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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섬 트레킹 여행을 자주 다닐 요량으로 정보를 찾아 인터넷 이곳저곳을 뒤지다 눈에 띄는 것을 발견했다. 섬 부자 도시 인천시가 2022년부터 시행 중인 ‘인천 i-바다패스’ 사업이란 것이다.
여객 운임은 인천 시민의 경우 편도 1500원만 받는다. 이는 인천 시내버스 요금 수준의 파격적인 금액이다. 타 지역민은 정규 운임의 30%만 내면 된다. 터미널 이용료, 유류할증료는 제외고 왕복 기준 1인당 연 3회 지원한다.
인천 i-바다패스 뱃삯 70% 지원
조건은 대상 섬에 1박 이상 5박 이내 체류하고 편도 정규 운임이 1만 원 이상인 여객선을 이용할 경우에 한한다. 다만 여름 성수기, 토요일 입·출도, 일요일 출도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다. 출향민과 인천 지역 섬에 복무하는 군장병 면회객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상 섬은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지 않은 비연육 25개 섬이다.
필자는 기자·음식 칼럼니스트·문화평론가·도시 인문학자·문화관광축제 전문평가위원 등 다양한 이력 중에 한국섬진흥원 진흥사업 컨설팅단도 겸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 입장에서 인천시의 i-바다패스 사업이 섬 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획기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잘한 일이라고 추켜세우고 싶다.
인천 섬 여행의 시작점 인천종합어시장
이번 자월도 2박3일 섬 트레킹 여행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마디로 완벽했다. 그 완벽함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i-바다패스와 자월도의 매력이 컸지만 역시나 맛있는 음식이 한몫했다. 늘 하는 말이지만 모든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만족도는 결국 음식에 달려 있다.
서울에서 인천행 전철 급행을 타고 동인천역에 내려 버스로 인천항여객터미널이 있는 연안부두로 닿았다. 자월도행 고려고속훼리 코리아스타호 배편을 기다리면서 인천종합어시장에 들렀다. 섬에 들어가서 먹을 해물을 사기 위해서다. 인천종합어시장은 섬 여행의 시작점인 셈이다.
시장 안은 연휴 나들이 인파로 북적였고 매대에선 알이 꽉 찬 암꽃게와 주꾸미가 행락객들 입안에 침을 그득 괴게 했다. 소라와 활어회·산 오징어·낙지 등 제철 해산물도 좋은 가성비로 가던 이의 발길을 붙잡았다.
아이스박스에 꽃게를 그득 담아 배를 타는 이들의 저녁 식사를 상상하자 빙그레 웃음이 떠올랐다. 가벼운 흥정 끝에 주꾸미와 소라를 사들고 아점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연안부두는 60첩 반상 회집과 밴댕이 전문점이 유명하다.
인천여객터미널 앞 새벽을 여는 맛집
애정하는 ‘원조밴댕이’는 출도하는 날 가기로 하고 다른 식당을 찾은 끝에 배 여객터미널 앞 ‘오가네해장국순대국’이란 탕국 요리 전문점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뿔싸 손님이 한 명도 없다. 뒤돌아 나갈까 했지만 임박한 배 시간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필자가 고수하는 1번 메뉴 주문 원칙을 깨고 순댓국 대신 4·6번 메뉴인 내장탕과 선지해장국을 주문했다. 결론적으로 이 식당은 연안부두 찐맛집이다.
탕국의 농후한 육수가 인상적이다. 묵직한 맛과 날렵한 맛이 혀끝에서 교차하면서 풍성하게 미각을 자극한다. 김치·깍두기·무짠지·고추지·콩조림 등 밑반찬 모두 직접 만든 솜씨다. 옛 리뷰를 보니 밑반찬이 거의 똑같다. 순댓국·해장국·국밥에 최적화된 반찬으로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엄선한 것이지 싶다. 새벽 6시에 방문했는데 이미 식사팀이 있었다는 리뷰를 보면 새벽 일찍 문을 여는 곳이다.
옹진 바다에 뜬 붉은 달 자월도
기분 좋게 배를 채우고 자월도행 배를 탔다. 자월도는 인천항에서 남서쪽으로 35㎞ 지점에 위치해 있다. 배로는 50분이면 닿는다. 행정 구역은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으로, 면적은 17.66㎢, 인구는 1300여 명 정도 된다. 특산물은 수수·바지락·굴·둥굴레 등인데 두릅과 음나무도 눈에 많이 띄었다.
조선시대 기록에는 소물도(召忽島)라고 표기돼 있다. 자월(紫月)이란 지명은 ‘자줏빛 달빛’이라는 뜻이다. 일화에 따르면 조선 인조 때 귀양 온 관리가 첫날밤 보름달을 보고 억울함을 호소했더니 달이 붉어지면서 폭풍우가 몰아쳐 하늘도 억울함을 알아줬다는 일화에서 이 지명이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실제로 고려시대에는 유배지였고 조선시대에는 나라에 말을 수급하는 목장이 있던 곳이다.
