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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가 정부의 ‘50조 원+⍺’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 결정에 대해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평가했다. 다만 시장 기대와 달리 SPV(기업유동성지원기구) 재가동을 포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또 채권시장 경색의 근본적 원인인 금리인상 기조 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도 전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 이슈 등으로 자금시장 위축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규모를 ‘50조 원+⍺’로 확대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대책에는 △2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재가동 중 가용재원인 1조6000억 원 조기집행 △회사채, 기업어음(CP) 매입 한도 8조 원에서 16조 원으로 확대 △유동성 부족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국증권금융이 3조 원 규모 유동성 지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 원 △한국은행 대출 적격담보대상 증권에 공공기관채, 은행채 포함 검토 등이 담겼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 매입대상채권에 시공사 보증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포함됐고 산업은행·기업은행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에 증권사 CP 매입이 포함됐는데 이는 그동안 금융시장 지원 프로그램에서 포함하지 않았던 조치다”며 “시장이 가장 필요로 했던 사항을 반영한 전향적 조치로 시장의 PF 기피심리를 완화시킬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므로 단기자금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최근 불거진 자금경색에 대해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 등 금융정책 당국뿐 아니라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가 해당 이슈를 함께 점검하며 대응 방안을 제시한 점은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50조 원을 상회하는 지원 규모 역시 시장에서 기대했던 수준을 상당한 정도로 반영한 것과 함께 필요 시 추가 조치도 가능하다고 밝힌 것은 사태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며 “특히 이번 자금 경색의 직접적 ‘트리거(도화선)’가 됐던 레고랜드 사태를 겨냥해 지방자치단체의 (지급 보증 의무 이행) 재확약을 끌어내고 정당별 분포가 다양한 지방정부들의 의견 조율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SPV 재가동이 빠진 점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비상 시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열쇠’였기 때문이다. SPV는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CP 매입기구다. 정부가 위험흡수 재원을 지원하고 한은이 유동성을 공급, 산은이 매입기구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급격하게 위축된 투자심리가 일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시장에서 기대했던 SPV나 금융투자협회에서 요청한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대책들의 경우 국내 펀더멘탈 여건이나 통화정책 기조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쉽게 재가동을 결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나온 정책의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 지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기명 연구원도 “채안펀드,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등은 모두 현재 유동성 고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시장 내 기존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재원을 확보하는 조치로 시장 전반의 유동성 경색 해소에 다소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채안펀드 캐피탈 콜에 응해야 하는 증권사들은 정작 자금지원이 필요한 회사들로 채안펀드 캐피탈 콜에 대응한 자금조성 과정에서 자금시장 경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자금시장 지원을 위한 재원조성 방법은 코로나 팬데믹 초기 시행했던 한은의 저신용등급 회사채·CP·SPV 재가동이다”며 “금통위에서 의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은 대출 등의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국채 외에 공공기관채, 은행채를 포함하는 방안에 더해 우량회사채·여전채를 추가하는 것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당국의 조치가 단기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자금시장 경색의 근본적 원인인 금리 인상 기조와 경기 침체 우려 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정책을 펴면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은 일종의 ‘엇박자’로 볼 수 있다.
공동락 연구원은 “시중금리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유동성 축소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과정에서 자금경색이 발생한 만큼 정책 당국의 대응 역시 한계나 향후 기조 상으로 상충되는 문제는 향후에도 불가피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행동을 원하는 시장에 이번에는 빠르게 행동으로 대응한 만큼 단기적인 투자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면서도 “한은이 변하지 않았기에 이번 대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조치들만으로는 번지는 불씨를 완전히 끄긴 어려울 것이다”며 “주된 지원 중 하나인 채안펀드는 시장 안정화 영향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자금 여력이 없는 은행들이 캐피탈 콜에 응할 만한 자금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근본적인 상황도 변하지 않았다. 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당국의 긴축으로 전체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국면이기 때문에 안정의 정도는 한계가 있다”며 “한국은 아직 물가의 고점을 확인하지 못했고 미국 근원 물가는 고점 확인에 실패했다. 피봇(방향전환)을 기대하기에는 여건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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