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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몇 년을 “중세적 암...'))
류석춘(68) 전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몇 년을 ‘중세적 암흑의 시간’으로 회고한다. 2019년 9월 학부 수업에서 학술적 논의 중에 나온 발언으로 기소돼 세상의 비난에 시달렸다. 21세기 문화강국이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 ‘법치’도 ‘학문의 자유’도 보이지 않는 듯했다.
4년 반을 끌던 재판의 1심 판결이 지난달에 나왔다. ‘대부분 무죄, 일부 유죄(벌금 200만 원)’ 판결에 1년 6개월을 구형한 검찰과 무죄를 주장해 온 류 교수 모두 불복해 각각 항소한 상태다.
지난 4년 반을 돌아보신다면
기소 후 1년 정도 재판은 한두 달에 한 번씩 정상적으로 열렸지만 검찰이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해졌다. 내 발언은 충분한 근거를 가진 학술적 주장이었음에도 온 나라가 한목소리로 매도했다. 서울 서부지검은 항소 이유서에서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에 반하며 헌법상 보호되는 학문의 자유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했다.
여기서 ‘그간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란 지난 30년 정의기억연대(정의연·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후신) 주도의 ‘위안부 서사’를 말한다. 이것이 심각한 ‘사실 왜곡’ ‘자의적 해석’을 포함한다는 게 20여 년 전부터 지적되기 시작했으나 철저히 외면당했다. 심지어 ‘정의연 식 위안부 서사’를 거부한 당사자들도 배제됐다. 고(故)심미자 할머니가 중심이 된 무궁화회 소속의 33인이다.
다수의 학술적 논문과 현장 전문가 보고서에 의해 정의연의 위안부 운동은 결과적으로 대(對)국민 사기극이었음이 밝혀졌다. 이 이슈가 유엔까지 갔으니 전 세계를 우롱한 것이기도 하다. 가장 자유로운 의견 표현 공간인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가 학생의 질문에 답한 내용 때문에 법정에 서게 된 것은 ‘암흑기’로 불리던 서구 중세에나 있었을 법한 이야기다. 내 발언에 허위 사실은 없었다.
1심 판결 소감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피해자인 사단법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현 정의연)에 대한 명예훼손의 점에 대하여는 일죄 관계에 있는 판시 명예훼손죄를 유죄로 인정하므로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 이게 판결문 결론 전문이다.
모두 무죄지만 그들을 불쾌하게 한 게 일부 유죄가 된 셈이다. “위안부가 되는 과정이 100% 자발적이었다”고 나는 말한 바 없다. 그 시절 ‘가난’ ‘무지’ ‘전근대적 가족 관계’ 등의 구조적 조건 아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매춘업’에 진입했다는 역사적 실상을 짚었을 뿐이다.
또 ‘자의 반 타의 반’을 말하던 할머니들 초기 증언이 정대협 주도의 수요집회가 거듭되면서 ‘강제 연행’으로 바뀌어 간 점을 지적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30년간 매주 반복된 체험학습이 교육 아니면 뭔가. 나눔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게 하면서 정대협 활동에 대한 일상적 공감을 유도한 것도 일종의 교육이다. 이런 지적 역시 허위사실적시로 몰렸다.
재판 과정에서 수업 중 발언에 관한 오해가 다소 풀리지 않았을까
학생들 반발에 논박하면서 나온 발언을 성희롱으로 몰았지만 재판의 쟁점은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의 일종’으로 볼 수 있나 △정신대문제협의회가 위안부 피해자들 증언을 ‘강제 연행당했다’는 취지로 바뀌도록 유도한 바 있나 등이었다.
나를 향한 언론의 마녀사냥에 정치권이 가세했다. 연세대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 스무명 정도가 총장을 방문해 압박을 가했다. 학교 측은 ‘학문의 자유’를 지킨다 해 놓고 쟁점을 비틀어 ‘성희롱이 문제’라며 징계했다. 사실적시 근거로 “성적 모욕감을 느꼈다”는 것을 들었다.
언론에선 완전히 나를 죽여 놨지만 재판이 진행되자 구체적인 문제를 따지게 됐다. 난 재판부에 ‘돈 벌러 갔다’를 뒷받침할 증거를 무수히 제출했으나 이를 ‘허위사실적시명예훼손’으로 기소한 검찰은 방어를 못 했다. 강제 연행을 뒷받침할 검찰 측의 증거 제출을 기다리느라 재판을 중단한 채 기약 없이 시간만 끌었다.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에 대해 8년 만인 작년 10월 무죄 판결이 난 후에야 재판은 재개됐다.
