원으로 가장 우수했다. 적립금 소진 시점도 25년 늦춰지는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 △수급개시연령 67세 등을 적용한 시나리오의 재정수지 개선효과는 15조1000억원에 불과했다. 적립금 소진 시점도 2057년으로 고작 2년 늦추는 데 그쳤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수급개시연령 상향조정이나 가입연령 연장, 소득대체율 상향조정 등 지출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보험료율 조정은 재정수지 개선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연금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자동안정장치 도입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동안정장치는 출생률, 기대수명 증가 속도 등 연금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에 맞춰 보험료율, 수급액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OECD 국가 중 공적연금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 곳은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 20개국이다.
 
또한 연금개혁 과정에서 감소된 공적연금의 노후소득보장 수준을 충당하기 위해 강제·준강제, 자동가입 형태의 사적연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강제성 사적연금제도(퇴직연금, 개인연금 등)를 갖고 있는 국가는 21개국이며 이들 국가의 사적연금 가입률은 70.2%에 달했다. 국가별로 스웨덴 100%, 덴마크 91.9%, 네덜란드 88% 순으로 높았다. 해당 국가 중 우리나라는 17.0%로 가장 낮았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적연금의 보험료율 상향은 부담급증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추진될 필요가 있고 이해관계로 인한 연금개혁의 어려움에 대비해 공적연금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사적연금은 공적연금의 공백을 보충해 노후소득보장을 책임질 제도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정년연령(60세)까지 해지할 수 없도록 해 충분한 퇴직연금 재원이 확보되도록 하고 수급기에는 연금과 일시금의 선택이 연금수령원칙(자동연금수급)을 제도화해 확실한 노후소득보장제도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환경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연금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노후소득보장제도 개혁 담론 분석’ 보고서에서 연금개혁 과정에서 △노동시장 및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전망 △노후에 필요한 적정소득에 관한 검토 △현세대 노인 빈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수단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등이 필요하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로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19년 40.4%로 OECD 평균(14.4%)보다 높다. 노후생활 소득원도 근로소득(52.0%)에 대부분 의지하는 상태다.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인이 적정한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소득을 각기 어떠한 방식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망이 필요하다”며 “가계동향조사를 이용해 은퇴 전후의 소비, 지출 변화 수준을 고려한 적정 보장 수준을 소득계층별로 확인하고 필요소득 외에 노후를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료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연구위원은 “현세대 노인빈곤 문제는 적립방식 국민연금, 소득비례 연금제도의 근본적인 한계이자 노후소득보장 개혁과 관련한 딜레마 중 하나”라며 “현세대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 구체화될 경우 국민연금의 세대 간 분배 문제도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논의되고 있는 소득중심 사회보험은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크게 줄여나갈 것으로 전망되는데 동시에 저임금 노동자에게 실질적인 부담이 될 수준의 사회보험료율을 적용하고 인상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승준 기자 / sjyoon@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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