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이 1년간 기업대출을 70조 원 가까이 더 공급했다. 대기업 대출은 두 자릿수 늘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주요정책을 자체평가한 결과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대해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을 정도다. 경영 악화에 놓인 중소기업을 위해 은행권이 금융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6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1분기 기업 원화대출금 잔액을 확인한 결과 총 792조8604억 원이었다. 작년 1분기(723조5617억 원)와 비교할 때 9.6%(69조2987억 원)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잔액은 23.7% 늘었지만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6.2% 증가에 그쳤다.
5대 시중은행 1분기 경영실적을 분석하면 대기업 대출 잔액은 총 167조9290억 원으로 전년동기(135조7286억 원) 대비 23.7%(32조2004억 원) 증가했다. 기업대출이 가장 컸던 하나은행은 1년 전(146조6510억 원)보다 14.4%(21조1030억 원) 늘렸다. 우리은행은 10.4%(16조5810억 원) 증가한 175조4330억 원을 기록했다. 이어 신한은행 9.7%(14조8135억 원), KB국민은행 7.4%(12조2000억 원), NH농협은행 4.5%(4조6012억 원) 순이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584조6301억 원에서 620조9376억 원으로 6.2%(36조3075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가운데 KB국민·신한·NH농협 3곳은 중소기업(총 12조9255억 원)보다 대기업(18조6894억 원)에 더 많은 대출금을 공급했다. 하나·우리 2곳은 중소기업 대출을 12%·7%씩 늘리긴 했으나 소기업·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소호(SOHO) 대출금은 감액했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신용도가 비교적 높은 기업에 대출을 공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1~3월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운전자금 대출 중 금리 4% 미만 비중은 평균 12.24%였다. 지난해 10~12월(6.42%)과 비교해 두 배 늘어났다. 반면 6~7% 대출 금리 비중은 20.6%에서 9.96%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이 기간 중소기업운전자금 대출 금리가 평균 5.56%에서 5.15%로 0.5%p 내려간 것을 고려하면 고신용 중소기업에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시중은행은 대기업의 회사채 수요가 은행으로 옮겨왔다고 해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이 좋지 않아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몰려든 것이지 은행이 일부러 대기업 대출을 더 늘린 게 아니다”며 “항상 그래왔듯이 자금 시장이 좋아지게 되면 대기업 대출은 언제든 다시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채 시장은 순발행(발행>상환) 기조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일반회사채 순발행액은 9조4053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 1분기(1~3월)엔 일반회사채 순발행액이 14조6109억 원에 달하며 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크게 늘린 것도 아니다. 5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중소기업 신규 대출 공급액은 36조3075억 원으로 1년 전(32조8613억 원)보다 소폭 늘긴 했지만 2021년 1분기 46조7676억 원, 2022년 1분기 59조6000억 원과 비교해선 20조 원가량 적다.
최근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이 늘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 1∼3월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439건으로 전년동기(326건)보다 34.6% 늘어났다. 2021년(204건)·2022년(216건)과 비교해선 두 배 이상 많았다. 파산을 신청하는 법인은 대다수가 중소기업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도 작년 말 5.34%까지 치솟으며 2012년(5.66%)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까지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을 지원해야 하고 은행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기업 못지않게 금융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줘야 한다”며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으므로 고용을 고려해서라도 정부와 은행권에서의 중소기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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