‘윤미향·정의연 주도 위안부 운동’… 뭐가 문제였나
위안부가 된 경위·경과·결말 모두 다양한데 ‘미성년 소녀들을 납치하듯 강제 연행했다’는 등 허구적 설정으로 재구성해 정치적·금전적 이익을 취했다. 한·일 관계를 파탄 내기에 충분한 선정성을 더해 이 문제를 호도하며 정치·외교 문제화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그 ‘공로’를 인정해 국회에 입성시킨 게 윤미향 의원 아닌가. (위안부)기부금 횡령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나고 탈당해 무소속 상태지만.
보다 근본적 문제는 그 모든 행적의 반(反)대한민국성이다. 최근 윤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북한 중심의 통일전쟁 옹호 발언이 난무해 충격을 줬다.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로 보는 역사관의 연장에서 반일 선동으로서의 위안부 운동이 존재한다. 한·미 관계를 파괴하기 위한 노력의 전 단계란 사실은 이미 수없이 언급됐다. 이 점을 미국 교수 램자이어조차 잘 인지하고 있었다.
이른바 ‘위안부특별법’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란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닌가
정확한 지적이다. 2020년 제정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약칭 위안부피해자법) 제2조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관한 정의가 나와 있다.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돼 성적 학대를 받으며 위안부로서의 생활을 강요당한 피해자를 말한다”고 돼 있다.
여성가족부에 신고해 지원을 받아 온 240여 명 가운데 이 규정에 정확히 해당하는 분이 없다. 내가 피고인 입장에서 이를 확인하고자 재판장에게 여성가족부(여가부) 자료를 받아 달라 요청했고 그에 따라 법원 명의로 협조 공문이 갔으나 여가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끝내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전근대적 가족관계 하의 가난한 식민지 조선인들이 거액의 전차금 받고 딸·여동생 등을 넘겼거나 취업 사기 희생자들 이외의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정대협이 발간한 위안부 증언집 총 8권엔 부모를 원망하는 경우가 수없이 실려 있다.
윤미향의 정의연이 그분들 앞으로 나온 정부·지자체 지원금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내·외 후원금을 관리해 왔고 심지어 할머님들 장례비나 외유 명목의 별도 후원계좌를 열곤 했다. 그많은 돈들이 어디로 갔을까. 밝혀진 횡령 건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최근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문서에 서문을 쓰셨다. 어떤 계기에서였나
위안부 관련 논문으로 곤욕을 치른 미 하버드대 램자이어 교수의 새 저서(공저) 서문을 썼다. 지난달 출간된 이 책의 제목은 ‘The Comfort Women Hoax: A Fake Memoir, North Korean Spies, and Hit Squads in the Academic Swamp’(위안부 거짓말-가짜 기억, 북한스파이, 그리고 학문이라는 수렁 속의 특공대)이다. 램자이어 교수가 메일을 보내 왔다. ‘위안부 사기극’을 폭로한 책 원고를 곧 마무리한다며 내게 서문을 써 달라고 했다. 마다할 까닭이 없었다.
2021년 2월1일부터 국내 일간지에 “위안부는 성 노예가 아니다”는 요지의 램자이어 교수 논문에 관한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본 산케이신문 인용이었다. 동일한 취지의 주장으로 법정에 세워진 나로선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당 학술지(International Review of Law & Economics 65권) 홈페이지를 찾아 ‘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태평양전쟁에서의 매춘 계약)을 단숨에 읽었다.
역사적 현상으로서의 위안부에 관한 기술은 내가 가진 지식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나 분석 방법이 매우 독특하고 인상적이었다. 그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내지·조선 출신 위안부들이 주어진 조건에서 취한 ‘합리적 선택(rational choice)’에 관해 분석했다. 공창제로 운영되는 위안소에서 일하기 위해 전선으로 간 위안부들은 고위험에 대한 대가로 고수익을 보장하는 ‘연계(年季) 계약’을 했는데 이것이 곧 기한을 정하고 미리 선금을 받는 계약(indentured contract)의 전형이었음을 정리한 소논문이었다.
나 역시 경제사회학을 강의하며 윌리암슨의 ‘거래비용경제학’이 매우 유용한 개념임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위안부 현상에 적용할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눈을 새로 뜬 느낌이었다. 논문의 참고문헌을 찾아 읽으며 유럽의 가난한 이주민이 신대륙에 갈 때도 같은 형태의 계약을 한 사실까지 알게 됐다.
