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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새벽이라 차가 미끄러졌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거 말고는 내가 아는 게 없어서….”
우룡은 대강 얼버무렸다. 사실 신문 기사에 난 것 이상으로 아는 것도 없었지만 더 많이 아는 척도 하고 싶지 않았다.
“저도 새벽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 시간에 어딜 가는 길이었을까요? 혹시 출산 때문에 병원 가는 상황이었다면 엄마가 직접 운전했을 것 같지는 않아서요.”
“아버지가 아무 말도 안 해주셨던가?”
우룡은 명환이 그 사건에 대해 선우에게 뭐라고 했는지가 궁금했다.
“아빠요?”
선우는 쓰게 웃었다.
“전 이제까지 엄마가 저 낳다가 돌아가신 걸로 알고 살았어요. 엄마가 사고로 돌아가신 거라는 건 최근에 알게 된 거고요. 그때 상황도 신문 기사 찾아서 보고는 대충 이해한 거라서….”
선우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소선이 별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고가 났다는 사실도, 그리고 전날 밤 자신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구태여 우룡이 그걸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잠깐 제 방에 올라가서 차 한 잔 더 하고 가실래요?”
우룡은 흔쾌히 선우와 함께 계단을 올랐다. 잘된 일이었다. 할 이야기도 들을 이야기도 많았는데 아무 획득 없이 돌아가는 건 우룡답지 않은 일이었다. 아무리 그 대상이 선우라고 해도.
우선 우룡은 선우가 왜 진욱과 어울리는지를 알고 싶었다. 선우는 상훈과 이미 결혼했고 여러모로 남들의 시선이 집중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저는 엄마에 대해서 남들이 아는 만큼만 알아요. 아무도 이야기를 해 주는 분이 없었어요.”
선우가 직접 내린 커피를 가져와 우룡 앞에 놓았다.
테이블에 선우가 핸드폰을 내려놓는 순간 거기에 매달린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선가 의미심장하게 본 기억이 났다. 최근에도 본 것 같았는데 어디서 봤는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아름답고 지적이고 단아한 최고의 여성이셨지. 천재 화가라는 수식어 때문에 인간적으로 좋은 많은 부분이 가려졌었지. 나소선은 강의를 잘하는 교수기도 했고, 특히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었지.”
소선에 대해 정말 아는 게 없었던지 우룡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선우의 감정 변화가 얼굴에 나타났다.
“엄마는 그러셨을 것 같아요. 엄마 강의를 들었다는 분도 언젠가 뵈었고 친구 분 이야기도 들어보면 이타적인 분 같았어요.”
“엄마 친구? 누구?”
우룡의 물음에 선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어릴 때 뵌 분이라 기억이 희미하지만 대학 동기셨던 것 같아요.”
우룡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참 하나 알려줄 게 있어요. 이상훈 변호사. 우리 당 시장 후보로 결정이 됐어요. 축하합니다.”
우룡은 환하게 웃으며 기뻐할 선우를 상상했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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