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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5학년도 전국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는 내용을 확정·발표함에 따라 의료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증원을 결정했다며 즉각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혀 설 연휴가 지나 의료대란이 현실화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보건의료계는 6일 정부와 마지막으로 의견 교환을 위해 긴급히 의정협의를 열었으나 4분여 만에 파행했다.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의협과 의대 증원을 의정협의체 협상 테이블에 놓고 논의를 해왔지만 1년 동안 해법을 찾지 못했고 이날도 역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등을 돌려야 했다.
의협 측 협상단장인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협의에 앞서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인원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독단적 정책이며 독선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일방적 의대 증원 정책으로 앞으로 발생하게 될 의학교육의 질 저하·국민 의료비 부담 가중·의대 쏠림 가속화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정부에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이필수 의협 회장은 서울 용산 의협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의료계와 소통 없는 일방적 의대 정원 확대 발표 강행에 의협은 지난해 12월 실시한 전 회원 파업 찬반 설문조사 결과를 즉각 공개하고 총파업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측은 △파업 절차 돌입과 함께 현 의협 집행부는 총사퇴하고 △즉각적 임시대의원총회를 소집하며 △비대위 구성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알렸다. 집단행동에 나설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불이익 조처를 당할 경우 의협 차원의 법률 지원에 나서겠다고도 공표하며 만반의 태세에 돌입했다.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입학부터 증원 내용을 적용할 방침으로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묶여 있던 의대 정원은 19년 만에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2020년에도 문재인정부가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전공의 파업으로 무산된 바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대정원 증원·필수의료패키지 저지 비상대책특별위원회(비대위)’를 출범하고 15일 대통령실 앞에서 회원들이 참여하는 궐기대회를 가진다. 이 회장은 “정부는 의료계의 거듭된 제안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논의와 협의 없이 협의 없이 일방적인 정책만을 발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의협이 앞서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여했다.
의협 ‘필수의료 지원’도 부족
‘전공의 80%’ 파업 참여할 것
정부 ‘법적 조치’ 강 대 강 국면
의협 측은 의대 증원에 앞서 선결 과제로 제시했던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해법 마련 과정에서도 논의가 불충분했다고 불만이 가득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의대 증원에 앞서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법적·제도적 안전장치와 수가를 정상화하기 위한 충분한 재정 투입이 되고 나면 충분히 논의해 접점을 찾아보자고 얘기해왔다”며 “하지만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협 측은 “집행부가 총사퇴하게 되면 차기 의협회장 선거에도 불출마할 것”이라며 “정부는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의대 증원을 추진할 것을 마지막으로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오후 9시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파업 등 의료현안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전협은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의대증원에 따른 단체행동에 88.2%가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고 6일 밝혔다. 10명 중 9명 가까이가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빅5’ 병원(대형 상급종합병원)인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소속 응답자 86.5%가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국립대병원 17군데 전공의들의 참여 의향은 84.8%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박단 대전협 회장은 “현재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며 추후 대의원총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날 경우 의료공백이 불가피하다. 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 분야 전공의가 집단 휴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정부 당시였던 2020년 7월 전공의 파업 당시에도 참여율은 80%에 달했다.
정부는 전공의와 개원의들이 총파업에 나서게 될 경우 업무복귀 명령 등 강경 대응하기로 했다. 파업 의료인이 정부의 복귀 명령을 거부하면 의료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자격 정지·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이 집단 휴진의 경우 업무 개시 명령서를 휴진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전달하고 명령 위반자에 대해 행정처분과 함께 형사고발 조치도 검토 중이다.
한편 대표적 보수 지지층이었던 ‘의사단체’가 4월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윤석열정부와 전면전에 돌입한 모양새가 갖춰지면서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의협 기관지 ‘의협신문’이 지난달 25일부터 8일간 전국 의사 107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사 10명 중 8명(79%)은 평소 지지하는 정당을 ‘국민의힘’이라고 꼽았다.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는 비율은 6.3%에 그쳤다. ‘의대 증원’ 가정이 붙자 표심이 뒤바꼈다.
정부가 적지 않은 수의 의대 증원을 발표할 경우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인지 물었더니 국민의힘 지지 계획은 ‘65.9%p’ 감소한 13.1%로 크게 하락했다. 10명 중 1명 정도만 여당을 지지하고, 7명은 지지 의사를 철회했다. 국민의힘 지지를 밝혔던 의사들은 이준석 대표가 주도하는 개혁신당(51.7%)이나 민주당(22%)으로 지지를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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