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의 중국고전] 反동탁 연합과 개혁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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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척결한답시고 모였다가 용두사미로 끝난 반(反)동탁 연합
출범 약 일주일 만에 파열음 나는 개혁신당… 한심할 뿐

오주한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19 06:30:38

▲ 이낙연(왼쪽)·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각각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반(反)동탁 연합은 중국 후한(後漢) 말 조정을 장악하고서 천하를 쥐락펴락하던 동탁(董卓) 토벌을 위해 결성된 조직이다. 연합의 취지는 “거대 세력의 정치 독식을 저지하고 부패한 조정을 개혁한다”였다.

정사삼국지(正史三國志) 기준으로 연합에 참여한 주요 군벌은 다음과 같다. △발해태수 원소(袁紹) △남양태수 원술(袁術) △기주목 한복(韓馥) △장사태수 손견(孫堅) △전군교위 조조(曹操) △조조의 객장 유비(劉備) △형주자사 유표(劉表) △옛 형주자사 왕예(王叡) △옛 남양태수 장자(張咨). 군벌은 모두 합쳐 10여 명에 달했다.

당시 동탁은 자신의 근거지 서량(西凉)의 가병(家兵)과 중앙 금군(禁軍)을 합쳐 강대한 군세를 자랑하고 있었다. 따라서 연합은 한 사람이라도 머릿수를 늘리기 위해 저토록 많은 군벌이 운집한 것이었다. 군벌 중에는 원소·원술·한복처럼 동탁으로부터 벼슬을 받은 이도 있었다.

그러나 정치 철학이 서로 다르고 저마다 대권을 노리는 어중이떠중이들을 억지로 뭉치게 했으니 동상이몽(同牀異夢)은 필연적이었다. 연합의 맹주인 원소는 동탁이 옹립한 헌제(獻帝) 유협(劉協)을 ‘괴뢰 황제’로 규정했다. 속내는 새 황제를 세우고서 자신이 ‘제2의 동탁’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원술은 원소의 구상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다.

때문에 연합은 출범 초기부터 파열음을 냈다. 연합을 이끄는 양대 산맥인 원소·원술은 동탁 척결보다는 자기 세력 불리기에만 몰두했다. 손견은 연합군에 합류하러 진군하던 중 상전 원술의 밀명에 따라 왕예·장자를 참살했다. 남양태수 자리는 원술이, 형주자사 자리는 원술에게 꼬리치던 유표가 각각 꿀꺽했다. 원소는 이에 질세라 한복을 그럴 듯한 말로 속여 내쫓고서 자신이 알토란 땅 기주를 차지했다.

급기야 원소·원술 형제는 동탁 토벌은 뒷전이고 파벌을 형성해 ‘포스트 동탁’을 노린 연합 내 주도권 싸움에만 노골적으로 몰두했다. 이들이 김칫국 마시고 내전 벌이는 사이에 동탁은 건재함을 과시했다. 결성 후 몇 달 지나지도 않아 용두사미(龍頭蛇尾)로 끝난 연합은 결국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일부는 동탁이 주는 벼슬을 냅다 받아 챙겼다.

거대 양당을 악(惡)으로 규정하고 부패한 정치를 개혁한다면서 여야 탈당파들이 연합한 개혁신당이 출범 약 일주일 만에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정치 철학이 서로 다르고 저마다 대권을 노리는 이들의 연합체라는 점에서 내홍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칼을 뽑았음에도 무조차 썰 생각도 않는 유시무종(有始無終)의 행태가 그저 가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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