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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벌레만도 못한 놈.’ ‘짐승만도 못한 인간.’ 사람들이 흔히 쓰는 비유다. 하지만 ‘사람이 정말 벌레나 짐승보다 나을까’를 따지고 보면 자신 있게 답변하기 어렵다. 일부 벌레는 사람이 갖지 못한 재주로 나름의 생존과 생태계 보존에 기여한다. 짐승 중에도 부모한테 효도하고 형제와 우애를 지키는 종이 있다. 벌레와 짐승은 적어도 부모·배우자 이름으로 생명보험 들어놓고 죽이지는 않는다.
수도권의 청정지역이랄 수 있는 서울 은평구·서대문구·마포구·인천 계양구 등 북한산 서북쪽에 요즘 ‘러브버그(사랑벌레)’로 불리는 파리과 곤충 우담털파리(정식 명칭 ‘플리시아 니악티카’)가 창궐해 주민들이 하소연하고 있다. 1cm 크기의 암수 두 마리가 붙어 다녀 ‘사랑벌레’라 불리는데, 실은 교미 중이다. 교미가 끝나도 다른 개체와 교미를 못 하게 붙어 다닌다니 ‘바람’을 못 피게 원천 봉쇄하는 격이다.
사랑벌레는 3~4일 교미하다 수컷이 먼저 죽고, 암컷은 낙엽 같은 죽은 식물 밑에 알을 낳고 죽는다. 한번에 100~350개씩 산란한다. 보통은 참새와 사마귀 등 천적들에 잡아 먹혀 적당한 개체수를 유지한다. 하지만 오랜 가뭄 끝에 장마가 온 올해는 사정이 좀 달랐다. 가뭄 때 유충으로 잠복 돼 있다 장마로 습한 환경이 조성되자 일시에 우화(羽化·날개돋이)해 개체수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사랑벌레는 진드기 박멸·환경정화를 하는 인간에게 유익한 익충(益蟲)이다. 독성도 없고 인간을 물지도 않고 질병을 옮기지도 않는다. 다만, 떼로 몰려다니며 사람에게 달려들거나 주택가와 자동차 위 등에 다닥다닥 붙는 습성과 혐오스러운 생김새 때문에 기피를 당하고 있다. 사랑벌레는 밝은 색을 좋아하고 물을 싫어하므로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벽이나 자동차에 물을 뿌리면 금세 퇴치된다. 차 앞 유리에 붙어 있다고 와이퍼로 쓱 문지르면 터져버려 안 된다.
사랑벌레는 4월부터 6월 말까지가 번식기이기 때문에 조만간 자연스럽게 사그라진다. 가을께 한 번 더 출현할 수 있지만 역시 잠깐이다. 지구촌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탄생-생존-번식-사망을 반복하며 개체를 보전한다. 본성이자 노력의 결과다. 인간이 오히려 배워야 할 점이다. 남들이 뭐라 하던 종족 보존을 위해, 다른 짝을 못 만나게 사랑을 하다 죽어가는 벌레에게 한 수 배운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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