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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토리] “학대받는 어르신… 마음의 상처 너무 깊어요”
정희남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7080 마처세대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과 기회를 주는 기관
이소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18 00:05:05
 
▲ 인천광역시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어르신 수호자들과 정희남(뒷줄 오른쪽 두 번째) 관장. 남충수 기자
 
7080 어르신을 일컫는 말로 마처세대라는 말이 있다 마처세대란 마지막의 와 처음의 를 합친 말로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란 뜻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책의 제목처럼 정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 걸까. 
 
결국 우리 모두 노인이 되기에 노인에 대한 사회적 문제는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사안이다. 학대받은 어르신들의 마음을 보듬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기 위해 위기 개입에서부터 사후관리까지 담당하고 있는 정희남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과 직원들을 만나 봤다.
 
26년간 노인복지 전문가로 활동…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 올해로 20주년 
 
정희남 인천광역시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는 등 전문적으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노인복지 현장에서 1999년부터 만 26년째 일하고 있으며 2004년부터는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인천광역시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으며 그동안 323명의 학대받은 노인이 5992일 동안 쉼터에 머물렀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은 현재 전국 17개 시·도 19개의 학대 피해 노인 전용 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인천에선 이곳이 유일하다.
 
정 관장에게 먼저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사업 목적에 대해 물었다. 
 
“학대 피해 노인 전용 쉼터는 학대 피해 노인에 대한 일정 기간 보호 조치와 심신 치유 프로그램 제공을 통해 학대  피해 노인을 보호하고 학대 행위자 및 그 가족들에 대해 전문상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학대 재발생 예방과 원가정 회복을 지원합니다. 그게 바로 저희 사업 목적입니다.”
 
인천 학대피해 노인 전용 쉼터에는 사회복지사 1명과 요양보호사 4명 등 총 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쉼터의 입소 정원은 5명이나 시설장 재량에 따라 추가 입소가 가능하다.
 
입소 대상은 만 65세 이상의 일시 보호가 필요한 학대 피해 노인이며 입소 기간은 4개월로 학대 재발로 재입소가 필요한 경우 연간 최대 6개월까지 입소 가능하다.
 
사각지대에 놓인 학대 피해 노인… 진실된 사랑으로 보호해야
 
▲ 정희남 관장이 학대 피해 노인을 진실된 사랑으로 돌봐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남충수 기자
 
정 관장은 학대 경험은 노인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므로 진실된 사랑으로 대해야 몸과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통 쉼터에는 자식이나 배우자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입소한 어르신들과 요양병원 등의 시설에 입소해 학대를 받은 어르신들이 모입니다. 마음의 상처를 받았기에 마음의 문 또한 굳게 닫혀 있죠. 그런 분들의 병든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고 친자식 이상으로 보살펴 주기 위해 저를 포함한 여러 직원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학대의 종류는 다양하다. 학대에는 신체적 학대·정서적 학대·성적 학대·경제적 학대·방임 학대·유기 학대 등이 있는데 그중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비롯해 방임 및 경제적 학대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다. 아동 학대와 다르게 노인의 경우 미성년자가 아니기에 스스로의 동의를 받아야 보호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르신의 대다수는 고통의 상처가 곪아 버려 센터에 도움을 요청하기 보다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삶의 끈을 놓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7080 어르신 가운데 독거노인의 경우 국가의 도움을 받고 재정적 지원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대받는 노인은 학대하는 자식이나 배우자가 있어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대다수라 어떻게 보면 사각지대에서 가장 많이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죠.”
 
위기 개입… 학대받는 노인을 구출하는 방법은
 
정희남 관장은 현장에서 신고하는 것을 주저하는 예비 신고자들을 위해 신고할 때 의 주의 사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인 학대의 경우 주변 가족이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고를 할 때는 어르신의 학대 상황과 주요 정보, 학대 행위 의심자의 주요 정보에 대해 차분히 설명하면 됩니다.” 
 
“신고자나 학대받은 피해자가 학대 가해자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해 2차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에 걱정이 앞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인복지법 제39조의6 제3항에 의해 신고인의 신분은 보장되며 그 의사에 반하여 신분이 노출되지 않습니다. 또한 노인복지법 제57조 제4호에 따르면 신고인의 신분 보호 및 신원 노출 금지 의무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어요.”
 