한국 언론은 램자이어 교수를 매도하기에 바빴다. 페미니즘·정치적올바름(PC)주의·민족주의 사관에 매몰된 국내 매체들은 램자이어 교수가 나치 옹호자들보다 더 위험한 인종주의자라며 논문 철회 운동까지 전개했다. 램자이어의 논문은 실증적 사료(일본 법원·정부·군의 공식 문서와 당시 신문 및 관련 학술논문과 개인기록 등)을 토대로 한 내용이었고 하버드대는 그것을 학술적 진실로 존중했다.
2022년 여름 한국 언론의 램자이어 보도와 관련해 뜻 맞는 사람들이 모였다. ‘종북’ 문제를 제기했다가 정대협과 윤미향으로부터 소송 당해 3년 재판 끝에 최종 승리한 황의원 미디어워치 대표, 일제시대에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 노동자들이 적절한 임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학술논문으로 발표해 여론의 마녀사냥 대상이 된 이우연 박사, 나 이렇게 셋이었다.
램자이어 논문의 한국어 번역 출간에 의기투합한 결과 나온 단행본이 ‘하버드대 교수가 들려주는 위안부 문제의 진실’이다. △일본제국의 매춘 연계계약: 상업적 매춘 시장에서의 신뢰할 만한 약속(1991) △위안부들, 그리고 학자들(2019) △태평양전쟁에서의 매춘 계약(2021) △태평양전쟁에서의 매춘 계약: 비판에 대한 반론(2022) △위안부 문제: 북한과의 커넥션(2022), 이렇게 램자이어 논문 5편을 발표 연대순으로 배치했다.
그 사이 위안부 문제의 진실에 다가간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왔다. ‘빨간 수요일’(김병헌, 2021), ‘한국 정부와 언론이 말하지 않는 위안부 문제의 진실’(니시오카 츠토무, 2021), ‘위안부와 전쟁터의 성’(하타 이쿠히코, 2022), ‘반일 종족주의’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이승만학당, 2019·2020) ‘일본군 위안부 인사이드 아웃’(주익종, 2024) 등이다.
이만하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것 아닐까
그렇다. 우리에게 알려진 할머니들은 취업 사기(감언이설)·인신매매의 희생자들이다. 전쟁 말기 및 일본 패망 직후 대혼돈 속에 정당한 보수도 못 챙긴 분들인데 여기서 핵심은 일본 군·경에 의한 강제 연행 여부였다. 해당 사례는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일본 정부가 무리한 방식의 모집을 금한 공식 서류 등이 남아 있다.
한 재일교포 언론인의 문제 제기로 조선인 위안부라는 존재가 조명되기 시작하자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권이 그것을 덥석 받아 30년 넘게 끌며 수십 년 윈윈해 온 한·일 관계에 깊은 상처를 낸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보편적 반일 정서에 불을 붙인 이 사태에 지식인 사회가 부화뇌동했다.
대한민국 학술·언론계는 위안부·징용공 문제에서 치명적인 흑역사를 남겼다. 그나마 이승만학당 연구자들과 인터넷 매체 미디어워치가 진실을 밝혀 내 궁극적인 수치를 다소 면한 셈이다. 그들 경제학·경제사 전공자들의 실증적 연구를 나는 일찍부터 주목해 왔기에 ‘정의연 식 위안부 서사’의 문제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1심 판결 직후 제자 한 명이 페북에 글을 올려 보도되기도 했다…
2018년 봄 내가 강의한 교양수업을 들었다는 당시 2학년 학생 김현동 씨의 페이스북 글이다. 내 수업 체험을 자세히 복기한 그의 긴 글(2300자)이 우리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1심 판결 나던 날 이 뜻밖의 페북 글 덕분에 생각이 났다. 내 저서 ‘박정희는 노동자를 착취했는가’에 대한 서평 쓰기 과제에 그가 책의 논지를 반박한 4쪽가량의 글을 써낸 일이 있었다. 당시 그는 ‘수강을 포기할 각오’였다지만 A+를 받았다.
그는 수업 내내 나와 토론한 사실, 래디컬 페미니스트 은하선의 연대 강연을 일부 학생이 거부했을 때 내가 어떤 말을 했는지 등도 복원해 줬다. “원래 대학은 그래야 해요. 은하선이 싫어? 그럼 오지 말라 할 게 아니라 그 주장이 틀렸다고 가서 주장하세요.”
