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신춘문예와 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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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신춘문예와 문청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2-02 14:25:31

▲ 한 지역신문 신춘문예 시상식 장면. 심사위원으로 문화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뒷줄 맨 왼쪽) 시인도 눈에 띈다. [뉴시스]

전국대학가요제·강변가요제·전국노래자랑이 한때 우리나라의 가수 입문 코스였다. 이런 대회에서 대상이나 금상을 받으면 소속사가 붙고 매니저가 생겨 졸지에 가수·연예인의 길로 나섰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지 대형 기획사들이 수년간 공들여 노래와 춤을 연습시킨 ‘아이돌’이 뜨면서 음반 발매가 가수 데뷔와 동의어처럼 쓰이게 됐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과거엔 해마다 300명 이상 뽑는 고시보다 100배 어렵다는 말처럼 신춘문예로 10명 내외의 작가만 배출했다. 신문사 주최 신춘문예는 엄청난 경쟁률로 정평 나 있고, 문예지는 저명 평론가들의 날카로운 심사를 세 번 뚫어야 ‘작가’로 입문했다. 각종 문예·문학상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지금은 신춘문예도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신춘문예 공모 매체도 대폭 줄었다.

1997년 불어 닥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배를 받는 외환난으로 기업들이 사보(社報)를 없앰으로써 전업 작가들이 설 자리가 대거 사라졌다. 신문도 예외 없이 게재하던 소설 코너를 없애버렸다. 소설을 연재하려면 글 작가는 물론 삽화 작가까지 섭외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줄이려는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일간지들이 ‘신춘문예 사고(社告)’를 내는 가을만 되면 전국의 문학청년(문청)들은 바빠진다. 1년 내내 다듬던 작품을 다시 손질하고 어느 매체가 가장 마감이 뒤인지 확인하며 우편으로 인편(퀵)으로, 또는 직접 접수한다. 희한하게도 신춘문예를 몇 번 진행해 보니 마감 날 마지막에 접수된 작품의 당선 가능성이 꽤 컸다. 그만큼 자기 작품에 오래 공을 들였다는 증거일 것이다.

문청이던 필자는 학창시절 ‘농촌문학상’을 수상한 뒤 신춘문예를 접었다. 수상식 후 진행된 뒤풀이에서 나보다 한 단계 높은 최우수상을 받은 수상자가 심사위원장의 애제자임을 알았다. “아, 이 동네는 공정하지 않구나” 하고 마음을 닫아버렸다. 물론 누군가로부터 내 글을 평가받는 것 자체가 싫기도 했다.

늦긴 했지만 문청들에게 신춘문예 꿀팁을 하나 주고 싶다. ‘시대성을 반영하라.’ 시대를 관통하는 명작이라면 몰라도 2만 글자 안팎의 단편소설은 글의 숙련도와 함께 소재·주제의 적절성과 시의성에 높은 점수를 준다. 올해는 아마 ‘단군 이래 최대 뻔뻔이’ 모 정당 대표의 캐릭터나 집단 참사를 소재로 삼으면 50점은 따고 들어갈 것 같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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