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달러 돌파한 ‘금값’, 긴축 완화에 역대 최고가 경신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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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 가격, 올 들어 12% 이상 급등… 달러 가치 하락 영향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11 14:00:37

▲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9일(현지시간)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042.90달러로 작년 말(1826.20달러) 대비 11.9% 올랐다. 올 1월 서울 종로구 금거래소에 골드바가 놓여 있다. 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가 경신을 눈앞에 뒀다. 국내에서는 개인투자자의 집중 매수세를 받으며 이미 전고점을 넘어섰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이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기대되는 동시에 달러화 가치가 하락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통화완화·약(弱)달러 환경에서 금값이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11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9일(현지시간)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042.90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는 작년 말(1826.20달러)과 비교해 넉 달 만에 11.9% 오른 수준이다. 이달 들어서는 7거래일간 2.2% 상승했다. 4일에는 장 중 2085.4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최고가인 2089.20달러(2020년 8월7일)를 바짝 따라붙었다.

한국에서도 오름세다.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서 판매하는 금 현물(순도 99.99) 1g 가격은 10일 8만6460원으로 작년 말(7만4360원) 대비 16.3% 올랐다. 3월17일 8만560원으로 전고점인 8만100원(2020년 7월28일)을 경신한 데 이어 두 달째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개인은 이달 들어서만 KRX 금 현물을 172억 원 사들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끝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기대에 금값이 반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3일(현지시간) FOMC 이후 낸 성명서에서 기존 ‘통화정책 달성을 위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문구를 삭제하면서 금리 인상 중단을 사실상 선언했다.

9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78.8%로 높은 편이다.

금 가격은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하락할 때 오르는 경향이 있다. 시장금리와 음(-)의 상관관계·인플레이션과는 양(+)의 상관관계인 셈이다. 명목금리를 나타내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초 3.879%에서 9일 3.522%로 0.3%p 이상 주저앉았다.

긴축 중단에 따른 달러화 약세도 금값에는 호재다. 금값은 달러화로 표시되는데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금의 가치는 상승한다. 또 금과 달러화는 대체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서 음(-)의 관계를 나타낸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한 달러인덱스(DXY)는 이달들어 100~101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작년 9월 말(114.047)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5월 FOMC에서 0.25%p 금리를 인상하면서 금리 인상 중단 신호를 보냈을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데이터와 시장 위험 회피가 높아지면서 귀금속 가격이 강력한 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며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기대감·미국 부채 이슈·안전자산 선호 심리 등이 귀금속에 유리하게 작동 중”이라고 말했다.

각 국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을 적극 늘리고 있는 점도 금값 상승세에 호재다. 세계금협회(WGC)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각 국 중앙은행이 사들인 금 규모는 228톤(t)으로 전년동기 대비 176% 급증했다. 역대 1분기 기준 최고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중국 간 갈등 고조, 경기 침체 우려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금에 대한 수요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69t·중국 58t·튀르기예 30t·인도 7t 등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금을 매집했다. 금값은 추가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5월 FOMC에서 향후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하며 달러인덱스가 소폭 하락했는데 달러화 약세로 대체재인 귀금속 수요가 증가했다”며 “시장에서 기대하는 미래 금리 수준과 달러 위상 약화로 인한 금 수요의 증가세가 해당 괴리를 정당화시키고 가격의 장기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연준의 통화 긴축 우려는 연말로 갈수록 점차 완화 기대로 확산해 귀금속 섹터의 본격적인 강세 사이클을 지지할 전망”이라며 “긴축 장기화 우려 재현 또는 디플레이션(가파른 경기 침체) 가능성이 없는 한 지난해 귀금속 섹터 전반을 압박한 실질금리 상승세도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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