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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매입한 식품을 재유통하지 않는다는 마켓컬리(컬리)의 주장이 거짓임을 방증하는 증거가 드러나 논란이다.
4일 본지가 입수한 상품 매매 계약서에 따르면 컬리는 2020년 11월28일부터 2021년 4월3일까지 4개월간 A업체에게 상품을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서의 서명란에는 김슬아 컬리 대표의 인장이 날인되어 있다.
앞서 본지는 컬리가 매입한 유통기한 만료 임박의 신선식품을 재유통시키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컬리는 “식품을 어떻게 리퍼브에 재판매하겠느냐”며 “과거에도 현재도 유통기한이 임박한 신선식품들을 유통시킨 적 없고 전부 폐기한다”고 부정했다. 그러나 컬리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상품 매매 계약서가 발견됨에 따라 컬리의 주장이 거짓임이 밝혀졌다.
계약서에 따르면 A업체는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컬리의 물류센터에서 특정 일자에 상품을 직접 수령해야 하며 이때 A업체가 지불해야 하는 상품대금은 상품 공급단가의 40%다.
해당 물류센터는 컬리의 상온·냉장·냉동식품을 보관·관리하던 곳이다.
가격의 경우 유통기한 마감이 임박한 상품을 공급하는만큼 공급단가의 40%에 불과한 값에 판매하는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이 계약서에서 상품을 공급받는 A업체에게 본 계약 내용에 대한 철저하게 비밀유지의무를 요구했다.
본 계약서의 10조에는 양사는 본 계약의 계약기간 동안은 물론 본 계약의 종료 후 본 계약의 내용 등에 대해 상대방의 사전 서면 동의가 없는 한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비밀유지의무는 구체적인 계약서 내용을 규정하면서 보다 구체화시키고 있다.
계약서 조항에는 A업체에게 ‘컬리로부터 공급받은 상품을 포장하거나 유통하는 경우 컬리 고유의 로고 및 상표 등 컬리의 상품임을 인지하거나 추정할 수 있는 표식 일체를 제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표식은 컬리의 신선식품 브랜드인 KF365(컬리프레시365)의 브랜드택으로 알려졌다.
그뿐 아니라 ‘인터넷 카페·블로그 등 여하한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해당 제품이 컬리로부터 공급받은 것임이 공개되는 경우 A업체가 전단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할 것’ 역시 요구했다.
위 사항 등을 위반시 A업체는 최대 5000만 원까지 위약금을 지불할 수 있다.
컬리가 철저한 비밀유지의무를 물품을 공급받는 업체에게 요구한 것은 식품의 신선도를 강조하는 컬리 브랜드 이미지의 손상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폐기가 임박한 식자재들이 오프라인 마켓 등에서 자사 브랜드택을 달고 유통될 경우 그간 쌓아온 컬리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계약내용 중 ‘컬리의 평판이나 신용 등 대외적인 신뢰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할 것’을 요구하는 점에서 이 같은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컬리 측은 해당 계약서에 대해 문의하자 최초 식품 폐기를 위한 판매라고 해명했다.
컬리 측 관계자는 “컬리가 직접 폐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당시 식품 폐기 전문업체에 판매한 것”이라며 “식품은 당연히 다 폐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품을 공급받은 업체의 재유통을 전제로 한 계약조항에 대해 거듭 문의하자 컬리 측 관계자는 “전량 폐기는 아니고 일부 가공식품 및 비식품에 대해서는 재판매를 허가했다”면서도 “신선식품에 대해서는 전량 폐기가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쨌거나 이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쿠팡이나 이런 이커머스 대부분은 다 이렇게 업체에 넘긴다”고 설명했다.
한편 개인회사로 알려진 해당 A업체는 현재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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