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으로 간 ‘의·정 갈등’… 의료계 “회의록 미작성은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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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교협 “법원 요구 의대 정원 증원 자료·회의록 공개” 촉구
의협 “회의록 28개 보유… 복지부 내부 기록 없는 건 문제” 지적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06 17:43:32

▲ 의대증원안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관계자들이 쉬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40개 의대가 모두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최근 법원이 요구한 의대 정원 증원에 관한 근거 자료와 회의록을 명백히 공개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전의교협은 정부 의대 증원 과정에 절차적 위법성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대 입학정원 증원 결정과 대학별 배분 과정에 정부 운영 각종 회의체 기록 공개 여부를 두고 의·정 갈등 2라운드로 옮겨 붙는 모습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이 정부에 10일까지 의대 증원 근거 자료 등을 제출하라고 요청하면서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과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 조사 등의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다. 의료계는 최근 서울고등법원에 의대 정원 증원 집행 정지 신청을 냈으며 법원이 이의 근거 자료 제출을 요구함에 따라 회의록 제출을 요구했다.

법원에 제출하기로 한 회의록을 보유한 보정심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보건의료에 관한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위원회이다. 회의록은 2월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복지부 장관 주재로 보정심 회의를 열고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으로 결정한 것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다만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의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했으나 회의록은 의협과 남기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언급하며 당시 회의록 대신 사회 각계가 참여하는 회의록 등 각종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보정심 외에 의대 증원이 논의된 건 복지부와 의협의 의료현안협의체·교육부 소관으로 대학별 의대 정원을 결정한 정원 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 등이 있는데, 2000명 증원분을 각 대학에 배분하는 역할을 담당한 배정위 회의록도 재판부에 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제출사항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자 복지부 관계자는 언론에 “의료현안협의체의 경우 각자 회의록을 만들면 엇박자가 날 수 있으므로 남기지 않기로 전임 의협 집행부와 합의했다”며 “현장에서 보도참고자료 배포하고 백브리핑하면서 내용을 공개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입장을 일부 동의한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석한 이정근 전직 의협 부회장도 “처음부터 회의록 없이 양측 의견을 조율한 보도자료를 내는 걸로 했다”며 “보도자료로 회의록을 갈음하기로 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복지부가 의협은 회의 후 내부 보고용으로 28차례에 달하는 회의에 대한 기록을 갖고 있다고 언급하며 의료계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의협 관계자는 “공개 합의한 회의록이 없더라도 복지부가 내부 기록이 없는 건 문제“라며 “의협은 모든 기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법원이 원하면 언제든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했던 자료를 공개할 수 있다”고 언론에 밝혔다.

‘회의록을 갖고 있지 않다’는 복지부 입장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다른 건 몰라도 의대 정원 배정 위원회는 회의록은커녕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도 페이스북에 “회의록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제 본격적인 반전 국면이 시작될 듯하다”며 의협의 반격을 예고하기도 했다.

전의교협은 이날 제10차 성명서를 통해 “의대 증원 논의를 위해 운영한 주요 회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와 보정심 및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 등도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주요 회의는 공공기록물관리법에서 회의록을 의무 생산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회의록이 없다는 것은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위법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와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 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관련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복지부와 교육부 장·차관 등 5명을 직무 유기와 공공기록물 은닉·멸실 혐의로 고소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전의교협은 전문가 30~50명을 투입해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예고했다. 의사 수 추계 모형의 타당성·예산 및 투자 현실성 등을 분석할 방침이다.

한편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4일 성명서를 통해 전의교협 별개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의 ‘5월10일 전국 휴진’ ‘증원 확정 시 1주간 집단 휴진’ 방침에 대해 “휴진은 각 대학 비대위나 교수협의회가 정할 일”이라면서도 “응급·중환자 진료나 수술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휴진하는 데 대해서는 모두 동의할 것”이라고 알렸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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