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석칼럼] 유튜브 중독인구 늘어났는데 구글稅 아직도 ‘뜨거운 감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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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02 00:02:40

한국인은 너나없이 출퇴근길 지하철과 시내버스 안에서 발 디딜 틈만 있어도 휴대폰을 꺼내 든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창밖을 보는 이는 드물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휴대폰의 영상을 보거나 뉴스를 본다. 뉴스를 소비하는 시간도 공간도 출퇴근길인 셈이다.

한국의 직장인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의 직장인들보다도 유튜브를 많이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덩달아 이른바 영상 크리에이터라 자칭하는 유튜버와 포털 사이트에 개인적인 소소한 이야기와 사회 공통적인 관심사를 퍼 나르는 블로거의 수도 세계 최다를 차지할 것이다.

유튜브에는 방송국과 언론사가 운영하는 영상 뉴스 외에 개인과 기업이 운영하는 뉴스 채널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먹방과 여행·부동산부터 지식 탐구와 역사 등 잡다한 영상물이 출퇴근 직장인들의 터치로 소비된다. 대한민국은 이제 단 하루라도 유튜브와 SNS 없이는 세상의 변화와 흐름에 감응하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튜브는 AI 검색기로 시청자 개개인이 즐겨 보는 주제·소재 중심으로 영상을 편집해 주고 여기에 길든 시청자들은 거의 중독 수준이다. 유튜브의 조회수는 돈이다. 그래서 팩트는 중요하지 않다.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심지어 악의적인 갈등까지 유발하는 영상들이 나라와 나라를 갈라 놓고 사람과 사람을 찢어 놓기도 한다.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처 가 보지 못하고 가서 볼 수도 없는 낯설고 먼 나라의 생경한 느낌을 눈앞에 펼쳐 보여 주기도 한다. 아마추어의 거친 편집 영상이 정제된 방송국의 영상보다 오히려 생동감 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올해 상반기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한국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매달 40시간 유튜브를 시청한다고 한다. 작년 1월 기준으로 한국인의 유튜브 앱 총 사용 시간도 1119억 분이고 시청자 수는 5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월간 활성이용자수(MAU)로만 보면 4565만 명 정도라고 하니 전 국민이 유튜브 애청자인 셈이나 다름없다. 전 세계 20억 명이 보는 유튜브 이용자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5위 정도에 올라 있다.

한국인이 즐겨 보는 유튜브 영상 중에는 외국인들의 첫 한국 여행을 다룬 것을 비롯해 음식과 문화 체험에 관한 영상·외국인 여성이 밤늦게 거리를 활보해도 안전한 나라임을 보여 주는 영상·스마트화되고 선진화된 이미지의 일상이 소개되는 영상들도 다수를 이룬다. 이러한 영상들은 상대적으로 중국이나 일본 대만 등 이웃 나라의 혐한에 적절히 대응하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유튜브에서는 팩트를 검증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는 없다. 그냥 직관으로 받아들일 뿐, 영상으로 꽂히는 시각 정보 앞에 거의 무방비 상태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유튜브의 영상들은 맞느냐 틀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재미 위주로 시청하는 영상이 대세를 이룰 수밖에 없다.

정치와 경제 이슈들은 왜곡되고 편향되기 일쑤다. 개인의 입장차에 따라 정보가 달라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개인 방송이라는 이유로 욕설과 비하 발언들이 여과 없이 전파되고 난무한다. 기존 방송국 채널들에서 볼 수 없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즐긴다. 이미 방송국의 정규 프로그램보다 유튜브 시청률이 더 높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학교 숙제도 유튜브에서 영상 자료를 찾아서 할 정도다.

한국인의 일상이 된 유튜브의 파급력은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 세계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IT강국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는 미국 기업 구글에 관대하기만 하다. 인터넷 속도를 높이기 위한 인프라 설비는 한국 통신사들이 돈과 노동력으로 밥상을 차려 놓았는데 수혜는 구글이 챙기고 있다. 영상 디지털 시장에서 구글의 힘은 절대적이다. 온갖 광고들이 달라붙는 유튜브의 최대 수익자는 구글이고 아무런 의무도 책임도 세금도 내지 않고 돈만 챙겨 간다.

이 때문에 EU(유럽연합)를 비롯해 일본·호주 등 세계 각국은 디지털시장법을 입법하거나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독점 플랫폼에 공정한 세금을 부과하거나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구글세 도입과 함께 독점적 플랫폼에 대해 공정하게 의무와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당연한 이치다.

디지털 산업과 영상 시장이 일상으로 파고든 지 오래인데 제도적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그래서 디지털세 도입 입법화에 속도를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조세 회피 행위를 마냥 지켜보는 것은 경제 정의 측면에서도 공정과 상식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동석 kd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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