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가 김명수 체제 6년간 심각해진 재판 지연 문제의 해결사로 역할할 수 있을지 학계와 시민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후보자가 평소 일본이나 독일처럼 신속한 재판을 보장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소신을 피력해 온 데 따른 기대감이다.
특히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 중 민사 사건의 65%, 형사 사건의 68%가 1년 넘게 지연되는 재판적체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증가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취임 이후 이른바 ‘사법 민주화’를 내걸고 법원행정처의 역할을 축소하는 등의 조치를 잇달아 취하면서 법관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재판 지연 문제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재판은 기소 후 3년8개월이 지나도록 2심이 진행 중이고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혐의를 받는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1심 선고만 2년5개월이 걸렸다.
2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건을 심리했던 서울중앙지법 김미리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 재판 외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재판 등을 심리하다가 2021년 4월 돌연 건강상의 이유라며 휴직해 1심 도중에 재판장이 교체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재판은 기소 후 3년7개월째 1심에 계류 중인 상태다. 일각에선 의도적인 재판 지체가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또한 조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2020년 1월에 기소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심과 2심을 거치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게 됐지만,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이번 국회의원의 임기 종반부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내려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주요 재판들이 이렇게 줄줄이 지연되는 것은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재판 지연 실태를 사례별로 종합해보면 2018년 당시 민사 합의부 재판 1심 선고가 평균 297일이 걸렸으며 지난해엔 420일로 처리 기간이 40% 넘게 늘어났다. 또한 형사 사건 역시 6년 전과 비교해볼 때 1심 선거가 나기까지 50일 정도를 더 기다려야 했다.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 선고 기간도 최근 6년 새 48일·91일씩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4·15 부정선거에 대한 선거무효 소송 역시 법 규정 시한을 훌쩍 넘기도록 제대로 진척되지 않아 논란에 휩싸였다. 역대 최다인 120여 건의 선거무효소송이 제기됐지만 선거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재검표를 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제170조의 시한을 가볍게 무시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시민들의 강한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국내의 재판 지연 문제가 우리 사회의 사법 리스크로 대두되면서 이균용 후보자가 언급한 바 있는 독일과 일본의 재판 지연 방지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독일은 2011년에 재판지연보상법을 제정해 재판 장기화로 불이익을 본 국민에게 1개월 지연될 때마다 정부가 100유로(약 14만5000원)을 보상하고 있다. 일본은 2003년 제정된 재판 신속화 법률을 통해 사건 처리 장기화의 원인을 조사 분석 ·검증하고 2년마다 공표하고 있다.
한국은 헌법 27조 3항이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민사소송법도 “판결은 소송이 제기된 날부터 5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민소법 조항은 1999년 헌법재판소를 통해 강제성 없는 ‘훈시 규정’이라는 판단을 받아 구속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러다 보니 이제는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정립해 국민들이 누리는 사법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명수 체제에서 이른바 ‘친민주당’ 성향의 법관들을 중심으로 진영 논리에 따라 왜곡된 사법적 판단을 다시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문재인 정권과 인연이 있는 인사에 대한 비호로 이어져 재판 지연을 하나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법학 교수는 “재판 지연 관련 법을 만들고 손해배상을 하게 함으로써 법관의 성실한 재판 진행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처럼 이균용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계기로 법조계와 학계, 시민 사회를 중심으로 국내 사법 체계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우려가 꾸준히 전달되고 있어 향후 사법부의 변화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총선이 8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온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한 재판 관행이 회복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만큼 이균용 후보자의 ‘사법 개혁’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방향으로 설정될지 각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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