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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로 ‘우리’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서양에서는 ‘우리’와 ‘나’를 분명하게 구분하여 사용한다. 필자는 외국인을 많이 상대하는 관계로 이러한 표현에 굉장히 민감하다. 외국어 중에는 ‘우리’라는 말도 ‘내가 포함된 우리’와 ‘내가 포함되지 않은 우리’를 구분해 쓰는 말도 있다. 인도네시아어가 그렇다. 그러므로 각 나라의 문화 문법은 중요하다.
비엔나대학에서 세미나를 하고 저녁에 만찬이 있었다. 남‧북한의 학자들이 모인 자리였다. 그래서 ‘우리’라는 표현이 더욱 가슴에 와닿았다. 그 자리에는 외국인도 많이 있었는데 그들은 우리라는 표현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았음에도 ‘우리 마누라’라는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우리는 보통 말을 하면서 “우리 아들·우리 친구·우리 어머니”라고 하듯이 “우리 마누라야”라는 표현을 하는데, 함께 있던 독일인 교수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신 마누라지, 어찌 우리의 마누라가 될 수 있느냐?”고 얼굴까지 붉혔다. 사실은 맞는 말이지만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다. 이렇게 보면 북한 주민이 독일인보다는 확실히 ‘우리 민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그런 모임에서 스스로를 ‘공화국 사람’이라고 부른다. 언어는 참 어렵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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