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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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이 2.0이라고 하면 다들 놀랐다. 학창 시절 시력 검사에서 가장 아랫단에 있는 사물까지 알아맞혀 반 아이들을 놀라게 하던 시력이다. 나의 조상은 몽골인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순한 눈매 속에 날카로운 시력을 감춘 무심한 표정의 몽골인 말이다.
그래서 ‘눈이 나쁘다’ ‘잘 안 보인다’는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 세계는 어떤 세계인지 호기심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 나이 쉰이 넘어보니 알겠다. 노안이라는 게 어떤 건지, 잘 안 보인다는 게 어떤 건지. 아직 안 늙어본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나의 증상을 소개한다.
일단 글자가 움직인다. 특히 모음이 심하다. 내 경우는 ‘ㅏ’ ‘ㅓ’가 가장 심각하다. 밖으로 뻗었던 팔을 갑자기 안으로 집어넣거나, 안으로 뻗었던 팔을 밖으로 뻗으면서 ‘ㅏ’가 ‘ㅓ’가 되기도 하고, ‘ㅓ’가 ‘ㅏ’가 되기도 한다. 심할 때는 마구 움직이면서 모양을 바꾼다. ‘아’인지 ‘어’인지 도무지 알아맞힐 수가 없다.
둘째로 글자가 두꺼워진다. 스치듯 지날 때는 멀쩡하던 글자인데 집중하여 읽으려고 하면 갑자기 부풀어 오르면서 주변에 테두리를 두른 것처럼, 혹은 몇 겹의 옷을 입은 것처럼 글자의 부피가 두꺼워지는 것이다. 두꺼워지는 만큼 색은 엷어져서 마치 글자로 팬케이크를 부친 듯하다. 부풀고 옅어진 글자는 옆 글자와 겹쳐 무슨 글자인지 해독이 어렵다. 이 곤경을 해결하려면 뒤로 물러서 눈의 초점을 잘 조정해야 한다.
“아, 그래서 어른들이 그랬구나!” 이제야 이해가 되는 것이다.
미국 시인 시어도어 로스케는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고 했다. 늙음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라고 해도 뭔가 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은 떨칠 수가 없다. 가수 서유석의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노래 가사도 평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사실 돋보기를 동원하면 당장의 곤경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미루기로 한다. 생각해 보면 얼마나 안 볼 것, 못 볼 것 다 보며 험난하게 살아온 인생이 아닌가. 보이면 험지, 안 보이면 평지가 아닌가. 노안이 찾아 온 걸 계기로 웬만하면 주변 일은 못 본 척하며 살기로 한다. 그래야 늙음도 선물이 될 수 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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