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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지구촌 IN & OUT
베트남과 한국, 한국과 일본 왜 이리 다른가
미래를 위해 뭐든 이뤄 보겠다고 달려들면
당장은 욕먹더라도 결국에는 이루어진다
이혁재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1-27 10:17:44
▲ 이혁재 수석논설위원
일본은 반세기 넘게 베트남에 적지 않은 원조와 투자를 해 왔다. 반면 우리는 냉전 기간 베트남과 전쟁까지 치렀다. 그러니 베트남이 일본과 좀 더 친할 거라 생각해도 이상할 건 없다. 근데 요즘 어떤 일본 문인이 쓴 글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느낌이다.
 
지난해 말 베트남을 찾은 그 문인은 약간의 불편을 겪었다. 도처에서한국인이세요?”라고 친근하게 물어 왔기 때문이다. 차이나타운에서, 프랑스 마을에서, 그리고 과거 파월 한국군의 거점인 빈딘성 해안도시뀌년에서마저 베트남인들은 그를오빠라고 한국말로 불렀다. 뀌년 마을에서 20km 떨어진 곳에 한국군의양민 학살 기념비(紀念碑)’가 있는데 말이다
 
베트남에는 한국산 중고 버스들이 달리고 있었고, 내릴 때 누르는 버튼에는 한글이 적혀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게에 들어가 보니 절반 정도는 한국 아이스크림이었다. ·베트남 수교 30주년인 지난해 한국은 베트남에서 가장 많은 무역 흑자를 올렸다.
 
이 문인은 일본 독자를 위해한국에서 결혼한 베트남 여성의 인권문제혼혈아라이따이한등을 설명했고 좀 더 알고 싶으면 한국군의 베트남 인민 학살과 화해의 길등의 서적을 참고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좌파로 보이는 이 문인이 내린 결론은 베트남은 친한이었다. 한국이 적극 다가갔기 때문이라고 문인은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지금 베트남에 이어 일본에도 다가가고 있다. 역사적으로 일본에 접근하는 정부는 욕을 먹었다. 그래서 문재인정부는 접근 대신 방치했고, 국내 정치에 이용했다. 윤석열정부라고 그걸 모르겠나. 그럼에도 각오하고 다가가고 있다. 
 
두 차례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했고, 실무급 협의도 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 토론회도 열었다.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을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혜택을 입은 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을 통해 재단 기금을 만들고, 일본 기업까지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역시 욕을 먹었다. 국회 토론회에선 강제징용 피해자 측이 일본 기업의 책임을 묻는 대신 애꿎은 한국 기업 팔을 비틀어 해결하려는 발상이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성토 대회를 열었다. 저자세 굴종 외교’ 자해적·반민족적·반역사적 외교 일본을 위해 간도 쓸개도 다 내주는 자세 등 모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 말이다.
 
이 대표는 “재단 설립은 검찰이 억지 쓰는 제3자 뇌물죄와 마찬가지라며 일본과 싸워 이기자고 했다. 이 대표 주장은 시원시원하다. 사이다 주장이 이어지는 사이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징용 피해자 15명 중 12명은 세상을 떠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를 보면 기시감이 든다. ·일 국교 정상화 때 박정희 대통령은 5억 달러를 일본에서 받아내 고도 경제성장에 사용했다. 노태우 대통령도 일본 자금을 받아 한인 원폭 피해자 지원과 사할린 잔류 한인 영구 귀국 사업을 시작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위안부 사죄를 담은 고노 담화를 이끌어냈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은 침묵했고, 노무현 대통령은해결되지 않았다며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떠안았고 일본과 해법을 모색했으나 실패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룬·일 위안부 합의는 노 대통령이 넘긴 난제를 해결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합의를 깨고 죽창가를 불렀다. 그 짐을 윤 대통령이 물려받아 해법을 찾는 중이다.
 
윤 정부는 리스크를 감수하며 뭐라도 길은 없는지 찾으려 하고 있다. 속 시원하게 호통치진 않지만 이 정부에서 결실은 서서히 나오고 있다. 일본 총리실은 우리 방안이 현실적이란 평가를 내렸고 수출규제 해제 △셔틀 외교 재개 등을 선언하기로 내부 입장을 정했다고 한다. 자동차·첨단소재·금융·화학 등 일본 주요 대기업 상당수가 우리 재단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기업들은 ·일 정부의 교섭 상황을 바탕으로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건 적극 협조하겠다의 일본식 표현이다.
  
일본의 자발적 성의를 기대하는 윤 정부의 작업 방식은 시원시원하진 않다. 정치·외교적 우회로란 분석도 나온다. 이런 걸 어른스러운 외교라고 하면 욕먹을까. 중요한 건 뭔가 만들어 보려는 보수와, 반대하고 때려 부수려는 좌파의 근본적 차이가 여기 있다는 점이다.
 
정부 간 합의가 이뤄져도 도중에 암초에 부딪혀 실패로 끝날 수 있다. 그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그래도 문화적으로도 일본의 형님인 우리가 형 답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성숙하게 먼저 양보하고 기다리며 저쪽도 다가오리라고 믿어 보는 건 어떨까.
 
과거를 완전히 묻어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이웃과 잘 지내며 행복해야 할 우리 아들딸들 미래를 위해 한번 해 보자는 것이다. 좌파가 북한에 보인 성심성의의 1000분의 1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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