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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여 부르는 ‘내로남불’처럼 위신 떨어지고 부끄러운 짓이 없다. 내로남불은 내 편을 두둔하는 ‘온정주의’, 타인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이중잣대’보다 더 멸시적으로 들린다. 그것은 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가 정결하지 못한 잠자리를 깔고 앉아 있기 때문이다. 낭만적인 사랑을 뜻하는 ‘로맨스’가 불륜(不倫)의 다른 얼굴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중세 초기 ‘결혼’은 봉건 귀족들 간에 재산을 불리거나 유지하는 수단이었다. 정략결혼을 넘어 결혼장사 수준이었으니 결혼 당사자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이상과 거리가 먼 배우자를 대신해 각자 연인을 둠으로써 성적·사회적 만족을 얻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부정(不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부정을 눈감아줄 수밖에 없게 되었고 궁정연애는 일반적인 일이 되었다. 이는 11세기 궁정문학이 탄생하는 계기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궁정문학을 향유하는 이들은 궁정연애와는 거리가 먼 일반 서민이었다. 궁정문학 작가들은 서민도 읽을 수 있는 로망스어(통속 라틴어)로 글을 쓰게 되었고 이를 로맨스라고 불렀다. 로맨스는 과거 우리네 서민들이 향유했던 ‘언문소설’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영국의 아서 왕 전설에 등장하는 ‘랜슬롯과 귀네비어’, 중세 유럽의 최대 연애담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다 불륜을 소재로 하는 로맨스 문학이다. 어떻게 표현하건간에 로맨스가 불륜이고 불륜이 로맨스다. 그러나 나는 다른 이유로 내로남불이라는 단어를 그만 쓰자는 쪽에 찬성이다.
따지고 보면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는 데 불륜이 어딨겠나. 불륜은 인륜을 저버린다는 뜻인데, 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학교폭력이야말로 진짜 불륜이 아니겠는가.
근친상간·스토커 짓만 아니라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겠나. 배우자에 대한 배신감? 당신 남편이 그럴 줄 몰랐던가? 당신 참 어리석군! 아, 배우자를 믿었더니 여전히 당신만을 사랑하고 있다고? 당신 참 현명하군!
결국 현명한지 그렇지 않은지 여부는 결과론적일 수밖에 없다. 만약 배신당했다면 자책이나 원망보다는 법정에서 깔끔하게 해결하고 당신은 당신대로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서는 게 상책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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