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환자 ‘케모포트’ 드레싱 300원 받는 현실 기가 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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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차 외과 개원의 ‘동전 진료비’ 민낯 공개 하소연

의료수가 원가 보전율 62%뿐… 진료에 100원 쓰면 62원 받는 꼴
환자 보면 볼수록 손해 늘어나… 당국선 수가 정상화 ‘나몰라라’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1-16 00:05:00

▲ 25년차 외과 개원의가 ‘동전 진료비’의 민낯을 공개하며 하소연 해 주목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건강보험 진료만으로도 병원 경영이 가능해야 한다는 건 의료계의 숙원이었다. 원가의 절반 정도밖에 안되는 수가(환자가 낸 본인부담금+건강보험공단 병원 지급금)를 먼저 현실화하자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지만 정부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4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한 개원의가 최근 항암 환자를 치료한 뒤 중증 환자 산정 특례 적용으로 300원을 받았다.

25년차 경력의 개원가 외과 전문의는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면 그에 맞는 보상이 필요하다며 ‘동전 의료의 민낯’을 가감 없이 전했다.

그는 제공된 의료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테가덤과 밴드가 덧붙여진 케모포트를 벗겨 낸다. 케모포트는 장기 특약 암환자가 주기적으로 항암제를 안전하게 맞기 위해 삽입하는 기구다. 그 후 드레싱하고 혈액을 뺀 뒤 다시 그 자리에 혈액 응고를 막기 위한 헤파린을 채워 넣고 헤파린락을 끼운 후 테가덤과 밴드를 붙였다.

그러면서 “진료비 600원을 제외하고 300원을 수납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암 수술을 하고 항암 치료 경험도 있었으니 5분 안에 케모포트 관리가 가능했는데 달랑 300원만 수납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개원가에서는 부동산 임대료와 인건비·기타 관리비가 전부 사비용으로 나가는데 누가 이런 치료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은 후 “이건 분명 지속 가능한 의료가 아니다”고 개탄했다.

실제 원가 보전도 안 되는 의료수가 원가 보전율은 62% 수준이다. 환자 치료에 100원을 사용할 경우 수익이 62원에 그친다는 것이다. 투자하면 할수록 손해를 감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의 원가 자료를 근거로 연세대 연구팀이 2016년 산출한 것이다.

8년이 흐른 현재에도 현실이 이와 같은 이유는 원가 보전율을 높이고 수가를 정상화해 달라는 의료계의 요구가 수십 년간 사실상 묵살당했기 때문이다.

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인 또 다른 전문의는 “피부미용과 같은 비급여 항목을 늘려야 하며 이 때문에 실손보험 중심의 비보험 분야가 급격하게 팽창해 온 것도 사실”이라며 “개원의들은 비급여 중심의 과잉 진료를 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기형적 구조로 내몰린 것도 사실”이라고 혀를 찼다.

의사 출신으로 재선을 지낸 박인숙 전 의원도 본지에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의료 설계가 첫발부터 잘못됐었다”고 밝힌 후 “원가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턱없이 낮게 가격을 책정한 후 매년 물가상승률 만큼도 안 올려 줬다. 계속해서 커진 간극을 비보험 의료로 메우고 큰 병원에서는 장례식장·매점 운영으로 메워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손보험이 팽창하는 구조로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며 “의료가 복지로 인식되는 순간 모든 것이 환자 중심으로 짜이고 염가에 방만한 의료쇼핑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적 요인이 왜곡된 정치와 정책 지형에 있다고 진단한 박 전 의원은 “정치인들이 포퓰리즘 의료 정책을 펼치는 바람에 병원 문턱이 한없이 낮아져 중한 병이 아니더라도 병원부터 찾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