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 5영업일 만에 1.6조 늘어… 가계대출 21개월 만에 최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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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 수요 몰려 월말 닷새간 주담대 1조6000억↑… 연체율 두 배로 ‘껑충’

임진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03 18:10:55

주요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2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불어나고 전체 대출 연체율까지 작년 대비 약 두 배까지 오르는 등 가계부채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3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8120억 원을 기록했다. 7월 말(679조2208억 원) 대비 한 달새 1조5912억 원 증가했다.

올 5월 이후 네 달 연속 증가세다. 8월 증가 폭(1조5912억 원)은 2021년 11월(2조3622억 원)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특히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주택담보대출은 8월에만 2조1122억원(512조8875억원→514조9997억 원)이나 급증했다. 주택담보대출 월별 증가액이 2조 원을 넘긴 것은 2022년 12월(2조3782억 원) 이래 8개월 만의 일이다.

8월 가계대출 크게 늘어난 주요 요인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논란이 거론된다.

5대 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월 말 8657억 원에서 8월24일 2조8867억 원으로 2조원 이상 늘었다.

특히 이례적으로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8월25일부터 31일까지 단 5영업일 만에 513조3716억 원에서 514조9997억 원으로 1조6281억 원 급증했다, 증가액 중 상당수가 50년 만기 상품 대출로 추정된다.

8월10일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한 후 은행권은 자체적으로 50년 만기 상품에 ‘만 34세 이하’ 등 연령 제한을 두거나 아예 잠정적으로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아울러 8월 말 들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기준 조정에 따른 50년 만기 상품의 실제 한도 축소가 임박했다는 소식까지 들리자 당장 시급하지 않은 주택담보대출 수요까지 몰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9월 말까지만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겠다고 예고한 NH농협은행에서 8월25∼31일 기간에 주택담보대출이 5082억 원 급증한 바 있다.

이와 같이 가계대출 급증하는 와중에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까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5대 은행의 7월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1%(가계대출 0.28%·기업대출 0.34%)로 집계됐다. 6월 말의 0.29%(0.26%·0.31%)보다 0.02%p 상승했다.

지난 연도와 비교하면 5대 은행의 건전성 악화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작년 7월 말 5대 은행 평균 연체율은 0.18%로 올해 같은 시점보다 각 0.13%p 낮았다. 1년 새 거의 두 배 가까이 연체율이 상승한 셈이다.

이에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7월24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직후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가계부채가 연착륙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규제 등 미시적 정책이 먼저고 그 다음이 거시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거시정책을 쓸)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가계대출이 급증하면 기준금리를 더 인상할 필요가 있지만 경기 위축이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 등을 감안하면 한은 입장에선 금리 인상을 쉽사리 결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8월 은행권 등과 수 차례 회의를 갖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인터넷은행의 공격적 주택담보대출 영업 등을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다.

우선 당국은 50년 만기 상품을 40년 만에 갚는 것으로 가정하는 새로운 DSR 산정 방식을 도입했다. 빠르면 이번 주부터 모든 은행에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50년 만기 대출상품을 규제한다고 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근본적 원인은 주택담보대출 LTV(담보인정비율) 상한 완화·부동산규제지역 해제·민간택지 내 분양가상한제 지정 해제·특례보금자리론 도입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 정부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당국이 8월 가계대출 지표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후 가계대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은행권 내부에선 50년 만기 DSR 산정 기준 변경 외에도 당국의 다른 추가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임진영 기자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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