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스타벅스의 5⋅18 폄훼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재벌 총수가 직접 고개를 숙였지만 5⋅18 단체와 시민사회 반응은 싸늘하다. 참여연대는 책임 인식과 후속 대책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5⋅18 폄훼와 관련하여 정 회장이 인지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총수의 사과는 이례적이지만 사과만으로 상처가 덮이진 않았다.
신세계그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수인번호(503㎖), 세월호 참사(4월 16일), 5⋅18 집단 발포일(21%) 상징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던 정 회장은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모든 책임이 총수에게 있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정작 책임을 진 사람은 실무진이었다.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 이커머스팀에 대기발령을 내렸고 대표이사와 담당임원을 해임했다. 역사와 희생을 가볍게 여긴 책임을 꼬리를 자르듯 아랫사람에게 넘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의 태도다. 스타벅스의 일탈은 선거운동에 악용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투표장으로 가자”고 외쳤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지면 커피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세상이 된다고 외쳤다. 나경원 의원은 이재명 정권의 스타벅스 죽이기라고 말했고, 한기호 의원은 스타벅스를 애국민들의 아지트라고 불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5⋅18 폄훼를 부추겨서라도 보수 유권자를 모으겠다는 심산이다. 역사적 비극마저 진영 대결의 불쏘시개로 소비하는 뺄셈 정치가 공론장을 깨트리고 있다.
기업과 정치가 역사적 상처를 악용하는 행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 정용진 회장은 말로만 사과할 게 아니라 반성부터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도 5⋅18을 폄훼하는 극우 세력에 동조해서 국론을 분열시켜선 안 된다. 스타벅스를 악용해서 5⋅18을 조롱한다면 지방선거 이후에도 소탐대실할 수밖에 없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