이어 당시의 내 말을 복기하며 수업 중 위안부 발언으로 재판에 회부된 사태의 진실을 정확하게 짚어 줬다. “학생들이 류 교수 주장에 반박을 하는 대신 조금 언쟁을 벌인 후 류 대화 내용을 녹음해 언론에 제보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 사건(의 본질)이다”라고. 또 “정년 퇴임 전 마지막 학기 노교수는 만신창이가 됐다. 수업을 빼앗겼으며 모욕적 문구의 포스트잇이 그의 연구실을 덮었다. 조회수에 눈먼 기자 참칭 유튜버가 연구실을 급습해 물리적 위해를 가해도 ‘사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학문의 자유와 교수의 자유 보호”라는 요지의 법원 판결문 속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지만”이란 부분을 꼬집기도 했다. “사회적 통념에 부합한 말을 하긴 쉽지만 의문을 제기하긴 어렵다. 사회적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교수, 그것에 반대하는 학생, 그 장면을 고스란히 풀어 내는 수업은 숭고하다”면서.
어쩌다 ‘발전사회학’ 수업에서 위안부 문제를 얘기했나
대한민국 발전의 전 단계인 식민 지배에 관한 강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강의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됐다. 듣던 것과 다른 이야기를 하자 반발한 수강생들이 녹취 공개해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졌다. 2019년 당시 내 강의는 학교에서 소문이 좀 났었다. “꼴통 같은 주장을 하는데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설득당한다”는 평이었다.
문제가 된 강의엔 수강생이 50명 정도였다. 정외과·의예과 등 다른 과의 학생도 많았다. 당시는 문재인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재논란 상황이었다. 일제시대 조선인 위안부의 실태에 관한 진실을 말하자 반발이 심했다. 수업 종료 후 우두커니 혼자 앉아 우는 여학생도 있었다. 일련의 질문과 그에 대한 내 답변이 모르는 가운데 모두 녹음됐고 본래의 문맥을 무시한 채 몇몇 부분이 발췌돼 공개됐다.
발전사회학은 내 전공 분야다. 한 사회(국가)의 발전 양상의 여러 요소를 사회과학적으로 조명하는 것이다. 풍부한 자원·인구에 기반해 강대국이 된 나라, 자원 부국이면서 저개발 상태를 면치 못한 채 정치적 불안정 상태가 거듭되는 나라, 반면 자원 빈국인데 선진국이 된 나라 등의 배경과 원리를 규명한다.
대한민국은 성공한 나라라고 이야기하면 저항이 심했다. 기회주의가 득세한 적폐의 나라라는 시각 때문이다. 하나하나 따져 보자며 설득했다. 식민지 시대, 해방 정국 3년 동안의 미(美)군정 시기, 건국 대통령 이승만과 6·25전쟁 등의 이야기를 했다. 한 학기 16주 동안 근거를 제시했더니 강의 평가에서 4분의 3 이상이 “담당 교수의 첫인상과 달리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 우수 강의 교수로 상도 받았다.
‘발전사회학’을 좀 더 소개해 주신다면
1987년 삼십대 초반에 연세대에 부임해 매년 학부와 대학원에서 1학기에 경제사회학, 2학기에 발전사회학을 30년간 강의했다. 제3세계 국가들 중 성공·실패의 경우를 찾아 원인을 규명해 보자는 취지의 강의였다. ‘종속이론’ 즉 해외자본이 저개발 국가에 들어가 그 나라를 지배하면 결국 경제가 왜곡돼 망가진다는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실제 70·80년대 고도성장기를 겪으며 한국 학계에선 고민이 많았다. 급기야 난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그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다. 외국자본에 의해 망가진 나라도 있지만 투자를 받은 나라가 어떤 자세와 방침으로 나아가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나라와 대만이다. 외국자본을 유치해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풍부한 천연자원과 거대한 규모의 외자 도입이 있었으면서 저개발에 머문 나라들과 대한민국의 차이를 자세히 연구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필리핀은 스페인과 미국의 지배가 각각 350년·50년이고, 우리나라의 일제 지배는 35년이다. 식민지 통치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느냐가 그 나라의 이후 경제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서구와 일본의 식민지들, 어디가 달랐을까. 일본은 한반도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영국이 인도에 투자한 규모, 현지인들을 교육한 내용 등이 한반도에서 이뤄진 일제의 방침과 굉장히 다르다는 게 보였다. 들여다보니 징용공 문제 역시 세상에 알려진 것과 달랐다. 수탈이 아니라 월급을 받았고 업무 숙련도와 소통(일본어) 능력 등에 따라 보수가 차등 지급되었을 뿐이다.
