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코스피 강세와 벤처 투자 시장의 회복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벤처캐피탈(VC) 업계는 여전히 자금 조달과 투자금 회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와 함께 VC 11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벤처캐피탈 투자 애로요인 및 정책과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62.8%가 ‘최근 1년간 투자재원 조달이 과거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고 20일 밝혔다. ‘과거와 비슷하다’는 답변은 20.4%, ‘원활하다’는 응답은 16.8%에 그쳐 시장 전반의 체감 난이도가 여전히 높음을 보여줬다.
투자금 회수 환경에도 악화 신호가 뚜렷했다. 응답 VC의 71.7%는 ‘회수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고 답했으며, ‘과거보다 원활하다’고 말한 기업은 5.3%에 그쳤다. 코스닥 약세와 IPO·M&A 시장 부진이 겹치면서 회수시장 경색이 지속되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자금조달 어려움은 정책금융 의존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최근 2년간 모태펀드·성장금융·산업은행 등 정책금융 출자를 받은 VC는 전체의 75.2%였지만, 이들 가운데 91.8%가 “민간 LP 매칭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정책펀드가 최대 60%까지 출자한다 해도 나머지 40%를 민간에서 조달하지 못해 펀드 결성이 늦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정책 개선 과제에 대한 업계 의견도 제기됐다. 응답 VC의 69.0%는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기술특례상장은 심사기준이 비공개로 운영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세컨더리 펀드 활성화(68.1%), 산업·금융 공동 GP 허용(61.6%)도 높은 응답을 보였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을 허용하면 자본력, 기술 이해도, 시장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VC들은 △벤처투자 세제 혜택 강화(55.8%), 모태펀드 출자 규모 확대(54.9%) △연기금의 벤처투자 확대(54.0%)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허용(44.2%) 등 투자재원 확충 방안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투자대상 측면에서는 수도권 쏠림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VC의 80.5%는 “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답했으며, 비수도권 투자 비중이 높다는 응답은 10.7%에 그쳤다. 그럼에도 응답기업의 65.5%는 비수도권 투자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고, 실제 향후 투자 확대 의향이 있다는 기업도 74.3%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를 위해 모태펀드 내 권역별 펀드 신설, 지역 스타트업 클러스터 확대, 지자체 직접 출자 확대 등을 요청했다.
문제는 지역 여부와 관계없이 투자처 자체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1년간 과거보다 “투자처 확보가 어렵다”고 답한 기업은 59.3%에 달했다. 금리 고착화와 시장 변동성 확대 속에서 우량 스타트업 발굴에 필요한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뜨거워졌지만 VC 업계에는 아직 열기가 미치지 못한 상태”라며 “기술특례상장 개선, 금산분리 완화, 상장 요건 조정 등 규제 개혁을 통해 상장·비상장 기업 모두에 자금이 원활히 흐르는 투자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