또한 학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학대 가해자가 있는 현장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때 스스로를 학대 예방센터에서 나왔다고 소개하면 대다수의 경우 상대가 거부감을 갖고 협조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럴 때는 예를 들어 “아드님이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을 모시는 아드님을 도와드리려고 방문했다” 는 등의 부드러운 표현으로 현장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
 
위기 개입 후 입소 프로그램이나 사후관리는
 
대부분 입소했다가 일정 시일이 지나 다시 가정이나 시설로 돌아가게 되면 추후 관리가 지속되지 않는 한 70% 이상 학대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정 관장은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허락되는 경우 따로 원룸에서 지내실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기도 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추후 지속적으로 가족 상담을 받게 하는 등 사후관리를 지속합니다.
 
정 관장은 쉼터에 입소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면서 마음이 밝아지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했다. 
 
“프로그램의 종류에는 개별 전문상담 및 가족 상담, 치유 프로그램(원예 치료·점핑·쿠키클레이), 정서 프로그램(종이접기·무용 치료·민요 교실·문예 교실), 사회기능 회복 프로그램(푸드 테라피·뷰티 테라피), 이벤트 데이 프로그램, 나들이 프로그램(1박2일 나들이·고궁 및 문화 체험), 건강증진 프로그램 등이 있습니다.”
 
또한 노인복지전문기관에서는 학대 피해자들이 쉼터에서 퇴소한 뒤에도 다양한 사후 관리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무료로 병원에 입원할 수도 있고 후원을 받아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꾸준하게 심리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금액 중 3500만 원의 지원금이 인천노인복지전문기관에서 어르신들의 생계비와 의료비에 사용됐다. 무료법률공단이나 국선변호사를 통해 어르신의 입장에서 진심 어린 변론을 제공할 수 있도록 무료 법률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입소자는
 
유OO 어르신 집에 어르신이 붙여 놓은 종이 사진.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 제공
 
정 관장은 힐링캠프에 입소해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피해 노인들을 보며 진실된 사랑의 힘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김모 어르신이에요. 힐링캠프에 참여해 마지막 날 선생님들께 포스트잇이 붙여진 박카스를 돌리며 선생님들 덕분에 너무 행복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 북받쳤던 감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또 다른 기억에 남는 사례는 부부 간에 학대가 발생한 경우였어요. 남편이 알코올 중독자였는데 아내와 갈등이 심화되면서 남편이 아내에게 신체적 폭력을 가해 입소하게 된 케이스였죠.” 
 
“사례 관리를 하며 부부관계 개선 프로그램을 5회에 거쳐 진행했는데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저가항공 비행기 표를 후원받게 돼 제주도로 힐링캠프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그래서 어쩌다 보니 신혼여행(리마인드웨딩)처럼 여행의 의미가 한층 증폭됐습니다.”
 
“다양한 후원업체에서 웨딩드레스를 후원해 주고 꽃집에서 부케를 후원해 주고 시계업체에서 예물 시계를 후원해 주면서 많은 업체의 전폭적인 후원과 지원 아래 간소하게나마 리마인드 웨딩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그 이후 여러 차례의 무료 부부상담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부부 관계가 많이 개선돼 잘지내고 있는데 관리 차원에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의 근무 환경은 어떤가
 
“쉼터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은 매일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합니다. 이들에겐 휴일이나 명절이 따로 없죠. 3·4일만 휴가를 내려고 해도 몇 안 되는 다른 직원들이 빈자리를 대신 채워 줘야 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업무 강도에 비해 이들에 대한 처우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월 급여가 150만 원이 안 돼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수준이다. 부실한 처우에도 이들에게 힘이 되는 것은 어르신들이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다.
 
정 관장은 쉼터에 근무하는 모두가 어르신들을 위하는 신념과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랑을 담아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 정 관장이 노인 빈곤율 1등 나라 한국에서 노인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남충수 기자
 
정희남 관장은 “결국 모든 사람은 노인이 된다”는 말로 노인 문제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세계 10위권의 부유한 국가이지만 노인 빈곤율 또한 두드러지게 상위권에 속하는 나라입니다. 어르신을 위한 국가의 지원이 더욱 늘어나 불명예스러운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해요.” 
 
마지막으로 정 관장에게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물었다.  
 
“다양한 형태의 학대 피해를 당하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과 기회를 주는 기관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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