부친(류혁인)이 박정희정부 시절 정무수석과 노태우정부 공보처 장관을 지내셨다. 그 시대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자라면서 아버지와 친밀하게 교류할 기회는 없었다. 너무나 바쁘셨으니까. 매일같이 새벽에 나가 밤늦게 귀가하는 모습을 보며 ‘대체 왜 저렇게 바쁜신가’ 싶었다. 나중에 이해하게 됐지만 우리나라 고도성장기엔 산업 전사나 일반 서민들뿐 아니라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 또한 모두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던 것이다.
공보처 장관 시절 전후로 회고록을 쓰십사 여러번 말씀드렸는데 못 쓰셨다. 여러 사람 다친다는 게 이유였다. 아버지는 대한민국 산업화·근대화를 본격 추구한 정부의 핵심 인사였으나 지식인 사회에선 박정희를 독재자로 공격하기만 하던 시대였기에 그런 아버지를 두었다는 게 내겐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우리나라를 이렇게 끌고 가는 게 잘하는 건지 잘못하는 건지 따져 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발전사회학을 전공하고 연구하게 된 배경이다.
이승만·박정희 시대를 부정한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뿌리가 설마 식민지 이전 구한말이란 말인가? 식민지 35년간 일제가 쌀·토지·노동력·여성 등을 수탈했을 뿐이라고 가르치는 게 정당한 건지, 사실에 부합하는 건지 돌아봐야 한다.
이승만학당과의 학술적 인연에 대해서…
1990년대 후반부터 당시 성균관대에 재직 중이던 이영훈 서울대 교수(현 이승만학당 교장)가 사료에 기반해 식민지 근대화를 다룬 논문들을 썼다. 통념을 뒤엎는 자료와 해석으로 가득했다. 난 그 논문들을 20년 전부터 수업 교재로 썼다. 사적 친분은 없었고 학술적 팔로우업이었을 뿐이다.
역사학계에서의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일제 시대는 수탈의 시대’로 당연히 결론짓는 논리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한글 프로그램에서 문서 작업을 할 때 ‘일제시대’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일제강점기’로 변하지 않나. 당시 이영훈의 주장과 그에 대한 찬반 논쟁이 학술지에 여러 번 게재됐다. 총독부 정책을 쌀·토지의 수탈로 볼 것인가 등에 관한 것이었다.
이영훈의 논문과 관련한 찬반 담론이 이어지면서 학술 논의가 성숙해졌다. 이 과정에서 나온 논문들을 나는 학생들에게 읽혔다. 그런데 그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기존 민족주의 사관이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하자 반대 진영에선 무시하기로 방침을 정한 모양이다. 어느 순간부터 해당 논쟁이 싹 사라졌다.
그것은 정·관계의 주류에 386(현 586), 이른바 민주화 투사들이 진입하면서 우리 사회 각계각층이 ‘민족해방(NL)’의 감성과 논리를 우선하게 된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제시대의 독립운동도 항일 무장투쟁만 고평가되거나 부풀려졌다. 무장투쟁에도 일정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나 해방과 건국에 결정적 기여를 하진 못했다. 그게 팩트다.
이승만·박정희정부 시절에 관(官)에서 제시한 삶의 방식이 사회 발전의 단계로나 윤리적으로나 올바르고 건강한 방향이었지만 이를 논리적으로 입증하고 전파해 줄 전문가·학자가 없었다. 리영희의 책들,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여전히 압도적인 가운데 학계엔 그에 맞대응 할 흐름이 없었다.
여기에 처음으로 학술적 대항을 하고 나선 게 이승만학당 연구진들이다. 특히 위안부·징용공 문제와 관련해 그나마 한국 학계 일각에서 올바른 연구로 역사 해석을 바로잡아 천만다행이다. 한국 내 반일몰이에 동조하던 일부 일본 학자·언론인이 잠잠해진 지 오래다. 최근 전태일에 관한 논의도 비슷한 사이클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력:
△미국 일리노이대 대학원 사회학 박사
△1987~2022 연세대 교수(사회학과 학과장·사이버교육지원센터 소장·이승만연구원 원장·'연세춘추' 주간 역임)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18대 대통령후보 경선관리위원·교과서포럼 준비위원회 위원·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자유한국당 혁신윈원장·‘(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 등 활동.
*저서:
△유교와 연고(대한민국 발전의 사회·문화적 동력), 2020.
△대한민국 승리의 길, 2019.
△전태일 바로보기(전태일 평전이 말하지 않는 이야기), 2017.
△박정희는 노동자를 착취했는가(대한민국 기능공의 탄생과 노동 귀족의 기원)’, 2018 등 약 20권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밝힌 서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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