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의 중국고전] 배현진 습격범과 위나라 황제 테러범 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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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배후 사마소 믿었다가 홀로 단두대 오른 성제
피의자, 배후설 사실이라면 고백해 광명 찾길

오주한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1-30 06:30:30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 사건과 관련해 ‘배후설’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성제(成濟)는 중국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무장이자 ‘황제 테러범’이다. 역신(逆臣)의 앞잡이가 돼 황제를 시해하고 출세할 꿈에 부풀었으나 깔끔히 토사구팽(兔死狗烹) 당한 한심한 인물이다.

성제가 활동하던 무렵 위나라 조정에선 마치 오늘날 우리나라의 여야처럼 조씨(曹氏)와 사마씨(司馬氏)가 대립하고 있었다. 힘은 황가(皇家)인 조씨보다 조정의 실세였던 사마씨가 더 컸다. 때문에 위나라 황제 조모(曹髦)는 조씨 천하를 되찾고자 친위 쿠데타(260년)를 일으켰다.

여소야대 형국이니 조모가 그러모을 수 있는 병력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조모는 굴하지 않고 친히 북을 울리며 출병했다. 조모 측 밀고자를 통해 사전에 쿠데타 정보를 입수한 사마씨 측의 대장군 사마소(司馬懿)는 심복 가충(賈充)을 보내 막게 했다. 그러나 황제가 앞장서서 검을 휘두르니 가충의 병사들은 황제의 옥체가 상할까 봐 감히 다가서지 못했다.

이때 조모에게 린치를 가한 게 성제였다. 성제가 제 상전에게 “어찌 할깝쇼?”하고 묻자 가충은 “대장군의 은혜를 잊었나”고 다그쳤다. 은혜도 갚을 겸 출세 가도를 달릴 꿈에 젖은 성제는 사마소를 믿고서 주저 없이 황제에게 덤볐다. 조모는 “국법이 살아 있거늘 하늘이 두렵지 않으냐”고 꾸짖었으나 소용없었다. 조모는 성제가 휘두른 흉기에 맞아 그대로 쓰러졌다.

성제는 황제의 수급(首級)을 베어 상을 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삼족(三族)을 멸하는 멸문지화의 형벌이었다. 그 모든 것을 배후에서 지시했던 사마소는 짐짓 놀란 척 연기하며 “저 역적 놈이 감히 황제를 시해했다. 난 저놈 모른다”며 처형을 명했다. 기가 막힌 성제는 살려 달라 울부짖었으나 홀로 모든 죄를 다 덮어쓰고 목이 달아났다.

흑막의 배후 사마소는 황제 피습 사건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조모를 애도했다. 얼마 후 그는 새로 세운 허수아비 황제 조환을 겁박해 스스로를 진왕(晋王)에 봉했다. 왕위(王位)는 대권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었다. 결국 사마씨는 사마소의 아들 대에 이르러 위나라를 멸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며 진나라를 개창(開創)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사건이 ‘배후설’에 휩싸였다. 당초 ‘촉법소년’임을 자신했던 A군은 형사처벌 가능성에 현재 적잖이 당혹스러우리라 짐작된다. 성제의 고사에서 보듯 주구(走狗·앞잡이)는 결국 사냥 후 삶아지게 된다. 이득을 보는 건 배후일 뿐이다. 만에 하나라도 배 의원 사건에 배후가 있다면 이제라도 A군은 이실직고해서 살 길을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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