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으로 쪼들리는 북한… 中·러서 ‘구세주’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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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원자재·식량 차관 형식으로 제공… 실무협상 중

러선 밀 종자 지원… 이미 평양 주변에 대규모로 심어

곽수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30 17:52:07

▲ 중국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 및 정부대표단이 북한 강동종합온실농장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 식량난의 부담을 덜어주는 구세주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원자재와 식량 등을 차관 형식으로 제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공식 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방북 이후 북한과 중국의 경제적 협력이 탄력을 받으면서 두 나라 간 친선 및 신뢰 관계가 진일보하게 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북한 외무성 간부들은 중국 측과 차관 협정 관련 실무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측이 차관 문제에 적극 화답하면서 고위급 간 협의는 물론 실무진 논의도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중국이 차관 형식으로 북한에 필요한 원자재와 식량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음을 밝혔다. 더 나아가 중국은 ‘조·중 우호의 해’를 맞아 북한에 대한 배려 물자를 무상 제공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차관 상환 금액과 기한을 명확하지 않다. 소식통은 “차관 상환 조건도 앞으로 이뤄질 양국 간 경제 협력 여부에 따라 조정될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남겨뒀다”고 했다.

아울러 북한은 원자재와 식량을 차관받는 대가로 중국이 요청할 때 광물이나 자원 개발 및 경제 개발과 관련된 부문에서 투자에 대한 우선권을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재와 식량 등 차관 물품 대부분은 중국 랴오닝성과 지린성 등을 거쳐 육로로 운송할 계획이지만 물품의 종류에 따라 일부는 선박으로 북한에 반입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북한은 최근 러시아로부터 밀 종자를 도입했다. 북한이 앞으로 밀 종자를 러시아에 계속 의존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29일 주북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밀 종자를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러시아 방문 후 북한으로 돌아온 리철만 농업위원회 위원장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대사와 평양 국제비행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러시아의 밀 종자를 북한에 들여와 평양 주변 지역에 이미 심었다고 말했다.

제리 넬슨 미주리대 명예교수는 이와 관련해 자유아시아방송(RFA)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러시아가 북한에 가장 적합하다고 제안하는 씨앗을 심고 있는 것 같다”며 “그 종자가 봄 밀임이 거의 확실하고 주로 빵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밀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넬슨 교수는 종자용 밀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도 러시아에 밀 농사를 의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넬슨 교수는 “북한 주민들은 다시 농사를 짓기 위해 밀 종자를 남기는 대신 어떤 식으로든 수확한 밀을 다 소비해 버린다면 밀 종자를 새로 수입해야 할 것이고 이는 경제적으로 좋지 않다”면서도 “북한이 앞으로도 러시아에서 종자를 가져오고 이것이 매년 계속된다면 북한에서 생산된 모든 밀을 식량으로 사용할 수 있고 종자를 저장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북한 정권은 2021년부터 밀재배를 적극 강조해 왔다. 밀은 이모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년에 더 많은 양의 식량을 재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밀은 옥수수나 쌀보다 빨리 익어서 봄에 심으면 한여름이 오기 전 수확이 가능해 쌀을 구할 수 없는 여름철에 주식으로 소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