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광주 
제주 
목포 
)
최근 아이돌부터 스포츠 스타들까지 신체 일부분에 문구나 그림을 새겨넣은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길거리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번화가에서 문신한 사람 한두 명쯤 찾는 것은 일도 아니다.
‘타투’라고도 불리는 문신은 이제 학생들도 받을 정도로 대중과 친숙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문신사나 타투 아티스트로서 공인된 직업은 없으며 이들의 행위가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20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문신사 합법화’ 법안을 발의했고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도 2021년 뒤따라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2년이 지난 지금, 두 법안은 계류 중인 상태로 어느새 문신사 합법화 문제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사법부의 문턱을 넘지 못한 타투… 입법부에서는 지지부진
1992년 대법원은 “의료 행위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행위뿐만 아니라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며 “문신용 침으로 인하여 질병의 전염 우려도 있다”는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대법원의 판단에서 문신도 의료 행위 중 하나로 간주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로 문신사들은 그동안 의료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아왔다. 타투 아티스트(문신사)들은 이 때문에 벌금형에서 징역형까지 받아야 했다.
문제는 의료법에는 ‘문신’이라는 단어가 없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의료법 기준을 적용해 처벌할 뿐, 문신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나 규제가 없는 것이다.
송강섭 한국타투협회 회장은 “해당 법안들에 문신에 대해 언급된 점은 없다”며 “그래서 ‘무법’이라 보는 것”이라고 부당함을 주장했다.
이에 타투 아티스트 노동조합인 ‘타투 유니온’은 헌법재판소에 이를 청구했다. 하지만 올해 3월31일 헌법재판소는 5대4 의견으로 이를 기각했다.
헌재는 “문신 시술은 감염과 염료 주입으로 인한 부작용 등 위험을 수반한다”며 “공중위생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신 시술 자격제도와 같은 대안의 도입 여부는 입법재량의 영역”이라며 “증가하는 문신 시술 수요를 맞추지 못해 불법적이고 위험한 시술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입법 필요성을 남겨뒀다.
국회에서도 발의된 법안은 많다. 12월11일 기준 국회에 문신사 합법화 관련 법안은 총 6건이다. 국민의힘부터 더불어민주당까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2010년 김춘진 당시 통합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것부터 관련 법안들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계류되다가 ‘임기만료 폐기’ 처분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 소비자부터 타투 아티스트 모두 해당
‘문신사 합법’ 관련 법안을 제출한 엄태영 의원실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지속해서 좌절되는 이유에 대해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라고 답했다.비위생적인 시술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어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염료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 및 이물 반응이 유발되면 치료가 어려운 이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유려를 표했다. 이어 “어떤 교육도 받지 않은 비의료인이 이런 시술을 한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며 문신사들의 직업 윤리의식에 강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유감을 표했다.
타투 아티스트들의 입장은 다르다. ‘타투 유니온’은 홈페이지를 통해 작업 동의서를 게시했다. 작업 동의서에는 “위생 절차를 철저히 지키며 일회용품을 재사용하지 않는다”며 “타투 작업에 사용하는 모든 염료는 생산 국가의 안전검사를 통과한 제품이며 검증되지 않는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서울에서 타투숍을 운영하는 A씨도 이런 우려에 대해 “미국에서 검증된 제품을 들여오고 있다”며 해명했다. A씨에 따르면 국내 염료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위험하다고 반박했다.
‘타투’에 대한 법적 외면이 소비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취약해지는 것은 타투 아티스트 당사자들이다. A씨는 최근에도 데이트 폭행 등을 당하고도 ‘타투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신고할 수 없었던 지인의 사례를 털어놓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보통 하나의 타투숍에서 여러 명의 타투 아티스트가 공동으로 작업한다. 이런 특성상 범죄 피해가 있어도 가해자가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순간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도 함께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고를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단순 범죄만은 아니다. 월세부터 각종 혜택에서도 법적 인정을 받지 못하는 타투 아티스트들은 제외될 수밖에 없다. A씨는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 뭔가 신고하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는 게 슬프다”며 합법화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외면받아온 타투… 이제는 법의 그림자에서 조명받을 때
의사이자 타투 아티스트인 조명신 원장은 “어떤 통계에서는 200만 명 정도가 시술받았다는 데 그럼 그중 99.99999%는 불법적 환경에서 시술받았다는 것 아니냐”며 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점을 꼬집었다.
이어 “대법원 판결 이후 계속 평행선을 달려온 꼴이다”며 그동안 타투 아티스트들은 테러부터 고소·협박까지 당해 왔다며 현실을 전해주기도 했다.
조 원장은 “문신 및 반영구 화장의 시술 자격을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까지 확대한다는 내용만 생겨도 충분하다”며 “비교적 취득하기 쉬운 범위까지 확대되면 양측의 명분이 모두 충족될 것”이라 조언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면서 해외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인권위에 따르면 미국은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주에서 문신 면허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호주와 영국도 관련 자격증이나 면허제도를 통해 이를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신고제로 위생 관련 교육 과정을 이수한다면 허가하도록 하고 있다. 태국도 ‘문신 서비스 종사자’의 자격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문신을 불법으로 규정하던 일본도 최근에는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의료나 보건 지도에 속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변화하는 추세다.
조 원장은 “이미 기술은 우리가 좋으니까 사회적인 제반 시스템만 마련된다면 더욱 발전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타투는 의료 행위이기도 하고 예술행위이기도 하다”며 “진작 진행이 됐다면 그동안의 피해자도 없었을 것이고 정착된 문화가 됐을 것”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1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