섬의 봄은 육지보다 늦게 왔다가 늦게 간다. 숙소로 가는 길 왕벚꽃나무가 무성한 꽃봉오리로 여행객을 반겼다. 작디작은 하얀색 꽃을 쪼르륵 피운 키 낮은 풀이 눈에 많이 띄었다. 자월도 특산물인 둥굴레다. 걷다 마주친 한 인심 좋은 섬 주민은 한껏 따온 음나무(엄나무) 어린 순을 좀 가져가라며 손짓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가시가 특징인 음나무가 지천이다.
2박3일의 추억을 아름답게 완성시킨 맛집
섬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출도를 위해 마지막 발을 떼는 순간까지 자월도는 평화롭고 포근했다. 무엇보다 자월도에서 만난 ‘미란네식당’은 섬에 대한 모든 추억을 아름답게 완성시킨 일등공신이다. 미란네식당은 우럭건탕으로 자월도에서는 유일하게 2019년 5월 청정옹진 7미에 선정된 군이 인정하는 맛집이다. 청정옹진 7미란 옹진군에서 생산되는 농·축·임·수산물을 주원료로 사용해 7개 면별로 군에서 개발한 음식을 말한다.
우럭건탕은 일명 우럭젓국으로 사전에 연락을 해야 먹을 수 있다. 말린 우럭에 두부·무·대파·고추 등을 넣고 끓이다가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젓국 형태의 해물탕이다. 연포탕·농어젖국·꽃게탕·낙지회·소라 등은 재료 준비 때문에 사전 문의가 필요하고 가격은 변동(싯가)이다. 해산물 가격은 하루에도 등락폭이 크기 때문에 메뉴판에 적어 놓기 힘들다. 자월별미라고 하는 토종 닭도리탕·닭백숙 역시 예약을 해야 한다.
미란네식당은 이틀에 걸쳐 갔다. 첫날은 백반을 주문했고 음식에 반한 나머지 다음날 발걸음이 자동적으로 그곳으로 향해 김치찌개와 순두부찌개를 접했다. 8~10여 가지에 달하는 밑반찬과 웅숭깊고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차진 밥 등 이 식당에서 제공되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심지어 손님을 맞는 종업원들의 친절한 자세까지. 오랜만에 느껴 보는 진한 감동이다.
많은 식객들이 반찬과 찌개·국이 맛있다고 엄치를 치켜세우지만 필자는 밥에 이끌렸다. 한식 식탁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밥이다. 대다수 한식당에서 밥을 소홀히 한다. 메뉴도 좋고 요리도 잘하는데 군내 나는 밥을 내놓아 점수를 까먹는 곳이 의외로 많다. 이에 반해 미란네식당은 밥이 참 차지고 맛있다. 밥을 흩지 않고 야무지게 눌러 담은 것도 좋다.
반찬은 이틀 연속 갔다고 겹치는 것을 내놓지 않았다. 물론 전날 반찬도 있었지만 손님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100% 다른 찬을 제공했다. 백반의 국은 톳을 주재료로 한 된장국이다. 식감이 재미났고 고릿한 묵은 장의 깊은 맛은 식사의 끝맛을 잘 장식했다.
밑반찬과 된장국은 충분히 리필을 해 준다. 심지어 빈 접시를 보면 더 줄까 물어보기도 하는 등 친절이 넘친다. 이튿날 주문한 순두부찌개와 김치찌개 역시 뭍에서조차 견줄 곳이 많지 않은 맛을 선사했다. 미란네식당 때문에 여럿을 이끌고 자월도를 한 번 더 가고 싶어질 정도다.
대타가 홈런 친 신흥 퓨전 중식당
‘마더파더’는 한식과 중식이 어우러진 퓨전 포차를 지향하는 식당이다. 중식 경력 40년 차 셰프의 노련한 스킬이 요리에 녹아 있는 곳이다. 가성비가 매우 좋아서 남녀노소 모든 식객에게 인기가 많다. 저녁 6시경이면 본관이 모두 차고 여차하면 두어 집 건너 있는 별관에서까지 대기를 해야 한다.
대부분 식탁 위에 마늘고기튀김 한 접시가 기본적으로 올라 있다. 이 식당의 대표 메뉴다. 겉바속촉하고 간간한 양념의 튀김옷을 두른 돼지고기 식감이 술안주로 그만이다. 경장육슬과 마늘고기 튀김에 쫄면을 더한 쫄지마늘 메뉴도 인기다. 신포동이 쫄면의 발상지란 의미를 안다면 이 메뉴에서 식당 주인의 센스를 엿볼 수 있다.
자월도에서 나오면 가 보기로 한 ‘원조밴댕이’가 쉬는 날이 아닌데도 문을 닫았다. 그래서 신포역에서 내려 동인천역 방향으로 식당을 찾아 걷다가 우연히 만난 퓨전 중식당 마더파더는 대타가 홈런 친 것 같은 성공적인 맛을 선사했다. 자월도 2박3일 여정은 섬에서 만난 미란네식당 이외에도 여정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두 식당도 만족스러웠다. 다음 섬 트레킹 여행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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